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먹고 만들었네
자연을 먹고 만들었네
  • 서지선·주영두
  • 승인 2018.08.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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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종이 담긴 화분은 제각각 이름말을 가지고 있다

공주와 청양에서는 입과 손이 즐거웠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구수하게 들려왔다.  
맛에 재미까지, 시골여행의 새로운 발견이다.

공주

●엔젤농장에서 허브와 친해지기 
꽃내음 가득 담아 한 입


“친환경 유기농산물만 고집해요.” 오랫동안 건강한 먹거리를 연구해 온 안승환 대표의 얼굴에는 농사꾼의 자긍심이 새겨져 있었다. “유기농이 좋다고들 하죠. 그런데 왜 좋은 걸까요?” 과학시간으로 변모해 버린 순간에 당황하기도 잠시, 진지하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흙에서 뒹굴며 자란 농촌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센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농약 없이 오롯이 병충해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 내며 성장한 식물들은 강할 수밖에 없어요.” 이 튼튼한 유전자를 가진 식물을 먹거리로 키워 내는 일이 안 대표의 사명인 것이다. 

좋은 흙에 정성껏옮겨 담은 페피노
좋은 흙에 정성껏옮겨 담은 페피노

 

엔젤농장은 1997년부터 식용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먹는꽃허브’는 엔젤농장의 가장 큰 자랑이기도 하다. 마른 라벤더가 담긴 상자를 열자 진한 향이 코끝을 찔러 왔다. 친환경 허브는 유달리 강한 향을 내뿜는단다. 해외의 낯선 식용식물을 국내로 가져와 우리의 밥상 위에 올리는 것 또한 엔젤농장의 일이다. 이날 우리가 직접 심어 본 식물은 작은 페피노 모종이었다. 풍부한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수퍼 푸드로 불리는 뉴질랜드산 과일이다. 페피노 모종을 옮긴 후, 유기물이 많은 검은 흙으로 꼭꼭 눌러 담았다. 손으로 만지는 순간, ‘아, 좋은 흙이구나’ 싶다. 흙을 만지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던가. 도시 농부들의 마음이 반짝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점심으로는 유기농 꽃과 채소로 만든 작은 뷔페식을 먹었다. 핑크빛 베고니아와 울긋불긋 한련화의 화려함에 홀려 한 그릇 담뿍 담아 왔다. 꽃잎을 조심스럽게 싼 뒤, 입속으로 쏘옥 집어넣었다. 꽃잎을 천천히 씹어 먹다 보니, 달콤하고 쌉쌀한 꽃내음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지수까지 한 단계 올라간 기분이었다.

크래커 위에 소복이올라간 꽃잎
크래커 위에 소복이올라간 꽃잎

 

엔젤농장
주소: 충남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 500-9  
전화: 041 841 5272
홈페이지: www.angelfarm.co.kr
주요체험 | 농장견학, 허브 알아보기, 꽃 비빔밥 만들기

글 서지선

 

●이삭농원에서 고추장 만들기 
전통장의 클래스 

 

우리나라의 장(醬)은 발효 과학이다. 분명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직접 느낀 적은 없었다. 충남 공주에 있는 이삭농원을 찾기 전까지는.
이삭농원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연구하고 만드는, 말하자면 ‘전통장 연구소’와 같다. 농원에 도착하자 육범수 대표가 공주의 역사와 함께 농원을 소개했다. 이날 이삭농원을 찾은 목적은 고추장 만들기 체험이었다. 독특하게도, 이삭농원의 고추장에는 공주의 특산품인 알밤이 들어간다. “알밤가루가 고추장 본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고, 그러면 맛이 더 차지거든요.” 레시피를 숙지하고서 재료들을 한곳에 모아 한참을 섞었다. 따로 놀던 재료들이 점점 하나가 되어 되직한 고추장의 모습을 갖추는 게 신기했다. 정성들여 만든 고추장은 유리 용기에 담아 잘 포장한 후 내 이름을 새긴 상표까지 달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비빔밥이다.

267년 된 씨간장이 보관되어 있는 장독대
씨간장 한 숟가락의 빛깔로 세월을 가늠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자 육 대표는 수많은 장독대가 늘어선 뒷마당으로 안내했다. 육 대표의 보물 1호이자 이삭농원 전통장의 근원인 ‘씨간장’이 보관돼 있는 곳이다. 육 대표가 할머니로부터 받은, 무려 조선 영조 임금 때 만들어진 장이라니 족히 260년은 넘은 셈. 당연히 씨간장에 대한 육 대표의 애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조심조심 몇 방울 떨어뜨려 맛을 봤더니, 생각보다 짜지가 않다. “간장에 여러 좋은 미생물이 함유되면 발효를 촉진해 본연의 맛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인위적인 과정이 아닌, 좋은 재료와 정성에서 우러나오는 맛. 굳이 발효 과학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전통장의 클래스는 그저 기본에 충실할 뿐이었다. 

