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Goto] 고토의 품격, 후쿠에지마
[Go to Goto] 고토의 품격, 후쿠에지마
  • 천소현
  • 승인 2018.10.01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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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에지마 (福江島)
후쿠에지마의 랜드마크인 오니다케의 정상은 잔디로 덮여 있다
후쿠에지마의 랜드마크인 오니다케의 정상은 잔디로 덮여 있다

고토 본섬에 도착하다


원정대의 종착점인 후쿠에지마(福江島)는 고토열도 중 가장 큰 섬이다. 히사카지마(久賀島)·나루시마(奈留島)와 함께 ‘아래쪽 고토’라는 뜻으로 시모고토(下五島)라고 불린다. 다른 섬은 포기하고 후쿠에지마만 둘러보기로 했지만 그 역시 하루로는 부족했다.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아분제 해안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아분제 해안

첫 번째 숙소인 산산도미에 캠프촌을 향해 가는 남쪽 방향에 이 섬의 랜드마크인 오니다케(鬼岳)가 있다. 해발 315m의 구상화산으로 정상부가 모두 잔디로 덮여 있다. 잔디 썰매를 탈 수도 있을 정도라고. 이 보드라운 평화가 오기 전에 분출됐던 화기와 열기의 흔적은 7km에 이르는 아분제 용암해안에 남아 있다. 오니다케에서 꽤 먼 길을 흘러나온 용암은 피곤에 지쳐 까만 얼굴로 굳어져 있다. 해안가에 있는 아분제 관광안내소(鐙瀬ビジターセンター)에 들러 화산섬의 지형을 이해하고 흥미로운 민속자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만을 끼고 있는 마을이 작은 항구 마을인 도미에이고, 그 끝에 우리의 숙소인 산산도미에 캠핑장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봉분처럼 도톰하게 다져진 텐트 사이트들이었다. 딱딱한 데크가 아니라 보드라운 잔디와 흙이면서도 배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신중한 배려였다. 

산산도미에 캠핑장의 도톰한 텐트 사이트
산산도미에 캠핑장의 도톰한 텐트 사이트

산산도미에는 제법 규모가 큰 캠핑장이었다. 일부는 로지에, 일부는 텐트에, 각자 편한 곳에 잠자리를 폈다. 옆 로지에는 삼대가 가족여행을 왔다. 손녀가 가끔씩 마당을 뛰어다니더니 밤에는 조촐한 불꽃놀이를 즐겼다. 손에 든 스틱이 지지직 불꽃으로 산화하면서 손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자 할머니는 ‘와아’ 하고 박수를 쳤다. 손녀의 웃는 얼굴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정성껏 돌본 불은 바비큐 화롯불이었다. 예약해 두었던 오징어, 소라, 전복 등의 해산물이 익어 갈 때마다 사케병이 조금씩 비어졌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밤새 텐트가 우는 소리를 냈지만 웃으며 잘 수 있었다. 시원한 별밤이었다. 

산골짜기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바다로 향하는 다카하마 해수욕장
산골짜기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바다로 향하는 다카하마 해수욕장

 

다시 시작하고픈 마지막


아침 일찍 로지를 비우고 후쿠에지마의 중요한 풍경들을 챙기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돌려 아세츠곶에 올라서니 관음상전망대(魚藍観音展望所) 앞에서 다카하마 해수욕장(高浜海水浴場)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도미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관음상은 가장 높은 곳에서 풍어와 안전을 빌고 있었다. 다카하마 해수욕장은 가까이서 보니 더 좋았다.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래사장에 길을 만들며 바다로 흐르는 것이 특색이었는데, 말하자면 해변 모래사장 위에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데크로 올라올 땐 모래 묻은 발을 흐르는 물에 씻을 수 있도록 호수에 구멍을 뽕뽕 뚫어 길목에 설치해 둔 것도 현명한 아이디어였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니 돈토마리 해수욕장(頓泊海水浴場)이 고운 풀등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 해수욕장이다. 풀등에 하트를 새겼지만 곧 지워져 버렸다.

작은 섬들이 보이는 교가사키공원 캠핑장
작은 섬들이 보이는 교가사키공원 캠핑장

부지런히 다녔지만 다 볼 수는 없었고, 고토열도 마지막 날의 여유를 위해 다른 날보다 일찍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교가사키공원 캠핑장(魚津ヶ崎公園キャンプ場)은 바닷가 낮은 언덕 위에 자리했다. 계절마다 유채, 수국,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만개하는 곳인데, 우리의 계절 꽃은 해바라기였다. 


끝에서 두 번째 로지에 짐을 풀고 마지막 자유시간을 누렸다. 역시 마지막이 될 스노클링을 즐기려 했지만 바닥이 성게 밭이었다. 포기한 자들이 낮잠을 즐기는 동안 기어코 누군가는 ‘나 성게에 찔렸어’라는 모험담을 하나 더했고. 천진난만한 후배는 혼자서도 쌍권총(물총)을 차고 잘 놀았다. 그 사이 슬그머니 사라졌던 강태공은 감성돔을 낚아 왔다. 지난 일주일 동안 본 얼굴 중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교가사키공원 캠핑장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차로 5분 거리에 마을온천센터가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뜨거운 황토탕에 몸을 푹 담근 것도 좋았지만 헤어드라이기를 쓰니 머리가 날아갈 만큼 산뜻해졌다. 시골이지만 커뮤니티마다 복지시설이 잘 운영되는 곳이 일본이다. 캠핑장 내에 혹은 가까운 곳에 온천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여독을 풀기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지막 밤을 함께한 것은 직접 잡은 감성돔 회와 태풍이었다. 여름 내내 줄기차게 일본을 위협했던 그 많은 태풍 중 하나가 우리의 마지막 밤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밤새 바람이 거칠었지만,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로지의 창문에는 방풍셔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정도로 내부는 안정감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창문을 열자 쾌청한 하늘과 바다가 쏟아져 들어왔다. 태풍에 씻긴 바다와 하늘이 갓 태어난 듯 깨끗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마지막에 도착해 있었다.

산산도미에 캠핑장 
모닝샌드위치 만들기

소시지와 빵, 양배추 샐러드와 마요네즈 소스. 이 간단한 조합의 샌드위치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빈 우유갑이었다. 속을 채워 넣은 소시지빵을 호일에 싸서 우유갑에 넣을 때까지만 해도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토치로 불을 붙이자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적당히 구워진 샌드위치는 따끈하고 고소했다. 만들어 먹는 재미, 불놀이 하는 재미, 재활용의 보람까지 모두 만족시킨 특급 캠핑 메뉴였다. 


산산도미에 캠핑장
전화: +81 959 72 8151

교가사키공원 캠핑장
전화: +81 959 82 1111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 1670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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