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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학교 앞 문방구, 여행사의 미래?

  • Editor. 오형수
  • 입력 2018.10.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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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수<br>
오형수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졌다. 2007년 1만9,617개(종사자 수 3만2,647명)를 기록했던 문방구로 불리는 문구용품 소매점포는 2015년 1만1,735개(종사자 수 2만1,810명)로 줄었다. 문구용품 소매점포가 매년 1,000개 정도 사라지는 이유는 초중고 학생 인구의 감소로 인한 수요 감소와 대형마트에서 문구류를 저렴하게 팔기 시작하며 시장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지원제도’가 문방구 위기의 결정타가 됐다.

학습준비물지원제도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기본 학용품 및 학습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소규모 문방구에 학습준비물지원제도는 넘기 어려운 높은 장벽이다. 학교 앞 문방구로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도 문구 판매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어 군것질거리를 판매하며 근근이 가게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라지는 학교 앞 문방구의 사례는 소규모 동네 여행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행객과 여행자 및 여행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동네 여행사 역시 학교 앞 문방구와 같이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는 주요 이유는 학생 인구 감소와 대형마트, 그리고 학습준비물지원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이유보다 결정적인 원인은 문방구가 사라져도 ‘소비자(고객)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짐으로써 학생과 학교에 불편과 문제가 생겼다면 학교 앞 문방구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이 쏟아졌겠지만 학교 앞 문방구의 소멸이 학생과 학교에 불편함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방구 주인을 제외하면 누구도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동네 여행사의 미래 역시 문방구와 마찬가지다. 동네 여행사가 없어진다고 해서 소비자가 불편해하지 않다면 동네 여행사 역시 학교 앞 문방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진다고 해서 문구용품 소매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학교 앞 문방구의 역할을 대형마트와 ‘다이소’같은 생활용품 전문점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인 학생들이 학교 앞 문방구의 사라짐을 아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 앞 문방구가 존재했다는 사실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행자와 여행객이 중개와 예약대행을 주로 제공하는 동네 여행사의 서비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동네 여행사도 학교 앞 문방구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문 닫는 여행사의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다음은 어디 어디라는 루머도 돈다. 여행사가 학교 앞 문방구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행자와 여행의 욕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행상품을 상담, 예약, 판매하는 전통적인 여행사 유통구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학교 앞 문방구가 없어도 학용품을 못 사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없다. 학용품은 문방구에서 사야 한다는 상식이 온라인과 대형마트 그리고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더 싸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깨어지는 것이 바로 유통구조변화이다. 여행사도 이미 유통구조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전통적인 여행 중개, 예약 대행만으로는 소비자(여행자)에게 여행사가 필요한 이유를 만들 수 없다. 글로벌 OTA와 소셜커머스, 홈쇼핑, 대형포털사이트, SNS기업 등이 이미 동네 여행사보다 더 나은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사가 빠르게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학교 앞 문방구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여행업 유통구조변화의 해법과 탈출구는 우리 곁에 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여행업 유통구조변화의 해법은 바로 여행과 고객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직원을 보유하고 양성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고 여행에 대한 그들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인 실력 있고 서비스 제대로 하는 직원을 양성하고 보유하는 것이 소규모 동네 여행사가 학교 앞 문방구처럼 소리없이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hivincent@naver.com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강사는 하나투어 인재개발총괄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업 서비스 개선과 수익증대, 성과창출을 위한 다양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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