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원시 부족을 만나다
에티오피아에서 원시 부족을 만나다
  • 최갑수
  • 승인 2018.09.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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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ka 진카

원시 부족을 만나다


우리가 아프리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들판에 서 있는 원주민의 모습이 그것이다. 에티오피아 남부에 위치한 오모 밸리(Omo Valley)는 아프리카 원시 부족을 만날 수 있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곳 중 하나이다.  오모강 주변으로 살고 있는 소수 부족들을 오모 밸리 부족(Omo Valley Tribes)이라고 통칭해서 부르는데 아리(Ari), 하메르(Hamer), 무르시(Mursi), 카로(Karo), 반나(Banna), 부미(Bumi), 수르마(Surma) 등이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 수는 25만명에 이른다. 수년 전만 해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도로가 그럭저럭 개발되면서 과거보다 방문하기가 수월해졌다. 오보 밸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진카(Jinka)라는 도시로 가야 한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진카는 아프리카의 소수 부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리족 마을로 가는 길
진카는 아프리카의 소수 부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리족 마을로 가는 길

진카 공항은 앞서 들렀던 랄리벨라나 곤다르와는 전혀   달랐다. 컨테이너 3개를 합친 건물이 들판에 외롭게 서 있을 뿐이었다. 공항 안에는 짐이 실려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도 없었다. 조그만 트럭이 비행기에서 짐을 싣고 와서 공항 바닥에 뿌려놓으면 승객들이 알아서 짐을 찾아 갔다. “화장실이 어디죠?” 공항직원에게 물었을 때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들판 저쪽을 가리켰다.

200m쯤 떨어진 들판 한가운데 양철로 만들어진 조그만 건물 하나가 서 있었다. 누군가 화장실이라고 말을 안 했다면 그 누구도 공항 화장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건물이었다. 굳이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참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공항 입구에는 토요타 랜드크루즈 4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이버 다니엘은 우리 일행을 태우고 부족 투어를 떠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에서 이틀 동안 운전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비행기로는 1시간이지만 차로는 12시간 넘게 운전해야 해.”

아리족 마을에서 만난 대장장이. 바나나 칼을 만들고 있다
아리족 마을에서 만난 대장장이. 바나나 칼을 만들고 있다

처음 만나게 될 부족은 무르시족. 입술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넓적한 접시를 끼우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두 번째 에티오피아 여행의 가이드를 맡은 데쓰(Dess)는 “이들 부족의 사진을 찍는 건 좋지만 조심해야 한다”며 몇 번이나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사진을 찍으면 한 장당 5비르를 줘야 하는데, 이 돈을 안 주면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기관총으로 쏘는 경우도 있어요.”

랜드크루즈는 산길을 뒤뚱거리며 올라갔다. 산이 깊어질수록 풍경이 바뀌었고 그 풍경 속의 사람들이 바뀌었다. 담요 한 장만 달랑 그것도 대충 걸친 소년들이 양과 염소를 몰고 내려왔다. 커다란 칼을 든 소년도 있었고 창을 든 소년도 있었다. 아프리카에 왔다는 것이 제대로 실감나기 시작했다. 


마을에 가까이 온 모양이었다. 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가이드 데쓰가 내려 이야길 나누더니 군복을 입고 AK 소총을 든 사람이 맨 앞 차에 올랐다. 다니엘이 그를 가리키며 ‘보디가드’라고 말했다. “가끔 게릴라전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마을에 도착하니 초가집 몇 채가 모여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나자 주위로 부족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잡지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얼굴과 몸에는 흰색과 붉은색, 푸른색으로 줄무늬를 그려 넣었다. 입술에는 커다란 접시를 끼우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뿔을 얹고 있었다. 일행 중에 유튜버가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혼잣말을 중얼중얼 대던 그녀는 이번에는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았다. “와, 분위기 험악하네요. 무서워서 카메라를 못 꺼내겠어요. 저 여기서는 안 찍을래요.” 데쓰는 다시 한 번 주의를 줬다. “사진을 찍을 땐 반드시 저한테 말하고 찍으세요. 그리고 찍고 나서는 반드시 10비르를 주세요. 그럼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커다란 접시를 입술에 끼운 무르시족 여인
커다란 접시를 입술에 끼운 무르시족 여인

