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 룩소르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 룩소르
  • 이동미
  • 승인 2018.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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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물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하트셉수트의 장제전. 절벽 아래 세 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현대 건축물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하트셉수트의 장제전. 절벽 아래 세 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죽은 왕들이 사는 룩소르의 서안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 신 왕국 시대의 수도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다. 이틀 동안 이곳에 정박하며 유명한 왕가의 무덤과 신전들을 둘러볼 차례다. 룩소르는 나일강을 기점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나뉜다. 동안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안은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왕의 무덤과 제사 의식을 치르는 장제전, 일반 사람들의 무덤은 모두 서안에 있다. 반면 동안은 룩소르, 카르나크 같은 신전이 많이 남아 있고, 신전과 궁전으로 이어지는 탑문이 100개나 존재한다. 


정박한 배에서 바라보는 동서의 풍경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서안은 강변을 따라 드문드문 집들이 위치해 있어 밤에는 더욱 적막하게 느껴진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불빛은 하나도 없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동안에는 노란 불빛이 가득하고 모스크와 첨탑 등이 가득하다. 


해가 뜨기가 무섭게 서안으로 향했다. 신 왕국 시대의 대표 여성 파라오였던 하트셉수트의 장제전을 보기 위해서다. 이곳은 기원전 15세기에 하트셉수트 여왕을 위해 지은 것으로, 석회암 절벽 아래 3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다른 유적과 달리 장제전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모던하고 절제된 건축양식 때문이다. 도저히 2,50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계단을 오르면 하트셉수트의 거상이 늘어서 있는데, 여성 파라오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 하트셉수트는 건장한 체격과 턱에 단 가짜 수염까지, 늘 남성 파라오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하트셉수트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18세기 신성문자를 해독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장제전과 함께 서안에서 꼭 들러볼 유적지는 ‘왕가의 계곡’이다. 신 왕국 시대의 파라오들은 과거의 왕들처럼 더 이상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고 룩소르 서안에 왕실의 공동묘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곳이 바로 왕가의 계곡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투트모세 3세와 세티 1세, 투탕카멘을 비롯한 여러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다. 왕가의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무덤은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묘다. 황금 마스크와 황금관, 황금으로 그려진 벽화까지 그대로 남아 있던 투탕카멘의 무덤은 현재 관람이 가능하다.  

서안을 빠져나오면서 본 멤논의 거상. 신전은 사라지고 아멘호텝 3세의 석상 두 개만 남아 있다
서안을 빠져나오면서 본 멤논의 거상. 신전은 사라지고 아멘호텝 3세의 석상 두 개만 남아 있다
기다란 주사기 형태로 만들어진 람세스 9세의 무덤 맨 안쪽에는 관을 놓았던 자리와 벽화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기다란 주사기 형태로 만들어진 람세스 9세의 무덤 맨 안쪽에는 관을 놓았던 자리와 벽화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영원히 살아 있는 신들의 동네, 룩소르 동안 


4박 5일간의 마지막 일정은 룩소르 동안에 위치한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대미를 장식하는 장소로 두 신전은 충분히 화려하고 특별했다.

