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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함께해 줘서 뜨리마 카쉬!

  • Editor. 정은진
  • 입력 2018.09.03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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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기만 했던 존재가 이리도 소중할 줄은 몰랐다.
사마사마*. 고마운 여행이었다.

*뜨리마 카쉬│‘감사하다’는 뜻의 말레이어.
*사마사마│‘나도 감사하다’는 뜻의 말레이식 대답 인사.

툰구 압둘라만 해양공원 사피섬의 비취색 바다
툰구 압둘라만 해양공원 사피섬의 비취색 바다

●Day 1 
우리는 지금 코타키나발루 


이전부터 많은 국가들의 침략을 겪어 오며 다양한 색깔과 문화를 갖게 된 말레이시아. 그중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Borneo)섬 북부, 키나발루(Kinabalu)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작열하는 태양, 상아빛 해변, 반딧불이 반짝이는 청정 숲, 하늘에 닿을 듯한 야자수와 상냥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정글처럼 뒤섞여 천천히 흘러가는 코타키나발루에서 3박 5일 동안 아홉 가족과 함께한다. 늦은 밤 도착한 탓에 아름답다 소문난 정취를 느낄 순 없었지만 피부에 닿는 뜨끈한 열기가 우리의 기대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공항에서의 기대감과 설렘이 5시간의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 즈음, 다행히 숙소에 안착했다. 코타키나발루 북쪽, 고풍스럽고도 아늑한 넥서스 리조트(Nexus Resort & Spa Karambunai)에.

전통 악기 쿨린탕을 켜는 연주가
전통 악기 쿨린탕을 켜는 연주가

●Day 2 
모두가 인생 경험이네!


삐롱삐롱, 째째짹. 습기 먹은 새소리의 울림이 에어컨의 냉기를 뚫고 침대 쪽으로 들어왔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하나투어문화재단 디렉터님과 매니저님, 그리고 서울시 사무관님도 일찍이 로비에 나와 가족들을 반겼다. 보르네오섬의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모두들 달뜬 얼굴을 하고 있다. 


한껏 꾸민 가족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이 여행을 얼마나 기다렸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당연해지면서, 어쩌면 소원해졌을지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여행은 충분한 대화의 장이 되어 주겠지. 단 며칠 동안이지만 여행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리란 것을 굳게 믿으며 첫 일정인 라군 파크(Ragoon Park)로 들어섰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정글을 탐험하며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수상가옥에 들어서니 말레이시아의 전통 악기인 ‘쿨린탕(Kulintang)’의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금속의 청명한 울림은 꼭 어린 아이의 맑은 눈동자와 닮았다. 얽히고설킨 맹그로브 나무 서식지 깊숙이 들어가 악어 출몰지역을 탐방한 가족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 보트가 고장 나 잠시 감돌았던 긴장감은 “아오, 이것도 인생에 남는 경험이 되겠네!”라는 한 꼬마의 우스갯소리에 무장해제 됐다. 켈리베이(Kellybay) 입구로 돌아와 옹기종기 모여 전통염색 체험과 수상스포츠도 즐기고 해먹에 누워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늦은 오후, 청정지역에만 살아가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숙소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코타 블루드(Kota Belud)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쉽게도 세계 3대 석양에 든다는  아름다운 석양은 볼 수 없었지만 해변에 서식하는 게들이 만들어 낸 기이한 무늬와 우유니 사막을 방불케 하는 반영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새겼다. 


드디어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 반딧불이 투어. 거뭇거뭇 어둠이 내린 저녁, 맹그로브 나무가 무성한 강 위를 유영하던 배 위에서 현지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모두들 “하나, 둘, 셋!” 소리치니 숨어 있던 반딧불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쏟아지는 탄성과 함께 모두의 머리 위로 눈부신 빛이 흐드러졌다. 반딧불이의 연둣빛 반짝임을 눈에 담는 아이, 그 아이를 눈에 담는 부모님,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우리 모두 반딧불이와 별빛 사이를 거닐며 황홀한 밤을 보냈다. 

맹그로브 숲은 보르네오의 역사처럼 켜켜이 얽혀 있다
맹그로브 숲은 보르네오의 역사처럼 켜켜이 얽혀 있다

 

청정 열대우림과 어우러지는 넥서스 리조트
청정 열대우림과 어우러지는 넥서스 리조트

 