267년 된 씨간장이 보관되어 있는 장독대

 

이삭농원
주소: 충남 공주시 의당면 의당로 745  
전화: 041 854 0153~2  
홈페이지: www.isaacfarm.com
주요체험 | 전통장(고추장, 청국장, 된장) 만들기, 두부 만들기

글 주영두

 

▶소랭이마을 소랭이활성화센터
2008년 폐교된 월산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숙소다. 소랭이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재탄생한 곳이기에 더욱 정겹다. 5인 가족실(8실), 10인 단체실(2실)을 갖추고 있으며,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과 20석의 소회의실도 있어 단체 야유회에도 제격이다. 급식소는 마을 부녀회가 운영하는 식당이 되었고, 운동장은 야외 공연장, 풋살 경기장 등의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소랭이앞산을 배경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도 있다.
주소: 충남 공주시 정안면 월산리 393 소랭이활성화센터(구 월산초등학교)
전화:  041 852 8250
홈페이지:  www.soraengi.com
요금: 가족실 6만원(성수기 10만원), 단체실 15만원(성수기 20만원)

 

▶밥꽃하나피었네
공주시에서 지정한 소문난 ‘농가맛집’. 농가맛집은 농촌진흥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농가 식자재 사용, 향토음식을 계승할 식문화 공간 보유 등 까다로운 조건에 합격해야 한다. 밥꽃하나피었네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계절별 식자재를 이용해 각종 나물과 쌈밥 등 건강한 음식을 코스 요리로 내놓는다. 플레이팅 또한 고급스러우니 맛과 멋, 가심비까지 모두 백점 만점에 백점.
오픈: 매일 12:00~20:00  
주소: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로 502
전화: 041 855 0696
가격: 강된장쌈밥 밥꽃정식 1만5,000원, 강된장쌈밥 밥꽃떡갈비정식 1만8,000원

 

▶마곡사
공주에 간 김에 들르면 좋을 곳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일본 장교를 살해한 후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은둔했던 절이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입구, 고려 말기에 지어진 오층석탑, 절 위쪽에 자리한 대웅보전까지. 삼국시대에 창건돼 고려, 조선을 거쳐 온 마곡사의 역사가 걸음걸음 다가온다. 
주소: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전화: 041 841 6220

 

청양

●해맞이목장에서 산양유 짜기
따듯한 한 모금, 뽀얀 피부는 덤  


아마도 가장 먼저 고추를 떠올릴 테지만, 청양은 산양유로도 알려진 동네다. 산양유 체험을 할 수 있는 해맞이목장을 찾기로 한 이유다. 젖소 우유가 아닌 산양유. 더구나 그 자리에서 바로 짠 맛은 어떨까, 목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젖을 짜는 동안 건초를주면서 산양을 달랜다
젖을 짜는 동안 건초를주면서 산양을 달랜다

해맞이목장에서는 직접 산양의 젖을 짜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체험에 앞서 김윤호 농장주의 숙련된 시범이 있었다. 보기에는 별것 아니어 보였는데 따라해 보니, 맘처럼 쉽지가 않다. 몇 차례 조교의 시범을 유심히 더 관찰하고 나서야, 드디어 산양유 짜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맛본 한 모금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 고소하고, 살짝 짭짜름하면서도 따듯했다. 가공되지 않은 산양유를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던 찰나, “사람의 모유와 90% 일치해서 바로 마셔도 무탈합니다.” 김윤호 농장주가 웃으며 안심시켰다. 산양유의 맛은 그날그날 산양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데, 이날 산양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던 것 같다. 

해맞이목장에서는 산양유를 직접 짜볼 수 있다
해맞이목장에서는 산양유를 직접 짜볼 수 있다

산양유 짜기 체험을 마치고 이번에는 산양유 비누 만들기 시간. 비누를 만드는 재료에 산양유를 붓고 끓인 후 틀에 넣어 1시간 동안 놓아 두니 산양유 비누가 짠, 하고 완성됐다. 산양유는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좋다. 풍부한 셀라늄 성분이 노화를 방지해 주고 피부 보습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안 그래도 혼자만 산양유를 맛본 게 마음에 걸렸는데 함께하지 못한 아내에게 뽀얀 산양유 비누를 선물하는 것으로 죄책감을 조금 씻어 냈다. 

