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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3천만 해외 관광객은 어디로 갈까?

  • Editor. 이상현
  • 입력 2018.10.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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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br>에어비앤비 정책 총괄<br>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골목길이 떴다. 최근 서울 구석구석, 감성이 살아 있는 골목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 방문한 기억나는 맛집은 어느 곳에 있는가? 나지막한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인가? 혹, 그곳이 연남동이나 성수동 아니면 한남동에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 한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교통이 불편하고 유동 인구가 적어 침침한 분위기마저 풍기던 골목길이 이제는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작은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강남역이나 명동 같은 시내 중심지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지만 그에 못지않게 최근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의 골목길이 변하고 있다. 옛 추억을 새록새록 불러오는 감성 만점의 골목길부터 새롭게 개발된 특색 있는 골목길까지. 색다른 매력을 간직한 골목길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골목길을 즐긴다. 


골목길이 한국인에게만 인기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골목길 탐방을 즐거워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들과 회사 동료가 어느 곳의 숙소에 머무르는지만 봐도 골목길이 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남역이나 명동에 숙소를 잡곤 했는데, 이제는 연남동이나 논현동 그리고 한남동의 숙소에서 머문다고 말한다. 
신기한 일이다. 관광지가 아니어도, 교통이 불편해도, 유명한 맛집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최근 뜨고 있는 골목길을 보면 이러한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시가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걷기 힘든 언덕길이어도 괜찮다. 그들은 교통이 조금 불편한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숨겨진 곳인 만큼 특색 있는 문화나 경관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접한, 이미 누구에게나 알려진 관광지는 식상하다고. 좀 더 새로운, 나만 알고 있는 골목길이 동대문이나 명동보다 좋다고 한다.


우리가 떠나는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에펠탑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가겠다고, 트레비 분수를 보기 위해 로마로 가겠다고, 버킹엄 궁을 보려고 런던으로 가겠다는 여행자를 언제부턴가 찾기가 힘들다. 


올 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이 3,000만명 가까이 될 거라고 전망하는데 그렇다면, 모두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에펠탑과 트레비 분수나 버킹엄 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시간에 쫓기며 서둘러 관광지를 둘러보던 여행 트렌드가 더 이상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키지 여행을 즐기던 이들도 이제는 다른 방식의 여행을 택하고 있다. 식상한 관광지와 빠듯한 일정을 벗어나 아기자기하고 특유의 문화를 간직한 골목길을 즐기는 여행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에 머무는 이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지역 주민과 함께 보내면서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누려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만 알고 있는 아침 산책 코스, 사진 찍기 좋은 곳, 그리고 동네 맛집과 카페를 즐겨 찾는 것도 모두 새로운 여행 트렌드 반영한 결과이다. 


해외 여행객이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이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사의 실적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안타깝다. 


혹, 여행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행산업은 이제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표준화, 대량생산, 가격 경쟁력 대신 개인화, 다양화 그리고 부가가치로 승부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1년만 지나면 이미 낡은 것이 되고 만다. 이와 같은 변화는 IT 분야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골목길이 뜬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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