●Day 3 
가족이란 이름의 따스한 바다


비취색으로 빛나는 바다, 투명한 물 안에서 발을 간질이는 열대어, 사람들 곁을 맴도는 원숭이 가족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해변을 거니는 도마뱀. 더 이상 묘사하자면 식상한 비유로만 끝날 이곳은 코타키나발루의 최대 휴양지인 툰구 압둘라만 해양 공원(Tunku Abdul Rahman National Park)이다. 사피섬과 마누칸섬, 가야, 마무틱, 술룩, 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곳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엔 동남아시아의 최고봉인 키나발루산해발 4,095m의 웅장한 용모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스노클링, 시워킹(See Walking)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피섬. 늦은 아침, 우리는 배를 타고 사피섬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도착하자마자 얼굴에 번진 미소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재빨리 장비를 빌려 바다로 뛰어든다. 수평선에 닿을 듯, 끝없이 넘실대는 바다가 상냥하게 파도를 내어 준다. 투명한 물에 흠뻑 몸을 담그며 소비된 체력은 싱싱한 해산물로 다시 채워 넣었다. ‘함께’. 그들이 행복해 하는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다. 나도 저들처럼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같이 있어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가족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저녁 시간.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 ‘가족愛 마음알기’ 행사가 숙소 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이번 여행에는 독특하게도 쌍둥이 가족 세 팀이 참가했는데, 같은 얼굴들이 같은 의자에 앉아 졸음을 몰아내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모두의 피로를 잠시나마 씻어 줬다. 행사를 위해 몇 달을 준비했다는 운영진들의 즐거운 진행에 분위기가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작은 상품을 탈 수 있는 게임, 서로의 팀워크를 겨루는 퍼즐을 하며 가족들의 몸과 마음은 한껏 풀렸다. 평소엔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나누며 점차 따뜻해져 갔다.  


“밖에서 늘 일을 하느라 아이들 밥을 해 주지 못했어요. 직접 한 따뜻한 밥을 못 먹이고 키웠다는 것, 그게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건장하게 아들 쌍둥이를 키워 낸 아빠의 고백에 도무지 카메라를 들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뚝뚝하지만 속내를 쉬이 꺼내지 못했을 가장의 진솔한 말이 너무나 크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미 눈시울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가족들과 나는 마침내 눈물을 쏟았다. 두 시간 동안 웃음과 눈물이 번갈아 이어진 감동을 하늘도 아는지, 간밤엔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세찬 빗소리에 그간 뭉쳐져 있던 감정들도 휩쓸려 나갔다. 한국에 두고 온 딸과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문득 그리워졌다. 다투기도, 그래서 섭섭하기도, 즐겁기도 했던 그 소소한 일상이 바로 행복이었음을, 어리석게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아홉 가족들의 화합을 보며 깨달았다. 

푸른 밤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향연
사피섬의 정글 속, 원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원숭이
사피섬의 정글 속, 원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원숭이
육지와 사피섬, 바다와 하늘을 잇는 나무 다리
육지와 사피섬, 바다와 하늘을 잇는 나무 다리

●Day 4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여서 고마워


마지막 날의 태양이 밝았다. 가족들이 수영장에서 물놀이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 간밤에 내린 비에 촉촉해진 숲을 달렸다. 야자수가 우거진 숲, 드넓은 해변, 잔잔한 파도, 한껏 머금은 미소로 아침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여유로운 풍경들이 페달 곁으로 스쳐 지나갔다.


마리마리 민속촌(Mari Mari Cultural Village) 방문을 위해 페남팡(Penampang) 지역으로 이동했다. 마리마리는 말레이어로 ‘오세요 오세요’라는 뜻으로, 민속촌에서 말레이시아 전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분지에 위치한 민속촌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다리를 건너니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전통 가옥들이 등장했다. 

마리마리 민속촌 전경
마리마리 민속촌 전경
전통음식을 여행객에게 내주는 두산족 여인
전통음식을 여행객에게 내주는 두산족 여인

 

말레이시아 전통주에 간단한 음식을 곁들여 먹으며 가옥들을 순례했다. 두산족 등 소수민족 차림을 한 민속촌 직원들이 옛 방식대로 불을 피우거나 요리를 하며 말레이 사람들의 전통을 몸소 설명했다. 입으로 화살을 불어 과녁을 맞히는 무릇족의 사냥법, 천장에 매달아 놓은 인형에 닿게끔 점프하며 노래하는 놀이 등 다양한 체험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즐기기에도 충분했다.

과거 세계로 이어지는 마리마리의 흔들다리
과거 세계로 이어지는 마리마리의 흔들다리

 

더위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신비로운 문양의 헤나 문신을 하나씩 새긴 가족들의 어깨가 마리마리 전통 공연으로 흥겹게 들썩였다. 시원한 음료가 제공되는 공연장에서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무대에 불려나가 함께 춤을 추기도 하며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필리핀 마켓에서 다양한 열대과일 맛보기,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과식하기, 오일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감을 씻는 것으로 여행은 알차게 마무리됐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서 고마웠던 시간들. 그리고 여행 끝에 다시 이어질 이들의 일상. 그 일상에 지쳐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만 보게 된다면 또다시 함께 떠나 보기를 바랐다. 한껏 웃고 있는 지금을 떠올리며 ‘가족愛’의 소중함을 다시금 ‘재발견’할 수 있기를.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알게 된 ‘가족愛 마음알기’ 시간
무릇족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시간
무릇족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시간

‘가족愛재발견’은 하나투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 ‘희망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행의 기회가 부족한 가족에게 여행을 지원함으로써 가족애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2018년 7월12~16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에 아홉 가정이 참가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하나투어문화재단과 서울시가 주최했고 하나투어가 함께했다.

*독자기자 정은진  두 발로는 걷기를, 두 눈으로는 보는 것을, 두 손으로는 기록을 즐기는 여행작가. 그림과 사진, 영화를 전공했지만 어느 하나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여행이라는 자유로움에 돛을 달았다. 평평한 생활에 안착해 가던 차 ‘가족愛재발견’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됐다. 


글·사진 정은진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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