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의 It’s IT] 디지털 시대의 여행 아비투스(Habitus)
[양박사의 It’s IT] 디지털 시대의 여행 아비투스(Habitus)
  • 양박사
  • 승인 2018.08.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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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사

 

일반적으로 상품의 시장진입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많이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가 STP다. 의미는 S(Segmentation, 세분화), T(Targeting, 타깃팅), P(Positioning, 포지셔닝)로  즉, 시장 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특정하고 이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차별화하는 것을 말한다. 


항공 산업에서 STP 전략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단거리 노선만 운영하던 A항공사가 어느 날 뉴욕으로 취항을 결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A항공사는 뉴욕 노선에 대한 수요를 세분화(Segmentation) 한다. 뉴욕에서 다양한 공연이나 미식문화를 즐기려는 20~30대 레저 수요부터 출장이나 사업을 위한 비지니스 수요, 유학생이나 가족 방문 수요까지 매우 다양한 분석 결과를 얻게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목표 고객층을 설정(Targeting)하게 된다. A항공사는 레저와 비지니스를 위한 수요를 주 공략층으로 설정하고 이에 따라 각 고객층에 차별화된 마케팅전략(Positioning)을 수립한다. 예를 들어 가격에 예민한 20~30대 레저 수요층을 대상으로는 마일리지나 무료 수하물이 제공되지 않는 그야말로 초저가 항공권을, 반대로 비지니스 수요층을 위해서는 일정변경이나 취소가 매우 유동적인 항공권을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된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경제나 경영학 분야가 아닌 사회인문학 분야에서도 인간의 성향과 취향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1970년대 프랑스 주요 사회학자 중 한 명인 삐에르 부르디외의 책 <구별 짓기>는 사람들의 문화적 취향이 인간사회의 계급이나 학력에 의해서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분석을 하고 있다. 계급적이고 구조적인 사회 환경에 따라 사람들에게 내재된 취향이나 습성을 부르디외는 ‘아비투스(Habitus)’라 정의하며 이러한 아비투스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매우 단순한 예로 어느 일류 호텔에서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곳엔 당연하듯 고급 와인이 준비될 것이다. 특별한 요청이 없는 한 이 행사에서 사람들이 서로 소주잔을 기울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STP전략의 예와 같이 (경제 혹은 사회적 위치와 성향 분석을 바탕으로) 마치 면도날로 가른듯한 날선 시장세분화를 통해 확실한 수요층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단지 말뿐인 전략수립으로 그칠 때가 많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에 의한 영향력도 현대 사회에선 한계성을 갖는다. 고객의 구매심리가 과거에 비하여 복잡하고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텔 예약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적 혹은 경제적 층위에 따라 호텔을 선택해왔다면, 최근에는 럭셔리 5성급 호텔 1박과 가성비가 좋은 게스트하우스에서 3박을 섞어 일정 예산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의 구매패턴이 눈에 띈다. 또 항공사의 기내 와이파이 제공의 중요성에 대한 조사에서 비지니스 수요층보다 레저 수요층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예들은 단순히 고객의 연령대, 성별, 사회 경제수준에 맞춰 시장 및 고객을 세분화 하는 것이 이제는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고객의 개인적 취향이 크게 반영되는 여행업의 특성상 고객층을 몇몇의 집단으로 ‘구별 짓기’ 하는 것은 점점 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마케팅 영역에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IT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기술은 과거 시장세분화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남겨진 디지털 발자취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I는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어떤 한 고객이 평소에 음식에 관심이 많고 해외에서도 유명 레스토랑을 예약한 횟수가 많다고 분석되면 AI는 호텔 예약시 이 고객에게 조식이 훌륭한 호텔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앞서 이미 말했듯 많은 산업군 중 특히 여행이란 분야에는 부르디외가 주장했던 일반적인 ‘아비투스’가 더 이상 적용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여행의 ‘아비투스’는 우리가 남기게 될 데이터, 디지털 발자취를 통해서만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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