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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도 풍성한 우리 술 여행

경기도편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11.0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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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와 산머루, 청평호를 벗 삼아 아빠와 함께 떠났다.
달달하고 고소한 여행이었다.

 

●하늘 아래 산사나무 정원  
산사원

아빠_그윽하게 익어 가는 술 향에 가을볕까지. 취선각에 너와 마주앉으니 이만한 가을여행이 있나 싶다. 
딸_오늘 빚은 막걸리 맛은 마치 풍선껌 같아요. 곱씹을수록 풍성해지는 게.

술향 가득한 정원에 200살 넘은 산사나무들이 문지기처럼 맞이한다. ‘산사나무의 정원’이라는 뜻의 산사원은 1996년 11월 배상면주가에서 개관한 양조장으로, 2014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산사원의 가장 입구 쪽에는 전통술박물관이 자리한다. 옛날옛적 술을 빚던 여인네들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며 우리 술의 역사를 두루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을 벗어나면 약 1만3,000m2에 달하는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12그루의 산사나무로 드리운 정원은 세월랑, 부안당, 우곡루, 유상곡수, 취선각 등 옛 선비처럼 풍류를 즐기기 좋은 곳들로 가득하다. 술이 익어 가는 세월랑을 지나 취선각에 앉아 신선놀음을 즐기다, 차와 다과를 파는 한옥카페 ‘다주헌(茶酒軒)’에서 여유를 부리기 좋다.

박물관 지하 판매 장터에서는 배상면주가 제품들을 판매한다. 탁주, 증류주, 과실주 등 다양한 술 중에 뭘 살지 고민된다면 주저 말고 시음해 보시길. 이것저것 마셔 본 끝에 나의 선택은 ‘느린마을 막걸리’.  ‘2017 대한민국 주류대상’ 탁주 생막걸리 부문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단다. 막 공정을 마친 막걸리 맛은 풍선껌처럼 달달하면서도 풍성한 느낌인데, 시간이 지나며 단맛이 차츰 사라지고 신맛이 올라왔다. 반면 아빠의 선택은 ‘막걸리 1977’이다. 1965년 식량부족으로 인한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쌀 대신 밀이나 잡곡이 막걸리 양조에 사용되다가, 1977년 쌀 소비 억제 정책이 풀리며 빚기 시작한 술이다. “어릴 적 주전자 심부름하던 그 맛 그대로구나!”라고 하시는 걸 보니 아빠의 초이스도 대성공. 청송 꿀사과와 고창 복분자로 빚은 과실주까지 덤으로 챙기니 이만치 풍성한 가을여행도 없지 싶다.

주소: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 432번길 25 배상면주가  
오픈: 매일 08:30~17:30(설, 추석 휴무)
전화: 031 531 9300  
홈페이지: www.sansawon.co.kr  
입장료: 성인 3,000원
체험 프로그램 | 가양주 빚기 3만원, 세실주 빚기 3만원, 과실주 빚기 4만5,000원(1인 기준, 소요 시간 120분, 4인 이상 가능)  


●풍미 좋은 산머루와인 한잔  
산머루농원

아빠_산머루도 따고 와인도 만들고, 머루잼부터 머루와인까지, ‘머루 먹고 달래 먹고’ 하던 청산별곡이 바로 여기 있구나.
딸_아침부터 저녁까지 산머루는 하루종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해발 675m, 감악산 중턱에 위치한 산머루농원은 연간 5만명이 넘는 국내외 방문객이 찾는 이름난 양조장이다. 산머루 100% 원액으로 빚은 과실주 ‘머루드서 드라이Meoru De Seo Dry(13.5%)’, ‘머루드서 스위트Meoru De Seo Sweet(12.5%)’, ‘감악산 머루주(12%)’를 맛볼 수 있는데 특히 ‘2010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머루드서는 일반 와인보다 더 진하고 풍성한 바디감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산머루는 포도에 비해 항산화와 항암효과가 좋고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건강에도 그만일  터.

산머루농원의 하이라이트는 와인동굴투어다. 73m에 달하는 국내 최초 와인터널로, 지하를 뚫어 만들었다. 유럽에서나 볼 듯한 이국적인 동굴 입구를 지나 천천히 터널 안을 걷다 보면 오크통과 항아리에서 숙성되는 산머루와인 향기가 진득하게 풍겨 온다. 산머루농원에서는 투어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머루초콜릿, 머루잼, 머루비누, 머루와인 만들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다. 내년에는 캠핑 존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다음 여행엔 가족 모두 함께 여행을 와야겠다 싶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산머루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쯤.

주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윗배우니길 441-25  
오픈: 매일 09:00~18:00(17:00 마감)  
전화: 031 958 4558  
홈페이지: www.seowoosuk.com
체험 프로그램 | 투어 3,000원(소요시간 30분, 5세 미만 무료), 머루 수확 8,000원, 머루와인 만들기 2만원, 패키지(머루초콜릿 체험, 머루잼과 비누 만들기, 투어, 시음 포함) 2만원(개인 체험은 14:00, 16:00 가능)

 

●청정 자연으로 빚은 맛
㈜우리술

아빠_잣막걸리를 마시기만 했지, 만드는 걸 보는 건 처음이구나. 
딸_잣, 알밤, 제주 감귤, 한라봉, 고구마, 더덕까지,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로는 단연 이곳 술이 최고죠!

가평 청평호를 끼고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가평 현리에 터를 잡은 ㈜우리술의 시작은 1994년이다. 막걸리 전용 쌀 사용과 엄선된 재료 선정,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20여 개 해외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생막걸리와 살균탁주 등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의 공정과 더불어 전통주 강의와 양조 체험까지 두루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술의 대표 술인 ‘가평 잣 생막걸리’는 가평의 특산품인 잣과 지하 250m 암반수로 빚은 생막걸리 탁주다. 잣의 고소한 풍미와 쌀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나는 쌉쌀하면서도 진한 맛의 잣 생막걸리는 지난 1월 열린 ‘중소기업 기업인·소상공인 만찬 간담회’에서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제주 감귤 막걸리, 한라봉 막걸리, 더덕 막걸리, 쌀 막걸리, 알밤동동, 고구마동동, 약주 대통주 등 ㈜우리술은 다채로운 탁주 라인을 자랑한다. 잣막걸리와 알밤동동, 고구마동동은 캔 형태로도 판매해 간편하게 한 잔 하기 제격이다. 양조장을 둘러본 아빠와 나는 가장 ‘가을 같은’ 술을 골라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빠는 잣막걸리, 나는 알밤동동을 골라잡았다. 제철 맞은 알밤의 고소함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며칠 밤을 맴맴, 맴돌았는지 모르겠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간선로 29  
오픈: 월~금요일 10:00~16:00, 토요일 10:00~12:00(일요일 휴무)  
전화: 031 585 8525  
홈페이지: www.woorisool.kr
투어 및 체험 | 시음 및 관람 5,000원(소요시간 30분), 양조 체험 2만5,000원(소요시간 2시간) 


*트래비스트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트래비스트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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