카르나크 신전은 이전에 찾았던 에드푸 신전이나 필레 신전의 탑문과 유사하다. 시기적으로는 카르나크 신전이 가장 먼저 지어졌다. 규모 역시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 가장 크다. 중 왕국 때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신 왕국,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까지 무려 1,000년에 걸쳐 증축되었다. 신 왕국 시대에 지어진 신전들은 대부분 한 명의 파라오가 완성한 것이 아니라 후대 파라오들이 계속 건축을 이어 나간 ‘파라오들의 공동작품’이다.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왕인 람세스 2세. 룩소르 신전 입구에는 원래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와 거상 4개가 세워져 있었다. 현재 복원을 거쳐 5개가 완성되어 있다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왕인 람세스 2세. 룩소르 신전 입구에는 원래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와 거상 4개가 세워져 있었다. 현재 복원을 거쳐 5개가 완성되어 있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모시는 3신은 룩소르 지방의 수호신인 ‘아몬’과 아몬신의 부인인 ‘무트’, 그리고 전사의 신, ‘몬투’다. 머리는 아몬신을 상징하는 숫양으로, 몸은 사자로 이루어진 스핑크스가 도열한 길을 지나면 첫 번째 탑문이 등장한다. 두 번째 탑문 앞에 마주보고 서 있는 람세스 2세의 거상도 유명한데, 한쪽 석상 발쪽에는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조각상도 함께 자리한다. 네페르티티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알려져 있다. 어느 기념품 숍을 가도 그녀의 얼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람세스 2세 때 완성된 제2탑문을 지나면 대열주실(大列柱室)이 펼쳐진다. 12개의 거대한 원기둥을 포함, 총 134개의 큰 기둥이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카르나크 신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잇는 길에 도열해 있는 스핑크스들. 사람 얼굴에 사자 몸을 한 스핑크스도 현재 복원 중에 있다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잇는 길에 도열해 있는 스핑크스들. 사람 얼굴에 사자 몸을 한 스핑크스도 현재 복원 중에 있다

 

룩소르에는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신전이 있다. 바로 룩소르 신전이다. 이미 많은 신전들을 보고 온 터라 덤덤할 법도 한데, 룩소르 신전은 또 새로웠다. 특히 신전 입구에 세워진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들과 오벨리스크는 자석처럼 여행자들을 끌어당겼다. 입구에는 본래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와 입상 4개가 좌우로 3개씩 서 있었지만 모두 훼손되고 3개만 남았었다.

현재는 복원작업을 통해 총 5개의 석상이 채워졌다. 오벨리스크 탑도 원래는 2개였지만 현재 하나만 남아 있다. 나머지 하나는 이집트 총독이었던 무하마드 알리가 1836년에 프랑스에 기증해 현재 파리 콩코드 광장에 세워져 있다. 반 토막 난 입구임에도 강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모든 석상들이 채워지고 나면 그 위용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흥분됐다.    

카르나크 신전의 제3탑문과 4탑문 사이에 있는 오벨리스크. 원래는 투트모스 1세, 2세,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가 있었으나 지금은 두 개가 남아 있다
카르나크 신전의 제3탑문과 4탑문 사이에 있는 오벨리스크. 원래는 투트모스 1세, 2세,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가 있었으나 지금은 두 개가 남아 있다

 

룩소르 신전에서는 매년 나일강이 범람하는 시기에 맞춰 카르나크 신전의 신들을 배에 태워 신전을 옮기는 의식을 치렀다. 그 의식을 ‘오페트 축제’라고 하는데, 룩소르 신전은 축제를 치르기 위해 지어진 카르나크 신전의 부속 신전이었다. 부속 신전이라고는 해도, 규모가 상당하고, 오페트 축제에 대한 부조도 열주마다 새겨져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본래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은 성스러운 길을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인간의 얼굴에 사자 몸을 한 2,000개의 스핑크스가 세워져 있었단다. 현재 단 하나만 남아 있는 스핑크스를 기준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라 꽤 많은 스핑크스가 이미 들어서고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신전 투어를 마치고, 배로 돌아와 한가롭게 반나절을 보냈다, 때론 저녁 먹을 때까지 아무 일정도 없이 보내는, 이런 한가한 날을 언제 또 누려 볼 수 있을까? 이번 나일 크루즈는 출장이 아니라 개인 여행처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배를 나설 때 새로운 승객들이 크루즈에 오르고 있었다. 지배인은 그들을 반긴다. “웰컴 홈!” 룩소르에서 다시 아스완으로 나일강을 따라 내려갈 그들을 보고 있으니, 첫날이 문뜩 스쳐갔다. 모래색 빛 추억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흩어진다.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이집트관광청 Egypt.travel/en, 02 226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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