에티오피아의 소수 부족인 무르시족은 독특한 ‘미’의 기준을 갖추고 있다. 입술에 ‘얼마나 큰 접시’가 들어가느냐로 최고 미인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무르시 부족 소녀들은 15~16살부터 입술에 접시를 넣는다. 이를 잘 해내기 위해 나무에서 오일을 채취해 바르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시집을 갈 때 더 많은 소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음식을 먹을 때, 아기를 돌볼 때 등을 빼고는 무르시족 여성들은 거의 언제나 접시를 착용하고 생활해야 한답니다.” 지금까지 제일 큰 접시를 입술에 달고 있었던 여인은 무려 20cm짜리 접시를 달고 있었다고 데쓰가 설명했다.


한스 실베스터라는 독일 작가는 이들을 촬영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과일, 잎, 나무 가지, 뿌리, 꽃 등 주변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 작가는 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치장한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치장하는 것이다. 수년 전 그의 사진을 보고 이들을 찍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가졌는데, 지금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말이다. 

머리를 땋아 올린 아리족 아이
머리를 땋아 올린 아리족 아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던 데다, 그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당황해서인지 몇 컷 찍지 못해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무르시족 사람들은 친절했다. 단, 손에 10비르를 쥐어 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두 번 울리는 순간 그들은 포즈를 풀고 다가와 다시 손을 내밀었다. “텐 비르.”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지폐를 쥐어 주었다. 그들은 내게 자신의 얼굴과 시간, 포즈를 기꺼이 제공했고 나는 그들에게 대가를 지불했다. 분명 정당한 거래다.

하메르족 마을. 전통 치마를 입은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메르족 마을. 전통 치마를 입은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영광의 상처를 찾아서 


하메르족 마을도 찾았다. 운전사 다니엘은 하메르 부족을 두고 “Very Very Beautiful People”이라고 했는데, 그의 설명대로 하메르 부족은 화려한 장신구를 몸에 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의 경우에도 귀걸이를 하는데, 귀걸이 수에 따라 남자가 지닌 아내의 수를 나타낸다고 한다.

전통 방식으로 머리를 땋고 화려한 목걸이로 치장한 하메르족 소년
전통 방식으로 머리를 땋고 화려한 목걸이로 치장한 하메르족 소년

하메르 부족은 독특한 성인식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하메르족 남성은 18~19세가 되면 ‘소 뛰어넘기(Bull Jumping)’를 해야 한다. 알몸으로 여러 마리의 소를 뛰어넘는 데 성공해야만 ‘진짜 사나이’로 인정받고 결혼할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자진해서 매를 맞는다. 등에 매질을 당하며 노래하고 춤도 춘다. 매질을 당함으로써 소 뛰어넘기 주인공을 응원하는 것이다. 데쓰는 ‘하메르족 여성들은 매질 의식을 통해 자신들이 주인공 남성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보여 준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몸에 남은 상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하메르족에게 매질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하메르족은 ‘전통’이라며 이 의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아프리카 소수부족을 만날 수 있는 키 아퍼 시장
다양한 아프리카 소수부족을 만날 수 있는 키 아퍼 시장

아무튼 지금 그들의 사진을 다시 보고 있다. 사진들은 미학적 성찰에 들게 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값비싼 그리고 알록달록한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 ‘문명 세계’의 여성들만 아름다운 것인가. 그들의 모습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라고. 


오모 밸리로 가는 길은 아프리카의 대평원이 펼쳐진다. 비포장 황톳길이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 길을 찍기 위해 가끔 차를 세웠다. 다니엘은 ‘도대체 뭘 찍는 거냐’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지만 우리는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길 한가운데 서서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사진을 찍다 보면 등 뒤로 멧돼지를 쫓아 뛰어가는 창 든 소년이 찍히기도 했다. 그러니까 에티오피아는 그런 곳인 것이다.  

