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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둘이 술맛 나는 여행

경상북도 안동편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09.03 14:57
  • 수정 2018.09.0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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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왔다는 우리나라 3대 명주부터 안동 쌀로만 빚은 막걸리까지.
두루두루 술맛 나는 여정이었다.

 

●명인과의 술 한 잔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

아빠_안동소주를 마셔만 봤지, 만드는 명인을 만난 건 처음이구나. 귀한 분 만난다 해서 나도 한복을 차려 입고 왔다.  
딸_외국 손님들 만나면 늘 대접하던 술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기분이 남다르네요!

조선시대, 귀인을 만나려면 안동으로 가라는 말이 있었다. 양반들이 집촌을 이루고 살던 안동에는 손님에게 대접할 귀한 술을 빚는 동네로 유명했기 때문. 그래서인지 아빠는 한여름 무더위에도 곱게 한복을 차려 입으셨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조옥화 명인의 양조장으로 향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을 딴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는 현재 조옥화 명인의 아들 김연박 대표와 며느리 배경화 명인이 전수 받아 운영 중이다. 

오로지 쌀과 누룩, 물로만 빚는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는 45도로 도수가 높지만 향취와 감칠맛이 깔끔하다. 술덧에서 원액을 증류하는 정통 방식을 이어 온 덕분이다. 첫잔을 마시는 순간 알딸딸함은 잠시, 어느새 개운함이 느껴진다.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는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누룩을 직접 밟아보고 시음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안동의 향토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한다.

“아빠 칠순상과 제 혼례상에도 우리 전통주가 올라가면 좋겠어요.” 옛 혼례음식부터 제사상과 생일상 등이 곱게 차려진 곳을 구경하는 동안 아빠와 나는 입을 모았다. 박물관을 어느 정도 둘러본 뒤, 본디 술은 음식과 어우러져야 제 맛이라며 안동소주에 간고등어와 헛제사밥을 먹으러 가자고 아빠는 재촉하신다. 칠순은 아직 멀었으니 오늘 점심이라도 후하게 대접해 드려야겠다. 

오픈: 매일 08:30~17:30(연중무휴)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강남로 71-1
전화: 054 858 4541  
홈페이지: www.andongsoju.com


안동에는 수제맥주도 있다  
안동맥주


2017년에 오픈한 안동맥주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브루어리지만, 맛만큼은 ‘맥덕’들의 엄지척을 받은 실력 있는 브루어리다. 홉스터 IPA, 안동라거, 안동 금맥주, 안동 밀맥주 정규 라인 외에도 집시 브루어*들과 컬래버레이션한 맥주들을 만날 수 있다. 안동라거(5.1%, ABV)는 라거답지 않은 맛이 인상적이다. 맥주 본연의 맛인 맥아의 구수함, 홉의 상쾌함을 잘 구현했다. 최근 서울 집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시즌 맥주 ‘마링고Maringo(7%, ABV)’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과 망고 과육을 직접 넣어 만들었다. 다가오는 11월에는 산업단지길로 브루어리를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집시 브루어 | 양조장 없이 자체 개발한 레시피만으로 맥주를 양조하는 사람

오픈: 토요일 13:00~18:00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강남1길 49  
전화: 010 9956 9602  
인스타그램: andongbrewing


●700년 전통이 흐른다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아빠_하회탈 술병이 바로 이 술이었구나. 미니어처 병은 기념품 삼아 가져가서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겠다.
딸_안동소주가 이렇게 사랑받기까지의 과정을 들으니 좋았어요. 19도 안동소주가 제 입맛에 딱 맞네요.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예부터 안동소주는 술 외에 약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 역사가 무려 700년이나 되는 우리나라 3대 명주이기도 하다.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는 500년 넘게 가문의 비법을 이어 온 국내소주명가 반남박씨 25대손 박재서 명인의 공간이다. ‘찾아가는 양조장*’ 중 하나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더불어 안동 및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상생 상품도 판매 중이다. 한옥으로 지은 고즈넉한 체험실은 인증샷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같은 소주라도 집집마다 제조 방식이 다른 이유는 안동이 곡창지대인 탓에 가문마다 전수하던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빚는 이의 정성과 철학이 안동의 술마다 고이 담겼다. 그중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의 특징은 청주에서 증류했다는 점이다. 밀누룩 대신 쌀누룩으로 증류해 만들며 다른 안동소주보다 양조시간이 더 길다. 향이 짙고, 달달한 끝 맛은 흔히 마시던 희석식 소주의 인공적인 향이 아닌, 100% 쌀로 빚은 자연스러운 여운이다.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는 고도수의 안동소주를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19도, 22도, 35도, 45도 네 가지 도수별로 만들고 있다. 호리병, 유리병, 기차, 양반탈, 부부탈 등 병 디자인도 다양하게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양조장을 나서는 길, 아빠를 위해 하회탈로 만든 미니어처 안동소주를 한 병 샀다.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딸과의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서. 오늘따라 아빠 얼굴이 웃음이 가득한 하회탈을 더 닮은 듯싶다.

오픈: 월~금요일 09:00~18:00(주말 문의)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산업단지 6길 6  
전화: 054 856 6903  
홈페이지: www.adsoju.com  

 

●비단처럼 부드러운 막걸리  
회곡양조장

아빠_안동에는 안동소주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동 쌀로 빚은 막걸리에 안동 자색고구마로 만든 술까지 있구나.
딸_100% 쌀막걸리는 맑고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에요. 자색고구마로 빚은 ‘고백’은 제 마음을 대신 얘기해 주는 것 같네요.  

ⓒ회곡양조장
ⓒ회곡양조장

안동에 안동소주만 있지 않다. 낙동강 청정상류의 맑은 물과 질 좋은 쌀로 막걸리를 빚어 내는 회곡양조장은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지금의 권용복 대표까지 3대째 1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 왔다. 대표 술은 안동산 백진주쌀로 빚은 ‘순백진주쌀막걸리’, 약주 ‘예미주’와 ‘고백’이다. 백진주쌀은 오직 안동에서만 재배하는 고품질 유기농 쌀로 이름처럼 희고 곱고, 맛도 찰지며 부드럽다.

이런 쌀로 만든 막걸리라면 당연히 그 맛이 좋을 수밖에. 6도수의 순백진주쌀막걸리는 인위적으로 끈적이는 감이 없고 밀키(milky)하다고 해야 할까, 비단결을 맛으로 구현하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럽다.

고백은 젊은 층을 위해 선보인 트렌디한 술이다. 안동에서 재배한 자색고구마로 만든 술로, 이제 막 고백을 앞둔 얼굴처럼 붉은 기를 띄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13도로 꽤 높은 편이지만, 달달한 고구마 향으로 자극적이지 않아 한두 잔 홀짝이다 아빠와 나는 어느새 한 병을 다 비워 버렸다. 차례주로 선보인 13도수의 술 예미주까지, 이 모든 회곡양조장의 전통주는 현재 안동 시내에서만 구할 수 있다. 안동 여행의 빌미로 충분하다. 

ⓒ회곡양조장
ⓒ회곡양조장

오픈: 월~금요일 09:00~18:00(주말 문의)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산업단지 5길 39 
전화: 054 853 7777  
홈페이지: andongsul.modoo.at

 

*찾아가는 양조장 |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우리 농산물 소비와 전통문화 계승을 목표로 양조장 체험 프로그램과 제품 개발, 홍보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 현재 전국 30여 개의 양조장이 선정됐다.


트래비스트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트래비스트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traveller.noeul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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