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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엔 홍콩에서 산책할래요?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8.10.01 14:25
  • 수정 2018.10.0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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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홍콩의 밤은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강화송
반짝이는 홍콩의 밤은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강화송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걸어야 한다. 
빌딩 사이, 좁은 골목 틈틈이 발자국을 찍으며. 
가을에 홍콩을 만난다면 한여름 동안 숨어 있었던 
당신의 걷기 본능이 깨어날지 모른다.

영화 속 시간에 멈춰 있는 것 같은 올드타운센트럴의 풍경.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위)와 할리우드 로드(아래)는 무심히 걷기엔 마음을 빼앗길 것들이 너무 많다 

 

●Old Town Central

노란 가스등 아래
올드타운센트럴


90년대 홍콩영화의 감성에 취해 본 적 있다면, 당신에게 올드타운센트럴은 ‘홍콩의 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홍콩섬 서쪽, 센트럴 일대를 칭하는 올드타운센트럴은 높은 고층건물이 산을 이루고, 어느 곳보다 빠른 신식 문물이 들어오는 장소. 동시에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인 노포, 거리와 골목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설적인 곳이다. 소호, 노호, 포호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니만큼 볼 것도, 먹을 것도, 살 것도 많다. 


센트럴의 중심이 되는 거리가 영국 식민지 시대 홍콩에 맨 처음으로 만들어진 도로인 ‘할리우드 로드’라는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올드타운센트럴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섞이는 공간, 그렇기 때문에 곳곳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노란 가스등에 여전히 불이 들어오는 가스등 계단, 영화 속 연인들이 엇갈렸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세계의 온갖 잡다구니들이 골목 안의 숍들에 흩어져 있다. 모든 발걸음마다 멈추고 싶은 이유가 한가득이니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뿐일지 모른다. 


과거가 현재가 되는 올드타운센트럴의 특별한 정체성을 그대로 닮은 공간도 만나 볼 수 있다. 홍콩 경찰과 그 가족들의 공동 생활공간이었던 건물을 손봐 일종의 예술가 커뮤니티로 만든 PMQ다. H형 구조를 딴 PMQ는 옛날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입주한 사람만 바뀌었다. 옷, 주얼리, 그림작가 등 다양한 성격의 예술가가 빼곡하게 건물을 채우고 있다. 이곳이 예전엔 경찰의 생활공간이었단 상상을 감히 하기 힘들 정도. 


어스름이 깔리다가, 완전히 해가 저물면 이곳의 매력은 배가 된다. 골목길 빼곡하게 주홍색 가로등이 빛을 발하고, 벽을 맞대고 펍과 바가 활짝 문을 연다. 온갖 문화권의 온갖 언어가 뒤섞이는 풍경은 낯설지만 어쩐지 짜릿하다. 밤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면, 지금 홍콩에서 유행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스피크이지바(Speakeasy Bar)를 찾아가자. 

©강화송
삼수이포 깊은 골목에서는 화려하지만은 않은 홍콩살이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강화송
규칙 없이 복잡하지만 그래서 삼수이포는 다채롭다. 세련된 올드타운센트럴과 상반되는 매력이 있다

●Sham Shui Po

홍콩살이의 면면
삼수이포


모든 시간이 한데 섞여 있었던 것이 올드타운센트럴이라면, 삼수이포에서는 시간의 아주 느린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일까? 그 즈음의 어느 시점을 닮아 약간은 촌스럽기도, 약간은 예스럽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부분도 이 지점에 있다. 규칙 없이 매달린 큼지막한 간판들, 각종 부자재를 쌓아 놓고 태연히 부채질 삼매경인 가게 주인, 꾸민 친절함 대신 순진한 호기심이 앞서는 사람들. 관광지인 홍콩에서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진짜 삶의 현장이었다. 


구룡반도 중심부에 자리한 삼수이포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동대문과 비슷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곳, 생활의 모든 부자재들이 거래되는 곳이다. 실과 단추, 각종 원단 등 공예 자재부터 충전선, 나사나 기계 속자재까지 다루는 상품의 스펙트럼도 아주 넓다. 잠깐만 서 있어도 물건 구경, 사람 구경에 쉴 틈이 없다. 오래된 고층건물이 블록을 형성하고 있고, 대부분의 상가는 1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고개를 들면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의 외벽을 따라 테라스가 튀어나와 있고 이불부터 속옷까지 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걸어 놓았으니 이 또한 재미다.


쉬엄쉬엄 걸어다니며 삶의 양태를 보는 것이 삼수이포를 즐기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이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들러야 하는 곳들도 있다. 옛날 옛적 홍콩의 판간방을 볼 수 있는 메이호 하우스(Mei Ho House)다. 판간방은 판자로 벽과 천장을 대어 살았던 1960년대 주거형태다. 대학가 원룸보다 작은 공간에 4~5명의 한 가족이 모여 살았다고. 판간방이 옆으로, 위로 더해지면서 거대하게 불어났으니 당연히 위험했다. 메이호 하우스는 어느 날 발생한 화재로 판간방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잃게 되는 재해가 발생한 뒤, 홍콩 정부가 주민들의 주거권을 위해 건설한 일종의 공동주택이다. 주거에 관한 정부의 관리가 시작됐던 화재에 관한 설명, 판간방의 구조와 현재 공동주택의 모습 등을 일부 공간을 할애해 박물관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홍콩섬 남부는 외따른 곳에 온 것처럼 한적하다. 높이 솟은 아파트와 한가로운 사람들의 표정은 리펄스베이의 인상을 만든다

●Repulse Bay

리펄스베이에선 여유를 부려도 괜찮아 


가파른 언덕에 있는 어느 고층 맨션에는 홍콩 배우 주윤발의 집이 있단다. 주윤발이 선택한 이곳은 고급 주거단지와 해변이 어우러진 리펄스베이다. 둥근 만을 따라 소담한 해변이 위치했고, 인근 주민들이 더위를 즐기려 마실을 나온 양 한껏 여유롭다. 하지만 이곳에서 해변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인기 있는 피서법은 리펄스베이에 접해 있는 ‘더 펄스몰(The Pulse Mall)’의 루프톱 라운지 ‘카바나(Cavana)’의 자쿠지에 몸을 담그는 것. 넓은 테라스에 데크로 바닥을 마감하고 열을 지어 선베드와 카바나, 자쿠지를 배열했다. 비밀스런 사교클럽에 들어온 듯 기분은 괜히 우쭐하다. 더위를 식혀 줄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입장료는 320HKD, 자쿠지 이용을 비롯한 샤워 이용, 타월 등이 포함돼 있다. 750HKD을 내면 해당 혜택에 1병의 샴페인 혹은 6개 들이 맥주 혹은 소프트 드링크 버켓 중 선택 이용이 가능하다.  
 

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www.discoverhongk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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