아라바민치 차모 호수에서 만난 어부
아라바민치 차모 호수에서 만난 어부

 

●Arabaminch+Dorze+Hawassa
아라바민치+도르제+이와사

도르제 마을에서의 환대


여정은 진카에서 원시부족들을 탐방한 다음 아라바민치(Arabaminch)와 아와사(Hawassa) 그리고 발레마운틴 국립공원(Bale Mountains National Park)을 거치며 9일 동안 이어졌다. 아라바민치는 차모 호수(Lake Chamo)가 있는 도시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차모 호수에는 악어와 하마, 펠리컨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보트를 타고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호숫가에 드러누워 음험한 눈을 슬며시 뜨고 여행자를 지켜보는 악어를 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하마는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악어들이 호숫가에서 배를 타고 갈대를 뒤지며 낚시를 하는 어부들을 공격하지는 않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도르제 마을로 향하는 길
도르제 마을로 향하는 길

아라바민치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도르제(Dorze)라는 마을이 있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야 하는 고지대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공동체 마을인데, 마을 아래 목화밭에서 목화를 단체로 구매해 집집마다 옷감을 짜서 염색을 한 다음 공동으로 판매해 그 대금을 나눠서 살아간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마을을 구경시켜 주고 생활방식을 보여 준다. 도르제는 ‘베 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짜 바나나인 엔셋Ensete으로 곤조 꼬조Kotcho를 굽고 있다
가짜 바나나인 엔셋(Ensete)으로 곤조 꼬조(Kotcho)를 굽고 있다

이곳의 손님 접대 방식은 이렇다. 일단 여행자들이 들어오면 그들의 전통 가옥을 보여 준다. 대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그들의 집은 코끼리를 닮았다. “예전엔 코끼리들이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전부 사라졌어요. 이 집들은 코끼리를 본떠 지은 것이 맞습니다.” 레게 머리를 한 마을 이장 역할을 하는 청년이 말했다. 집을 보여 준 다음에는 베 짜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다음에는 음식을 대접한다. 그들 전통방식으로 만든 빵인데 이름이 ‘곤조 꼬조’다. 곤조는 예쁘다는 뜻이고 꼬조는 빵이라는 뜻이다. 그 빵과 함께 42도 정도 되는 술 아레키(Areqi)을 함께 내놓는다. 그리고 건배. 일단 세 잔은 마셔야 한다. 첫 잔은 환영의 의미. ‘웨델레이(Wedelay)’를 외치며 한 잔. 두 번째 잔은 행운을 빈다는 뜻에서 ‘요요요요요’(반드시 요를 다섯 번 해야 한다)를 외치며 또 한 잔. 마지막으로 ‘Come Back Again’을 기원하며 손님이 ‘요요요요요요’(반드시 여섯 번 해야 한다)를 외치며 한 잔.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술 자리는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이어진다. 곤조 꼬조는 이들에겐 주식이지만 여행자에겐 좋은 안주다. 술을 계속 마시다 보면 곤조 꼬조는 나중에는 ‘근데 꺼져’로 음이 변하게 된다.


술이 조금 취하면 마을 광장에 마련된 진열대로가 그들이 만든 스카프와 담요 등을 구경시켜 준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등장해 함께 노래를 부른다.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술을 마시고 함께 춤을 추다 보면 스카프를 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기분이 좋아진 여행자는 ‘마을 발전 기금’을 쾌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한아름 스카프와 담요를 사면서도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가격이 워낙 싼데다 이미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도르제 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운전사 다니엘은 에티오피아 음악을 크게 틀었고 어깨를 들썩이며 내려왔다. 술이 약간 취한 우리 일행도 음악에 맞춰 어깨를 흔들었는데, 갑자기 다니엘이 산길 한 편에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아, 도저히 안 되겠어. 잠깐만 내려서 춤추다가 가자.” 결국 우리는 차에서 모두 내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췄다. 그리곤 다시 차에 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텔로 돌아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은 물론 여행이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와사 호수, 고기잡이를 위해 노를 젓는 어부
아와사 호수, 고기잡이를 위해 노를 젓는 어부

