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Go to Goto] 지옥과 천국 사이-나카도리지마, 와카마쓰지마

나카도리지마(中通島) 와카마쓰지마(若松島)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10.01 15:47
  • 수정 2018.10.01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근에서 캔 사암으로 지어진 가시라가시마 천주당
인근에서 캔 사암으로 지어진 가시라가시마 천주당

고래가 살던 바다


고토열도를 대표하는 5개의 섬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나카도리지마가 다음 여행지였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이어진 나카도리지마(中通島)와 와카마쓰지마(若松島)를 ‘위쪽 고토’를 뜻하는 가미고토(上五島)라고 부르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신카미고토초에 속한다. 


유서 깊은 성당들은 물론이고, 고래잡이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경빈관 박물관, 고토 우동이나 동백기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도 있고, 관광물산 센터도 있을 만큼 넉넉한 여행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다.


점심 메뉴는 고토의 명물인 고토 지고쿠 다키지옥 냄비 우동. 일본 3대 우동으로 꼽히는 이 국수요리는 끓는 물에 면을 익혀 날치 육수 장국 혹은 날계란을 푼 장에 바로 담갔다 먹는 것이다. 면에 동백기름을 발라서 면이 쉽게 불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라서 선물용 국수세트도 하나씩 다 구입했다. 당나라를 오갔던 견당사들로부터 처음으로 면 문화를 받아들인 지역이 바로 기항지였던 신카미고토초였음을 기억하는 의미도 있었다. 

야가타메공원의 기암.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활을 든 수비대가 지키던 곳이다
야가타메공원의 기암.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활을 든 수비대가 지키던 곳이다

신카미고토초는 5개의 지구로 나뉜다. 북쪽의 신우오노메 지구로 향하는 길은 강원도 산골길처럼 구불거렸는데, 신기하게도 커브마다 성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신카미고토초는 끝에서 끝까지 차로 2시간이면 주파하는 크기인데, 그 안에 성당이 29개나 있다. 최북단에 올라가 쓰와자키 등대와 동백꽃 공원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길의 고단함을 달래 준 것은 야가타메 소금가마의 소금 아이스크림이었다. 청정한 바닷물을 끓여 만든 천연 소금이 아이스크림의 달달함을 더 증폭시켜 주었다.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듯 붉게 솟아오른 천연기념물 해식애 아카다키단가이(赤ダキ断崖)는 다가갈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드론을 날리자 풍경을 독점하던 새들의 경계가 삼엄해졌다. 


이번에는 동쪽 아리카와 지구다. 아리카와 지역은 에도시대부터 고래잡이로 번성했던 곳이다. 고래의 턱 뼈로 만들어진 가이도 신사의 도리이가 그 증거다. 구지라 미야마 전망대(鯨見山展望台)는 고래를 관찰하고 출어 신호를 보내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만들어졌다. 바다를 향한 산 이름이 아예 ‘고래가 보이는 산(鯨見山)’이다. 

고래의 턱 뼈로만든 가이도 신사의 도리이
고래의 턱 뼈로만든 가이도 신사의 도리이

섬의 규모가 커진 만큼 캠핑장의 시설도 좋아졌다. 아리카와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아리카와 청소년 여행촌은 넓은 텐트 사이트와 바비큐 구역이 구별되어 있었고, 하마구리하마 해수욕장까지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일본의 해수욕장 88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그래서 빼놓을 수 없었던 물놀이 시간. 500m로 펼쳐진 해변은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았다. 문제는 낮은 수심을 견디지 못하는 다이버들. 물고기를 찾아 전진하다 보니 돌아올 길이 까마득해졌다. 그래서 탈진한 건 나였고. 귀가가 늦어진 만큼 저녁식사도 취침도 기상도 줄줄이 늦어졌다.  

고토의 명물인 지옥 냄비 우동과 가마솥에끓여 만든 소금, 그 소금을 넣어 더 달콤한 아이스크림
고토의 명물인 지옥 냄비 우동과 가마솥에끓여 만든 소금, 그 소금을 넣어 더 달콤한 아이스크림

덕분에 다음날 출발도 늦어졌지만 신카미고토초 공무원이 지역 주민들만 아는 아지트라며 추천한 하만나 해변을 지나칠 수는 없었다. 사자를 닮은 겐고로섬이 바라다보이는 아담한 자갈 해변에는 스노클링을 즐기는 엄마와 아빠의 시선 안에서 돌팔매질 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그림처럼 놀고 있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돌아섰다. 

 

바다에 숨겨둔 신앙


계속 가던 방향으로 차를 몰면 동쪽 끝의 부속섬인 가시라가시마(頭ヶ島)다. 무인도였던 곳에 ‘숨은 기리시탄’들이 들어와 은신하면서 마을이 만들어졌고 유명한 가시라가시마 천주당(頭ヶ島天主堂)을 세웠다.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석조 성당이라 12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루 방문객을 제한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기에 예약 못한 죄인들은 그냥 발길을 돌렸다. 

고토의 바다를 지키는 것은 성모상이다
고토의 바다를 지키는 것은 성모상이다

방향을 틀어 서쪽 끝으로 달리면 좁은 협곡을 지나 와카마쓰지마로 진입하게 된다. 두 섬을 연결하는 522m 길이의 와카마쓰 대교는 30여 개의 섬이 15km에 걸쳐 모인 협곡의 풍경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다. 


섬 일주에서 이제 남은 방향은 남쪽뿐. 나라오 지구로 내려가는 길에 하마쿠시(浜串) 항구마을에 잠시 들렀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희망의 성모상을 마주 보려면 방파제의 맨 끝까지 가야만 했다. 60년 넘게 오가는 어선들을 지켜보고 있는 성모상의 한결 같은 기도가 먼 바다로 나가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었을 것이다. 


대장정을 마무리한 곳은 타카이타비 해수욕장(高井旅海水浴場)의 캠핑장이었다. 3개의 로그하우스 중에서 ‘우리집’은 가운데였다. 내내 바람도 귀한 폭염이었는데 이날 비로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로그하우스와 캠핑 사이트가 잘갖춰진 아리카와 청소년 여행촌
로그하우스와 캠핑 사이트가 잘갖춰진 아리카와 청소년 여행촌

늙어서 털털거리는 반자동 세탁기와 탈수기를 거친 후 땀 냄새를 겨우 뗀 빨래들도 간만에 테라스 난간 위에서 느긋한 일광욕에 임한 상태였다. 그늘막을 세우기에는 타카이타비 해수욕장의 모래가 너무 고왔다. 그냥 테라스에 의자를 놓고 시원한 맥주를 한잔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작살까지 들고 다시 가오리 사냥에 나선 사람들은 애꿎은 새끼 복어들만 괴롭히다 돌아왔다. 그래도 ‘가오리가 있긴 한 거냐’는 핀잔만큼은 불식시켰다. 카메라 앵글 안에서 노랑가오리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더니 이내 모래 아래로 몸을 감춰 버렸다. 분명 퍽이나 귀찮은 표정이었다.


아리카와 청소년 여행촌
전화: +81 959 42 0650

타카이타비 캠핑장
전화: +81 959 42 8210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