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Reborn in Mongolia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Reborn in Mongolia
  • 김훈호
  • 승인 2018.11.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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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몽골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저 푸른 몽골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굳게 믿는다,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35일, 2,100km. 몽골을 횡단했다.

 

▶Reborn Project
<젊음, 무엇이 있다>의 저자 훈호씨는 여행가다. 그는 스페인 순례길을 걸었으며 자전거를 타고 동유럽 10개국과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했다. 이 모든 여행은 훈호씨의 삶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기나 긴 여행을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는 문뜩 궁금해졌다. ‘여행을 통한 변화가 과연 나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결국 그는 다시 여행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비행’이라는 딱지가 붙은 청소년들과 함께 말이다. 방황하고 겉돌았던 자신의 청소년기와 별 다를 것 없는 이들에게 여행을 알려 주고 싶었단다. 아니,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Reborn’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 교육기관인 사단법인 ‘세상을 품은 아이들’과 함께했다.

몽골 횡단 자전거 루트
울란곰→체체를렉→카라코룸→울란바토르→처이발상
주행거리 | 2,100km        
여행기간 | 7월12일~8월15일(35일)

진흙에 잡아먹힌 바퀴 구출 대작전. 있는 힘껏 자전거를 끌어 본다
진흙에 잡아먹힌 바퀴 구출 대작전. 있는 힘껏 자전거를 끌어 본다

 

●익숙함에서 멀어지다

 

4명의 청소년, 3명의 선생님. 몽골 땅에 이들이 발 딛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프로젝트라는 것이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 내는 것이기도,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능선에 올라서야 정상을 밟을 수 있듯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몽골로 향할 수 있었다. 

비 내린 비포장 길을 달려 본다. 우린 강해졌으니까
비 내린 비포장 길을 달려 본다. 우린 강해졌으니까

몽골 땅에 발을 처음 딛곤, 무려 2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서쪽의 끝, 울란곰으로 향했다. 장시간의 이동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건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곧장 박스에 포장된  자전거를 꺼내 대지를 달릴 준비를 마쳤다. 내일 아침, 우리들은 몽골을 달린다. 그날 밤은 아마 몽골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였을 거다, 그땐 미처 몰랐었지만. 아침이 밝고 우리는 길 위에 올랐다. 몽골 하늘은 만만치 않았다. 비가 쏟아진 덕분에 끈적이는 비포장 길을 장장 이틀 동안 달려야만 했다. 모두에게 혹독한 신고식이었을 테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다행스럽게 삼일째 되던 날, 포장된 길에 오를 수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편안함에 아이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 시작했다. 편안한 잠자리, 맛있는 음식, 담배, 와이파이 등 익숙함을 찾기 시작하더라. 결국 한 녀석이 쌓인 불만을 토로했다. “집에 보내 주세요. 집에 보내 달라고요.” 나 역시 그 녀석의 불만을 받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같이 화를 냈고, 소리쳤다. “가, 임마! 네가 선택한 길이니 갈 때도 알아서 가! 단, 포기하고 돌아갔을 때 후회하지 않을지,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봐.” 시간이 지나고, 그 녀석은 내게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다시 가 볼게요.” 반성의 의미인지, 갈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다만 중요한 건, 본인 스스로 힘듦을 감수하기로, 그리고 이겨 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하룻밤을 보낼 집을 지어 놓고, 털썩 주저앉아 노을을 바라본다
하룻밤을 보낼 집을 지어 놓고, 털썩 주저앉아 노을을 바라본다

 

●해낼 힘

자전거 페달을 밟아, 드넓은 몽골을 달린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친구들 혹은 여자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겠거니 했더니만 승정이라는 녀석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쌤 보고 싶어요. 진짜 보고 싶어요.” 승정이는 ‘세상을 품은 아이들’의 선생님인 스티븐과 통화하고 있었다. 평소 그렇게 잘 따르더니만,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더라. 수화기 너머로 스티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정아, 쌤도 많이 보고 싶단다. 너희들에게는 힘이 있어. 잘 모를 뿐이야. 해낼 수 있어. 해내고 돌아오렴. 울어도 괜찮아.” 통화를 듣던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 모두 느꼈을 것이다. 스티븐 선생님은 저 먼 한국 땅에 있었지만 이 힘든 여정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 역시 스티븐의 말을 곱씹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해낼 힘이 있다는 것을, 충분하다는 것을.

“널브러져도 괜찮아! 여긴 우리 세상이니까!”
“널브러져도 괜찮아! 여긴 우리 세상이니까!”

그 직후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들은 처한 현실과 주어진 상황을 곧잘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넘어져서 발가락 사이가 찢어졌는데, 걸을 수 있어 감사하다 말하는 방법을, 비포장 길을 달리며 처음보다 험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위로하는 방법을, 이 힘든 시간이 결국 그리워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말은 생각을, 표정은 마음을 비춘다고 했다. 내가 본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은 몽골의 자연처럼 드넓어져만 갔다. 완벽히 적응할 무렵 ‘세상을 품은 아이들’의 이사장님이 일정에 합류했다. 7명에서 8명으로, 좀 더 든든해진 대형을 갖춰 몽골 여정의 끝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힘차게.

해를 본다. 내일도 해 보기로 다짐한다
해를 본다. 내일도 해 보기로 다짐한다

 

●돌아온 여행자에게

몽골 횡단이라는 무모한 도전은 더 이상 개인의 목표가 아니었다. 함께 끝마치는 것이 ‘성공’이라 정의했기에 서로를 보듬고, 사랑해야만 했다. 단단해져 가는 허벅지만큼이나 유대라는 울타리도 단단해져 갔다. 마침내, 몽골의 동쪽 끝, 처이발상 작은 호숫가에 도착했다. 끝은 언제나 초라한 법. 특별한 것이 혹시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호수만 잔잔히 일렁일 뿐이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잔잔히, 깊게 일렁였다. ‘끝’이라는 의미가 특별할 뿐이니 함께 노래하기로 한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35일 동안 2,100km를 함께 달렸다. 함께 먹고, 잤으며 울고 웃었다. 아이들의 눈빛, 표정 그리고 변화. 나는 분명 보았다. 아이들의 열린 마음에 용기가 씨앗이 되어 풍성한 나무가 되는 모습을.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나무가 일상에 달콤한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타이완의 베스트셀러 작가 ‘란바이퉈’는 <돌아온 여행자에게>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여행이 끝난 뒤 생활에서 실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꺼리던 사람이 낯선 이를 돕고, 통제받기를 싫어했던 사람이 존중하는 법을 깨닫고, 겁이 많던 사람이 스스로 믿고 용기를 내는 것. 상처받고 괴로워했던 일을 되돌아보고, 쓰러진 자신을 부축해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여행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할 일이다.” 함께한 모두가 그렇기를 바란다. 나의 지난 도전과 여행들이 여전히 내 삶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듯이. 여행은 분명 사람을 변화시킨다.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Thanks to
자전거를 지원해 주신 세파스, 여행 가방을 협찬해 주신 툴레코리아, 유니폼을 제작해 주신 트래픽라이트와 프로젝트를 도와 주신 여러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우린 작은 꿈 하나를 이루었고, 넓은 세상을 품게 되었습니다. 

 

글·사진 김훈호  에디팅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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