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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찾아 아빠와 삼만리

강원도편- 횡성, 평창, 속초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08.02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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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우리 술 여행을 떠났다.
내가 나고 자란 강원도로.

 

●횡성
술 박물관에 가깝다 국순당

아빠_술이 솟았다는 주천샘이 바로 여기 국순당 터에 흘렀다는구나. 양반이 잔을 들이대면 청주가, 천민이 잔을 들이대면 탁주가 솟았다는데, 우리 잔엔 어떤 술이 담길까? 
딸_우리 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 ‘주향로’와 우리 술 전문매장 ‘주담터’까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감할 만큼 즐길 거리가 많네요.

 

옛 설화에 보면 ‘주천’이라는 샘이 등장한다. 샘에서는 늘 술이 솟았는데, 신기하게도 양반이 가면 청주(淸酒)가, 상민이 가면 탁주(濁酒)가 나왔단다. 이야기 속 주천샘이 흐르던 그곳에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 전통주 공장인 국순당이 들어섰다. 국순당은 ‘우리의 누룩으로 좋은 술을 빚는 집’이라는 의미지만, 단순히 술을 빚는 집이라기보다는 박물관에 가깝다. 우리 술의 역사와 문화, 생산설비까지 체계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 ‘주향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잊혀 가는 가양주를 살리고자 하는 ‘복원주 프로젝트’, 환경 친화적인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해 업계 최초로 녹색기업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 또한 다른 양조장엔 없는 국순당만의 차별점이다.


국순당을 둘러보는 시간은 여행과 같다. 양조 공정 후 남은 폐수를 정화해 조성한 공장 연못과 산책로가 운치를 더한다. 백세주, 명작, 예담, 막걸리, 아이싱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는데 건강이 우선인 아빠가 먼저 약주 ‘강장 백세주’를 시음하고 나섰다. 인삼과 오미자 등 귀한 재료로 만든 강장 백세주는 일반 백세주보다 더 깊고 향긋한 향이 일품이다. 그럼 나는 평소 즐겨 마시던 캔 막걸리, ‘아이싱 자몽’으로! 자몽의 상큼함과 탄산의 청량감이 가미된 아이싱은 알코올 도수도 4도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마시기 좋다. 양조장 견학이 끝나고 기념으로 술 세트 한 상자를 받았지만, 돌아가기 전 아빠와 나는 술 전문매장인 ‘주담터’에 들렀다. 전통주는 물론, 피부까지 생각해 이화주로 만든 마스크팩도 몇 개 챙겼다. 그리고 그날 밤 알았다. 좋은 술은 피부마저 쏙쏙 흡수한다는 걸.

주소: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강변로 975  
주향로 견학 프로그램│화~토요일 평일 3회, 주말 2회(일~월요일 및 공휴일 제외, 최소 10일 전 예약)  
전화: 033 340 4300(내선 6) 
홈페이지: drink.ksdb.co.kr  
입장료: 무료

 

●평창
오직 평창의 맛 진부양조장

아빠_예전에 진부시장에서 보던 막걸리가 이 막걸리구나!
엄마도 한 병 사다 줘야겠다. 옛날 생각 많이 하겠어.
딸_저에겐 고향 술인 셈이네요. 오대산 당귀와 더덕, 평창에서 재배한 아로니아 막걸리까지 제 입맛에 아주 딱이에요.

1965년 진부탁주로 시작한 진부양조장은 평창의 대표 양조장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심재헌 대표는 오직 평창에서만 재배한 재료로 찰옥수수 생막걸리, 당귀막걸리, 생더덕막걸리, 아로아로주를 빚으며 물 역시 오대산의 물을 사용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가기 전부터 이미 정이 갔다. 강원도 평창은 다름 아닌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니까. 곡물이 별로 나지 않아 술을 빚기에 불리한 강원도에서, 그것도 3대째 이어 오고 있는 양조장이 아닌가.


오대산 찰옥수수 막걸리는 옥수수 착즙 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진득하고, 인공적인 향과 감미료 맛이 아닌 ‘진짜’ 옥수수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지난 6월 출시된 신제품 아로아로주 역시 아로니아가 듬뿍 들어가 향과 맛이 아주 진하다. 당귀분말이 들어간 오대산 당귀막걸리, 생더덕 농축액을 넣어 빚은 오대산 생더덕막걸리까지. 뭐 하나 빼놓기 어려울 정도로 아빠와 내 입맛에 딱이다. 고향의 맛일 테다.


“조그마한 널 데리고 장보러 자주 왔던 곳인데.” 진부양조장이 위치한 진부시장을 둘러보던 아빠는 엄마에게 가져다주겠다며 막걸리를 한 병 사셨다. 아무래도 한 병으론 모자랄 것 같지만, 다행히 진부양조장의 막걸리는 택배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부시장뒷길 57-5  
오픈: 매일 08:00~18:00, 연중무휴
전화: 033 335 7030  
홈페이지: jinbusool.kr  

●속초
설악산 자락에서 만든 술 설악 배꽃마을 양조장

아빠_배꽃이 많아 ‘이목로’라는구나.
배꽃 향기 그윽한 양조장에서 딸이랑 설악산도 구경하고 참 좋다.
딸_해양심층수가 들어간 술이라 그런지 다른 양조장 술보다 맛이 더 깔끔하네요!

예부터 배꽃이 많아 ‘이목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니, 이보다 적소일 순 없다. 2011년 설립된 배꽃마을 양조장은 이목로에 자리했다. 술 역시 ‘배(梨)’를 테마로 한다. 강원도의 새하얀 설원을 형상화한 설이(雪梨)주를 기본으로 새싹인삼이 통째로 들어간 설이인삼주, 생쌀발효기법으로 빚은 좋은설소주와 설이소주, 속초생탁과 솔향옥수수생동동주, 설악산생더덕동동주도 만든다. 배꽃마을 술의 특별함은 해양심층수에 있다. 동해에서 뽑아 올린 심층수가 들어간 술은 영양과 미네랄이 더 풍부해서인지 하나같이 맛이 청량하고 깔끔하고, 탄산감이 적당히 돈다. 


양조장을 둘러보다 반달가슴곰 모양을 한 소주병을 발견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멸종위기의 반달가슴곰의 마지막 자취가 1983년 설악산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데 배꽃마을 양조장 오성택 대표는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소주병을 만들었단다. 희소식이라면, 2004년 종(種) 복원 사업을 통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들이 방사됐다고. “백두대간을 타고 올라오는 반달가슴곰의 습성을 고려했을 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곳 설악산까지 오지 않을까요?” 오 대표의 바람대로라면, 조만간 반달가슴곰을 모티브로 한 우리 술도 출시되지 않을까. 배꽃마을 양조장에서 내다보이는 설악산 울산바위와 잘 어울릴, 그윽한 향이면 좋을 것 같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이목로 104-49  
오픈: 월~금요일 09:00~18:00(토~일요일은 문의)  
전화: 033 637 1199  
사전 문의 후 방문시 양조장 투어 가능, 속초 시내 마트에서 제품 구입 가능

 

*트래비스트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트래비스트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traveller.noeul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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