산앙유가 첨가된 비누를 만드는 과정
산앙유가 첨가된 비누를 만드는 과정

해맞이목장
주소 :충남 청양군 남양면 돌보길 120-24  
전화: 041 944 1592
주요체험 | 산양유 짜기, 산양유 비누 만들기, 천연 구기자 샴푸 만들기, 승마 체험

글 주영두

●계봉농원에서 누에 체험하기 
뽕잎 위 누에의 삶이란


소가 아낌없이 내주는 동물이라 한다면, 누에는 아낌없이 내주는 벌레가 아닐까? 비단을 뽑아내 주고, 게다가 고소한 간식거리까지 되어 주니 말이다. 계봉농원에서 본 누에의 삶은 뽕잎 위를 뒹구는 것 그 이상이었다.  

‘누에 아파트’에 입주한 누에고치들
‘누에 아파트’에 입주한 누에고치들

타이밍이 좀 그렇긴 하지만, 곧이어 번데기 조림을 맛봤다. 조금 전 봤던 누에들이 떠올라 잠시 머뭇거렸던 젓가락이, 번데기 하나에 든 단백질이 달걀의 8배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떠나는 발걸음에 아쉬워하자, 옆에서 고치를 까던 할머니가 손에 누에고치를 기념이라며 한 움큼 쥐여 주셨다. 이렇게 많은 고치를 어디다 쓰냐고 묻자 “나도 몰러. 세수할 때 이걸루 세수하면 좋다잖혀. 많이 가져가”라신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정말, 누에고치가 천연 각질제거제로 인기다. 누에고치 패키지라는 것도 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 고마워요! 

누에의 삶을 한번에 볼 수 있는 학습공간
누에의 삶을 한번에 볼 수 있는 학습공간

알에서 갓 깨어난 3mm 크기의 아기 누에는 네 번의 잠과 탈피를 거쳐 5cm 크기의 어른 누에가 된다. 그리고 누에고치가 되고, 번데기가 되고, 나방이 된다. 계봉농원에서는 각 단계별 누에의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었다. “어른 누에는 7일 후면 뽕잎 식사를 멈추고, 소변을 보기 시작해요. 번데기가 되기 위해 자기 몸에 있는 수분을 모두 내보내는 거죠. 그리고 명주실을 토해 자기 자신의 몸을 지킬 누에고치를 만듭니다.” 누에들이 열심히 뽕잎을 뜯어 먹고 있는 동안 계봉농원 유원조 대표가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이곳 누에들은 칸칸이 분리된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누에가 높이 올라가 고치를 트는 성질을 이용해 누에들이 알아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회전식 틀을 마련한 것이다. 높은 곳에 누에고치가 몰리면, 무게에 의해 틀(아파트)이 빙빙 돌아간다. 아직 비어 있는 곳은 미분양된 곳이라는 유 대표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뽕잎 위를 뒹구는 누에의 모습. 자꾸 보면 조금 귀엽다
뽕잎 위를 뒹구는 누에의 모습. 자꾸 보면 조금 귀엽다

계봉농원
주소: 충남 청양군 목면 본의길 406-4
전화: 041 943 5795
홈페이지:  gyebong.modoo.at
주요체험 | 누에 먹이 주기, 뽕밭에서 잎 따기, 실 뽑기, 고치 공예

글 서지선


▶차와싸리골밥상
정갈한 밥상이 매력적인 청양의 농가맛집. 손수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간장도 담근다. 특히나 맛있었던 음식은 빨간 고추장떡. 찹쌀의 쫄깃한 식감이 으뜸이다. 식기는 문경 도자기 장인이 만든 고급 그릇을 사용한다. 직접 가꾼 차밭에서 딴 찻잎으로 우린 수제 녹차도 맛볼 수 있는데, 그 시원함이 여름의 갈증을 싹 가라앉힌다.
오픈: 매일 10:00~18:00(명절 휴무)
주소: 충남 청양군 남양면 충절로 382-20
전화: 041 944 2363  
가격: 싸리티밥상 1만5,000원, 차향밥상 2만원

 

*충청남도 음식관광 ‘농가맛남’은 ‘농가맛집과 떠나는 시골체험’을 테마로 한 여행이다. 개성 있는 농장 체험과 맛집 탐방이 포함된다. 농어촌관광 전문 여행사 ‘시골투어’에서 예약할 수 있다. 

글·사진 Traviest 서지선·주영두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충청남도농업기술원 cnnongup.chungnam.go.kr, 시골투어 www.sigo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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