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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다섯 가지, 그 이상의 술맛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10.01 14:45
  • 수정 2018.10.1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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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 매운 맛, 신 맛, 쓴 맛, 짠 맛.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五味子)로 술을 빚으면
그 이상의 맛이 난다는 걸 알게 됐다.
아빠와 함께, 경상북도 문경에서. 


●빨갛게 익어 가는 와인 향  
오미나라


아빠_오미자를 약재로만 알았지 이렇게 와인으로 만드는 줄은 몰랐구나. 
딸_기념사진으로 우리만의 와인 병을 만들 수 있다니. 맛에 체험까지 부족한 게 없네요! 

문경은 우리나라 오미자 생산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오미자의 고장이다. 문경새재 초입에 위치한 오미나라는 그런 문경의 특산물을 활용해 새빨간 와인을 양조한다. 오미나라의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오미자 와인 병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미자 농원에서 솔솔 퍼져 오는 향이 아빠와 나의 걸음을 빠르게 이끌었다. 

오미나라는 한국 최초 양조장인인 이종기 명인이 지은 공간이다. 2013년 이곳에 터를 잡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명주(名酒)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미 여러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소개될 만큼 자자한 입소문을 탔다. 오미나라의 술로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자 스틸 와인, 문경 사과로 빚은 ‘문경바람’과 증류주 ‘고운달’이 있다.

그중 2018 평창 패럴림픽 건배주로 알려진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OmyRose(12%)’는 한국 최초로 정통와인 발효기법으로 빚어졌다. 문경 사과의 은은한 향을 머금은 ‘문경바람’과 선물용으로 좋은 ‘고운달’ 역시 2017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오미나라에서는 와인 시음뿐 아니라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직접 담근 와인 병에 라벨로 붙일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아빠와 나도 정성스레 만든 와인에 기념사진으로 라벨을 장식했다. 그렇게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덩굴 사이로 동글동글 열린 오미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여러 잔 와인을 마신 아빠와 내 볼처럼 발갛게 익어 가고 있었다.

오픈: 매일 09:00~17:30(명절 휴무), 양조장 투어 09:00~17:30(월요일, 명절 휴무)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609
전화: 054 572 0601  
홈페이지: www.omynara.com  
가격: 1인당 1만원(스파클링 와인 100ml, 프리미엄 와인 100ml, 고운달 15ml 포함)


●귀엽다 못해 앙증맞은 막걸리
문경주조

아빠_문희, 오희라는 술 이름이 꼭 네 이름 같구나.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건배주였다니, 우리 함께 화이팅해 볼까?
딸_문희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오희는 ‘오미자의 기쁨’이라는 의미래요. 
제 이름이 ‘진실로 기쁨을 전하다’라는 의미인데, 이런 게 바로 인연이겠죠? 

문경주조를 처음 알게 된 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였다. 경기 개최 전부터 어떤 술이 만찬주로 선정될지가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문경주조의 술이 뽑혔다는 기사를 보게 됐고 ‘언젠가 꼭 가 보리라’ 생각했었다. 중국 옛 속담에 ‘주향불파항자심(酒香不.巷子深)’이란 말이 있다. 술 향기가 좋으면 골목이 아무리 깊어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종일 흐린 날이었지만, 문경주조로 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문경주조에서는 엄선된 유기농 찹쌀과 문경의 맑은 물, 우리 밀 전통 누룩과 오미자로 술을 빚는다. 전통기법을 현대화한 방식으로, 황토방으로 꾸민 주담정에서 양조한다. 대표 술로는 손으로 직접 빚어 100일 숙성한 찹쌀로 만든 오미자 수제탁주 ‘문희’,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오미자 생막걸리, 국내산 백미로 빚은 막걸리 ‘구름을 벗삼아’와 오랜 기다림으로 걸러 낸 약주 ‘맑은 문희주’가 있다.

그중 ‘오희’가 말로만 듣던 평창 올림픽의 만찬주다.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지역 햅쌀로 술을 걸러 2차 발효를 한 뒤, 오미자로 붉은 빛깔을 냈다고. 천연 탄산과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입 안에서 톡 쏘는 것이, ‘빨간 맛’은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 일반 탁주보다도 진한 맛을 원한다면, ‘문희’를 추천! 찹쌀과 오미자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각각의 재료 특성대로 매력이 살아 있다. 핑크색이 귀엽다 못해 앙증맞은 오미자 생막걸리는 오미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향이 극에 달한다.

오픈: 매일 09:00~18:00(방문 전 사전 문의)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노은1길 49-15 
전화: 054 552 8252  
홈페이지: www.mgomijasul.com

 

●한옥에서 수제맥주 한 잔  
가나다라 브루어리

아빠_윤희가 그렇게 얘기하던 한옥 브루어리가 여기구나. 
하나씩 다 사 가서 마셔 봐야겠다.
딸_이곳이야말로 한글사랑, 우리 술 사랑 모두 가능한 곳이죠. 

©가나다라 브루어리

거대한 한옥에 ‘오미자맥주’라 쓰여진 큰 간판이 시선을 압도한다. 왕좌의 뒤에 세웠던 병풍,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모티브로 한 한옥의 이름은 바로 가나다라 브루어리다. 이름에서부터 한글사랑과 맥주사랑이 돋보인다. 지금껏 전국 수많은 브루어리를 다녔지만, 한옥으로 된 브루어리는 아직까지 가나다라 브루어리가 유일하다. 문경에 영농법인을 운영하던 두 청년, 김억종, 김만종 형제가 만드는 이곳의 맥주는 모두 맛이 강하지 않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가나다라 브루어리

가나다라 브루어리에서는 총 여섯 가지 맥주를 양조하고 있다. 문경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오미자 에일Omija Ale(4.5% ABV)’은 쓴맛이 덜해 맥주 입문용으로 좋다. ‘주흘 바이젠Juheul Weizen(4.7% ABV)’은 독일식 밀 맥주 스타일로 문경 주흘산에서 영감을 받았단다.

이외에도 ‘은하수 스타우트Eunhasu Stout(5.6% ABV)’는 문경 밤하늘에서, ‘문경새재 페일에일Mungyeongsaejae Pala Ale(4.8% ABV)’과 ‘점촌 IPAJeomchon IPA(5.9%)’ 역시 문경의 지역에서 각각 이름을 땄다. “어서 집에 가서 가족들과 마셔 봐야겠다.” 아빠는 이것저것 맥주 캔을 하나 둘 손에 가득 담으시더니, 어서 가자고 재촉하신다. 올 하반기에는 문경 사과로 만든 애플 사이다까지 나온다는 소식도 들었겠다, 또 여행 올 일만 남았다며 한껏 달뜨셨다. 


오픈: 매일 11:00~19:00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대로 625-1
전화: 070 7799 2428  
홈페이지: www.ganadara.co.kr


*트래비스트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트래비스트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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