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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말하는 캐나다 가족 여행] 메노나이트 집성촌 세인트 제이콥스를 가다

  • Editor. 이종상
  • 입력 2018.07.24 10:34
  • 수정 2018.08.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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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제이콥스(St.Jacobs)는 ‘캐나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도시다. 대도시 토론토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거리를 걷다 차 대신 말이 끄는 마차를 보더라도 놀라지 말자. 세인트 제이콥스에서는 아주 지극한 일상일 테니. 자동차로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마차로 30분이 넘게 이동하곤 하니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느려서 좋은 세인트 제이콥스를 소개한다.

 

Q1 메노나이트, 그들이 알고 싶다!

메노나이트(Mennonite)는 북유럽의 종교 개혁기에 재세례신앙(다시 세례를 주는 사람들) 운동의 한 분파로 박해를 피해 1683년 펜실베바니아로 이주했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그 일부가 펜실바니아에서 800킬로미터를 이동해 온타리오 주 남부에 정착했다. 메노나이트(Mennonite)라는 이름은 ‘메노 시몬스(Menno Simons)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16세기 네덜란드 출신으로, 가톨릭 신부였지만 재세례 신앙으로 개종한 뒤 흩어져 있던 재세례신자들을 조직하고 지도자가 된 인물이다.

 

Q2 메노나이트는 온타리오 주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세인트 제이콥스(St.Jacobs)가 속한 울위치 타운쉽(Township Woolwich)에는 정통파 구제도 메노나이트(Old Order Mennonite)가 약 7천 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워털루를 포함한 남쪽으로는 개화파 메노나이트(Mennonites)들이 거주하고 있다. 서쪽에는 밀뱅크(Millbank)를 중심으로 약 2천 명의 구제도 아미쉬(Old Order Amish)들이 살아가고 있다. 

 

●메노나이트들의 재래장터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 St.Jacobs Farmers’ Market

울위치 타운쉽(Township Woolwich)의 시골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초록색 지붕의 집들이 눈에 띈다. 메노나이트가 살아가고 있는 집이다. 도로에는 말이 모는 검은색 마차인 버기(Buggy)가 달리는 길임을 알려주는 도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다운타운 건물 뒤편에는 말과 버기(Buggy)용 별도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참으로 시골스러운 풍경일 따름이다. 

St.Jacobs Farmers’ Market
St.Jacobs Farmers’ Market

메노나이트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나, 잼, 꿀, 소시지, 치즈, 메이플 시럽 등을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에 내다 판다. 가격과 품질,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맛은 상당히 오가닉(Organic)하다.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던 중 메이플 시럽을 팔고 있는 한 메노나이트 여성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어떤 내용의 책을 읽고 있을까. 그녀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메노나이트 여성은 5살이 되면 보닛(Bonnet)을 쓴다. 이때 보닛에 달려있는 끈의 색으로 결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혼이라면 하얀색 끈을, 결혼을 하거나 서른 살이 넘으면 검은색 끈을 맨다. 옷은 꽃무늬 혹은 패턴이 있는 검소한 드레스를 주로 입으며, 머리는 자르지 않고 브레이드(Braid) 머리를 한다.


●여행의 시작
메노나이트 스토리 Mennonite Story

세인트 제이콥스 다운타운을 둘러보기 이전에 메노나이트 스토리(Mennonite Story)를 찾았다. 이곳은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메이션 센터이자 메노나이트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박물관이다. 영어에 대한 걱정은 필요가 없다. 오디오 가이드 기기인 아코스티가이드(Acoustiguide)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외에도 7가지의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1분  짜리 구제도 메노나이트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전시관을 둘러보면 그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은 매니저인 델 깅리치(Del Gingrich)씨와 자원봉사들에게 문의하면 된다.

Mennonite Story
Mennonite Story

Mennonite Story
홈페이지: www.stjacobs.com
오픈: 4~12월(월~토 11:00~17:00, 일 13:30-17:00), 1~3월(토 11:00-16:30, 일 14:00~16:30)
입장료 무료, 개인 기부 5달러  

 

●세인트 제이콥스의 터줏대감
스톤 크락 Stone Crock

스톤 크락 레스토랑, 제이콥스 그릴, 스톤 크락 베이커리. 이 모두가 숀즈(Shantz) 일가가 운영하는 비즈니스다. 스위스 출신, 메노나이트 마일로 숀즈(Milo Shantz)와 로라 숀즈(Laura Shantz)가 식당을 오픈한 때는 1975년이다. 세인트 제이콥스의 성장과 더불어 같이 성장했고, 1992년에는 베이커리도 오픈하게 되었다. 스톤 크락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이 음식을 담는 독을 뜻하는 크락(Crock)의 산지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슈니첼(Schnitzel), 캐비지 롤(Cabbage Roll), 프로기 라자냐(Pierogi Lasagna)등의 앙트레와 신선한 샐러드 바, 가정식 수프, 전통 파이 등 펜실바니아-독일 요리로 특징되는 스톤 크락 뷔페(Buffet)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앙트레 요리는 매번 바뀐다고 하니 질릴 수가 없을 듯하다. 가족 연회를 위한 숀즈 룸(Shantz room)이나 센츄리 룸(Century room)은 메노나이트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스톤 크락 레스토랑
스톤 크락 레스토랑
스톤 크락 레스토랑 뷔페(Buffet)
스톤 크락 레스토랑 뷔페(Buffet)
1 프로기 라자냐(Pierogi Lasagna) 2 풀드 포크 플랫브레드(Pulled Pork Flatbread)
1 프로기 라자냐(Pierogi Lasagna) 2 풀드 포크 플랫브레드(Pulled Pork Flatbread)

