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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여러분의 호텔, 재미있습니까?

  • Editor. 유경동
  • 입력 2018.10.05 15:10
  • 수정 2018.10.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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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nbsp;대표<br>
유경동 대표

10년도 넘은 일이다. 니케이트렌디(Nikkei Trendy)라는 일본의 경제 잡지가 일본 국내 호텔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80개 시티호텔을 이용하고 각 호텔의 평가를 특집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특집의 점검항목은 판에 박힌 위생이나 서비스 응대 시간, 친절 등의 항목이 아닌 재미난 10가지 항목이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호텔은 불야성인가?’와 ‘호텔은 밤과 아침,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항목의 측정이었다. 늦은 밤 시간에도 호텔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응대할 대안을 갖추고 있는냐는 의미였다. ‘호텔은 불야성인가?’라는 항목을 점검하기 위해 밤늦게 호텔에 요청한 사항은 ‘긴급 명함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상 호텔의 10%만 이 항목을 수행해 주었고 나머지는 매우 차가운 반응이었다고 한다. 잡지에서는 긴급명함 제작을 요구했지만 깊은 밤 고객들이 호텔에서 찾는 것이 명함보다 더한 것이라는 사실을 호텔리어들은 더 잘 알고 있다. ‘호텔의 밤과 아침 두 개의 얼굴’이라는 항목은 욕실에 관한 측정이었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과 욕실의 BGM이 흐르며 밤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바쁜 아침에는 호텔 밖으로 나갈 준비를 잘 수행해주는 기능적인 욕실이 구비되어 있는가를 측정하는 항목이지만, 호텔 욕실은 밤의 용도가 더 다양하다는 것을 호텔리어 역시 잘 알고 있다. 도시를 탐험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호텔에서 즐기는 밤이 호텔의 서비스항목으로 점검되어진다는 신선함은 수긍할만했다. 


올해 3월 도쿄의 시부야에 ‘더 밀레니얼스 시부야(The Millennials Shibuya)’라는 캡슐호텔이 오픈했다. 대단한 규모의 호텔도 아닌 일본에서는 흔한 캡슐호텔이 화제가 된 것은 이 호텔이 남녀혼숙이 가능한 플로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캡슐호텔이나 단체용 침대를 객실에 비치한 호스텔들은 남녀의 객실 층을 분리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다. 호텔 측은 안전장치로 캡슐의 앞 동선만 볼 수 있게 CCTV를 설치하고 혼숙이 불편한 여성들을 위한 2개 층의 여성전용 플로어를 갖추어 놨다. 이 호텔을 구상하게 된 분석과 주장은 상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었는데 일본으로 밀려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취향과 구성에 의해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시설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30%가 밀레니얼 세대이며 그들이 소비를 이끌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시장성과 함께 합리적이고 자유로우며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의 도쿄여행에 발맞춰 호텔을 기획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젊은 여행객들이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국의 한 호텔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지난 6월 야심차게 개관한 레스케이프 호텔(L'Escape Hotel)이다.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아직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시장운영 전략에 대해 들어본 바도, 구경을 해본 적도 없다. 높은 객실료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만족도로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언론의 일침이 이상하리만치 빈번하더니 이제 불과 개관한지 3개월 된 호텔이 마치 망한 것처럼 흉흉했다. 그런 분위기에 또 다른 입방아의 소재가 된 것이 최근 호텔 객실에 비치한 자위용품이었다. 이러한 파격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당연히 호텔측도 고민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나는 그 파격이 어떠한 형태이고 어떠한 방식이어도 세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독창성이 약해져 가는 한국 호텔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호텔의 브랜드 철학과 운영방식이 고객으로부터 환영 받는지에 대한 결과를 단정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호텔 역시 그 시간 속에서 다듬어져 간다. 최근 성인입장만 가능한 파격을 선보인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의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ART PARADISO)에 대한 세간의 관점이 도전이 아닌 요상함만으로 왜곡될까 우려된다. 


도쿄와 뉴욕에서, 그리고 런던과 상하이에서 새로운 세대를 겨냥해 각자의 브랜드 컨셉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유명 부티크 호텔들(Boutique)은 기존의 것에 대한 답습이 아닌 자기의 새로운 전통을 파격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서 고객의 인정을 이끌어 냈다. 이미 호텔의 고객층은 다양해졌고 그 다양성을 파악하고 각자의 개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독립 브랜드 호텔들의 숙제다. 


가봤다고 얘기하면 엄마에게 혼날 요상한 호텔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 호텔들이 새로운 세대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사실 요상함이 아니다. 그 핵심은 재미와 감동이다.
‘저 호텔은 재미있나...?’가 오늘부터 호텔을 평가하는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 되었으면 한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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