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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나쁜 여행지’를 위한 변명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08.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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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기자
천소현 기자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안 좋았던 여행지에 대해 글을 써야 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 칭찬 일색의 후기를 보고 여행을 갔다가 실망한 경험 때문에 나온 질문일 겁니다. 솔직하게 쓰는가를 묻는 것이기도 하겠죠.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나쁜 여행지가 없었습니다!” 네, 여러 가지 상황이 불편하고 일이 풀리지 않았던 여행은 있었습니다. 차가 막히고, 사람이 붐비고, 폭염이 극에 달하고, 바가지가 심했던 여행의 기억 하나쯤,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북새통의 유발자인 ‘그곳’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였을 뿐입니다.  


세상에 나쁜 여행지는 없지만, 나쁜 여행 글은 있습니다. 좋고 나쁨이 너무 쉬운 글입니다. 편견과 오해, 무지를 확산하는 글이죠. 그래서 여행 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쓰여야 하는 글입니다.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려 주고, 과장된 부분은 바로잡고, 평가 절하된 부분은 재평가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글은 ‘경험으로 써 낸 균형 잡힌 사용설명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중훈 작가는 코소보에 다녀왔습니다. 거기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실제 코소보는 고립된 역사만큼 아름다움이 고여 있던 곳이었답니다. 김진 작가는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인도는 상상했던 모든 것을 깨어 버리는 역설의 나라인데, 그는 오히려 상상했던 인도를 만나서 기뻤다고 했습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나라’ 코소보와 ‘일상이 불편한 나라’ 인도를 다녀온 두 작가의 여행은 균형 잡힌 설명서로 쓰였습니다. 


저는 극적인 희비가 교차했던 태국 치앙라이를 다녀왔습니다. 동굴 소년들을 구출해 낸 여러 나라의 다이버들이 태국 정부의 배려로 치앙라이를 여행하는 모습을 페이스북에서 보았습니다. 산소도 빛도 부족한 동굴에서 사투를 벌였던 그들이 햇볕 가득한 화이트 템플 앞에 서 있는 사진이 뭉클하더군요. 치앙라이에 얼마나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공존의 에너지가 가득한지 알려 주어야 할 책무. 독자모델 은지, 인경과 함께해서 조금은 가벼웠습니다. 나쁘지 않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트래비> 팀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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