 

스톤 크락 베이커리는 숀즈 부부의 둘째 딸, 샌디(Sandy)가 운영하고 있다. 메노나이트 전통 빵인 티볼(Tea Ball)을 비롯해 머핀, 애플 프리터, 버터 타르트 등 메뉴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흑설탕, 버터, 사과 등을 넣어 만든 네덜란드 애플 파이(Dutch Apple Pie)는 스톤 크락의 인기 메뉴다. 모양은 수수하지만, 꿀맛이 난다.

딸기, 대황(Rhubarb), 사워 크림(Sour cream), 설탕, 밀가루 등을 넣어 만드는 딸기&대황 파이. 
1 스톤 크락 베이커리 티볼(Tea Ball)과 커피 2 네덜란드 애플 파이(Dutch Apple Pie)
1 스톤 크락 베이커리 티볼(Tea Ball)과 커피 2 네덜란드 애플 파이(Dutch Apple Pie)

Stone Crock Restaurant
주소: 1396 King St.N, St.Jacobs
홈페이지: www.stonecrock.ca

 

●수제맥주의 진수, Block 3

이탈리아 오스투니(Ostuni)에서 온 듯, 새하얀 건물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벨기에식 맥주를 맛볼 수 있다. 하루 10여 가지의 맥주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이곳의 오너 데릭(Derek)은 벨기에 스타일, 배럴숙성, 사워(Sour)맥주를 이곳의 특색으로 뽑는다. Block 3의 핵심 맥주는 King St. Saison, Beauty & The Belgian 그리고 Fickle Mistress 이렇게 3가지다. 

블록 쓰리 브루어리(Block 3 Brewery) 단골 고객들의 이름이 적힌 머그잔이 진열되어 있다. 
1 블록 쓰리 브루어리(Block 3 Brewery) 2 단골 고객들의 이름이 적힌 머그잔이 진열되어 있다. 
그 날의 맥주를 칠판에 적고 있다. ABV는 맥주의 알콜 함량,  IBU는 맥주의 쓴맛 정도를 뜻한다.
그 날의 맥주를 칠판에 적고 있다. ABV는 맥주의 알콜 함량,  IBU는 맥주의 쓴맛 정도를 뜻한다.
블록 쓰리 브루어리 맥주 
블록 쓰리 브루어리 맥주 

●장인들과의 만남
하멜 빗자루 공장과 선물가게 Hamel Brooms & A Gift to Remember

하멜 빗자루 공장에서는 수수(Corn)로 비를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1905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00년이 훌쩍 넘었다. 기계를 만든 회사는 이미 오래전 문을 닫았기 때문에, 고장이라도 나는 날에는 직접 수리공을 자처해야 한다. 빗자루 장인, 존 대번포트(John Davenport)씨의 빗자루는 정말 견고해 보인다. 빗자루 솔끝으로 세웠을 때 잘 서있으면 그 비는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겨울에 눈을 쓸어 치울 요량으로 하나를 구입해봤다. 가격은 18불이다.

하멜 빗자루 공장(Hamel Brooms)의 주인 존 하멜(John Hamel)
하멜 빗자루 공장(Hamel Brooms)의 주인 존 대번포트(John Davenport)

세인트 제이콥스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갤러리가 있는 선물 가게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건물 외벽에는 버기를 탄 여성과,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는 메노나이트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내부에는 아기용품, 나무를 깎아 페인트칠을 한 물고기 조각들, 메노나이트가 만든 메이플 시럽 등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있다. 특히 메노나이트와 세인트 제이콥스의 전경이 담긴 엽서는 주인장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주로 캐나다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A Gift to remember 외벽에 그려진 벽화
A Gift to remember 외벽에 그려진 벽화
186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 신발을 만들고 수선하는 신발 가게였다. 
186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 신발을 만들고 수선하는 신발 가게였다. 

Hamel Brooms & A Gift to Remember
홈페이지: www.agifttoremember.com
주소: 1395 King St. North, St.Jacobs

 

●메노나이트 농장으로 향하는
쌍두마차 투어 Horse Drawn Tours

메노나이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숙제가 없고, 체육수업이 없다. 밖에서 노는 것이 체육이고 등하교 하는 것이 운동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꾸미지 않고, 집안은 장식을 하지 않는다. 생일파티도, 영화나 콘서트를 즐기지도 않는다. 