아와사에서는 회를 먹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회를 먹은 것이다. 차모 호숫가에서 열리는 피시 마켓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시장 한 편에서 회를 팔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회야? 에티오피아에선 회도 먹어?” 데쓰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틸라피아 회에요. 그것도 아주 즐겨 먹죠.” 접시 위에 핫소스와 함께 소담하게 담긴 틸라피아 회는 심지어 먹음직스럽게까지 보였다. 데스는 내게 소스를 찍어 한 점 내밀었다. “먹어 봐, 이건 아디스아바바에서는 먹을 수 없는 거야. 호숫가에서만 맛볼 수 있어.” 그렇지, 에티오피아는 바다가 없지. 나는 1~2초간 망설였지만 먹기로 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자 뭔가 물컹하고 비린내가 가득하고 매운 것이 혀 위에 얹혔다. 대충 몇 번 씹고는 꿀꺽 삼켰다. 데스는 ‘어때?’ 하는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모름지기 그곳에 가면 ‘그곳의 음식은 꼭 먹어 본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여행작가를 하고 있지만 지금 다시 아와사의 틸라피아 회를 먹으라고 하면 절대로 먹을 자신이 없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가는 길. 에티오피아 전통 양식으로 지은 집을 쉽게 볼 수 있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가는 길. 에티오피아 전통 양식으로 지은 집을 쉽게 볼 수 있다

 

●Bale Mountains National Park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Bale Mountains National Park)은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해발 4,377m.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고원지대인데 멸종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 늑대와 콜룸부스 원숭이 같은 희귀동물들이 살아간다. 

해발 3,000m가 넘은 곳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 3,000m가 넘은 곳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아침 일찍 아와사에서 출발해 사륜구동차를 타고 발레 고바라는 도시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발레 고바는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탐방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찾은 게이세이 초원 지대를 지나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차는 자주 멈춰 서야만 했다. 사실, 에티오피아의 도로는 차보다는 양과 염소, 소떼가 더 많다. 목동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무렵이면 도로는 온통 이들의 차지가 된다. 차들은 이들을 피해서 갓길로 가야 한다. 양들은 그나마 비키는 척이라도 하는데 소들은 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뿔부터 들이민다. 소의 고집은 한국이나 에티오피아나 똑같다. 처음부터 피해 가는 게 상책이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사슴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사슴

게이세이 초원 지대에는 소보다는 원숭이가 많다. ‘바분’이라는 원숭이인데,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도 나왔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덩치가 큰 바분 한 마리가 도로를 떡하니 막고 있다. 뭔가 먹을 걸 내놓지 않으면 비켜 주지 않겠다는 단호하고도 결연한 얼굴이다. 한 녀석이 차를 막으면 길가에 있던 다른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차 보닛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툭툭 친다. 통행료를 내라는 것이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멧돼지 가족이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어금니가 멋있게 휘어진 아빠 멧돼지는 ‘그냥 뭐라도 주고 가세요’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는 휙 뒤돌아 가 버린다. 그 뒤에서는 사슴들이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있다. 차에서 내려 옥수수 튀긴 거라든지 바나나 같은 걸 한 보따리 내놓아야 비로소 길을 비켜 준다.

해발 4,377m의 발레 마운틴은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해발 4,377m의 발레 마운틴은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꼭대기까지 차가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정상의 높이인 4,377m를 표시한 표시석이 서 있다. 바람이 세차다. 자이언트 로빌리아, 엘 크리지엠, 에버라스트 등 고산식물들이 살아간다. 에티오피아 늑대를 꼭 만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트레킹으로 탐방할 수 있는데, 말에 텐트와 음식을 싣고 가이드와 함께 다녀야 한다.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해발 4,000m의 고원지대를 트레킹해야 하니 상당한 체력이 소요될 것이다.


글·사진 최갑수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티오피아항공 02 733 0325, 에티오피아 대사관 +251 113 72 8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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