메노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처럼 들려온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터전인 농장 방문은 더더욱 흥미롭고 가슴 설렌다. 메노나이트 농장투어는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에서 출발하는 쌍두마차 투어가 유일하다. 마부인 트렌트(Trent)는 어려보이지만 상당한 달변가다. 능수능란하게 말을 몰며 메노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그에게 메노나이트와 아미쉬(Amish)의 차이를 물었다. “몇 가지 단순한 차이가 있어요. 아미쉬는 턱수염을 기르고, 콧수염은 깨끗하게 깎죠. 메노나이트 성인은 수염에 괘념치 않아요. 아미쉬는 술, 담배를 하고 메노나이트는 하지 않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메노나이트와 아미쉬는 서로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일목요연한 답변에, 박수를 보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농장에 도착하면 메이플 나무숲 둘러보기, 시럽에 대한 이야기, 헛간 등을 둘러본다. 메노나이트와 이웃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돌아올 때는 아이들에게 말고삐를 맡기고 우리에게 퀴즈를 낸다. 메노나이트가 가장 많은 대륙은 어디일까? 북미가 아니라 아프리카라고 한다. 가족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메노나이트의 문화가 그들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노나이트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마부, 트렌트(Trent)
메노나이트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마부, 트렌트(Trent)
버기(Buggy)를 넣어두는 헛간
버기(Buggy)를 넣어두는 헛간
농장 안에 있는 퀼트 가게(Quilt shop) 
농장 안에 있는 퀼트 가게(Quilt shop) 

 

St.Jacobs Horse Drawn Tours
홈페이지: www.stjacobshorsedrawntours.com
요금: 성인 19달러, 어린이(4~12) 10달러

 

●퀄트 옥션 맛보기
뉴 햄버그 메노나이트 구제 세일 New Hamburg Mennonite Relief Sale

메노나이트의 여성들은 남는 시간에 퀼트(Quilt)를 한다. 겨울에는 퀼팅비Quilting Bee(4~20명의 여성이 누빔 이불을 만드는 모임)라는 조직을 만들어 봄과 여름에 결혼할 신부를 위한 퀼트를 제작한다. 손바느질, 혹은 재봉틀을 이용해 만드는 퀼팅은 메노나이트 여성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뉴 햄버그 메노나이트 구제 세일에서는 퀼팅비가 만드는 퀼트를 경매로 구입할 수 있다. 이 행사에는 올해 205점의 퀼트가 경매로 거래되었다. 낙찰가가 엄청나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말이 새삼 와닿는다. 어제의 기술이 오늘날의 예술 형태가 되고 있다.

과거 1967년, 매노나이트 교회에서 굶주리고,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조직되었고, 매년 5월 마지막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린다. 긴장감과 활력이 넘치는 경매 현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들은 메노나이트 중앙 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에 보내져 여러 목적의 구호를 위해 사용된다. 메노나이트 구제 판매에서는 퀼트 경매 외에도 히스패닉 메노나이트 음식인 푸푸사(Pupusa), 러시아 메노나이트 음식인 롤쿡켄(Rollkuchen) 그리고 MCC 자원봉사자가 만드는 딸기 파이(Strawberry Pie)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메노나이트 구제 세일(Mennonite Relief Sale)에서 퀼트 경매 모습
메노나이트 구제 세일(Mennonite Relief Sale)에서 퀼트 경매 모습

New Hamburg Mennonite Relief Sale
홈페이지: nhmrs.com

 

●독일식 혹Hock을 맛보다
하이델버그 식당 The Olde Heidelberg Restaurant & Tavern

세인트 제이콥스에서 차로 7분이면 하이델버그(Heidelberg)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독일식 전통 음식, 혹(Hock)을 맛볼 수 있는 The Olde Heidelberg Restaurant & Tavern이 위치한다.

이곳은 과거 역마차들이 하루 묵었다가는 주막이었다. 옆문으로 들어가면 열쇠를 받던 개찰구와 숙소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식당의 대표적인 3가지 메뉴는 훈제 돼지요리(Smoked Pock Hock), 돼지꼬리 요리(Tale of Pig), 그리고 소시지(Sausage)다. 요리 시간은 무려 3시간, 한주에 보통 800개의 음식을 판매하지만 연휴가 끼는 주는 2천 개 정도 팔린단다. 이곳에 위치한 모텔은 작은방 16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호텔의 반값이면 하루를 머물 수 있다.

하이델버그 식당(The Olde Heidelberg Restaurant & Tavern)
하이델버그 식당(The Olde Heidelberg Restaurant & Tavern)
하이델버그 독일식 돼지고기 요리 
하이델버그 독일식 돼지고기 요리 
역마차 주막의 옛모습이 남아있는 개찰구(Wicket)와 계단
역마차 주막의 옛모습이 남아있는 개찰구(Wicket)와 계단

The Olde Heidelberg Restaurant
홈페이지: www.oldhh.com
주소: 3006 Lobsinger Line, Heidelberg
전화 1-519-699-4413

 

글 ㆍ사진 이종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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