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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이 음식 어때요

  • Editor. 강화송
  • 입력 2018.12.03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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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겨울, <트래비>의 친구들에게 물었다.
이맘때면 늘 생각나는 ‘겨울철 소울푸드’가 있냐고.

Ⓟ문미화

 

●SWITZERLAND
‘콕’ 찍고 ‘푹’ 담가
퐁뒤 Fondue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 위, 보글보글 끓는 치즈. 긴 포크에 브로콜리, 감자, 빵 등 각종 재료들을 ‘콕’ 찍고 ‘푹’ 담가 먹는 재미. 스위스의 퐁뒤만큼 추운 겨울을 녹여 주는 음식이 또 있을까.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 시작된 퐁뒤는 주로 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잘 숙성된 스위스산 치즈를 녹여 만든다. 간단한 준비로도 한껏 차린 식탁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파티나 연말 모임에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문뜩 달콤한 맛이 그리워질 때는 치즈 대신 초콜릿 퐁뒤에 과일이나 크래커를 찍어 먹어도 좋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오순도순 가족과 둘러앉아 퐁뒤를 즐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재료를 넣든 그대로 요리가 되니, 겨울철 식탁 위 마법이라 부르고 싶다. 간단하고, 화려한 마법.
최민경
 

●JAPAN

뜨끈하고 달콤한 위로
온천만쥬 温泉まんじゅう

군마현을 여행할 때다. 구사쓰(草津)부터 시작하여 이카호(伊香保), 타카라가와(宝川) 등 유명하다는 온천 명소를 모조리 섭렵했다. 당시 빼놓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이 하나 있다. 작은 호빵을 닮은 ‘온천만쥬’가 그 주인공이다. 뜨끈뜨끈한 빵 속에 단팥이 가득 들어가 있어 말랑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팥 앙금이 든 온천만쥬는 갈색, 밤 앙금이 들어 있는 온천만쥬는 백색을 띠고 있다. 온천만쥬의 단짝은 진하게 우려낸 녹차! 따스한 단팥이 입 안을 가득 메울 때, 씁쓸한 녹차 한 모금을 들이켜 보자. 겨울철 꽝꽝 언 호수마저 사르르 녹여 버릴 맛이다.  
임중빈

 

그날의 온도
어묵나베 おでん鍋

교환학생으로 오사카에 머물던 시절, 현지 가정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덕분에 쌀쌀한 초겨울, 사이좋은 한 노부부의 집에 초대받게 되었다. 부부는 마치 나를 딸처럼 반겨 주며 식탁으로 안내했다. 온기 가득한 주방에는 어묵나베가 끓고 있었다. 푹 삶은 무와 보들보들한 곤약, 통통한 유부 주머니까지. 그날의 온도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곧장 식탁의자에 앉아 어묵 한입을 베어 물었다. 따스한 온기가 빈속을 타고 요리조리 뱃속을 헤엄치니, 그저 미소만 터져 나왔다. 겨울 냄새가 풍겨 오면 오사카 노부부의 부엌이 떠오른다. 어묵나베가 보글보글 끓고 있을 것만 같다.       
서지선
 

뜨끈한 온천의 맛
사슴고기 조림 Venison

3년 전 겨울, 삿포로 여행을 떠났을 때다. 뼈까지 시려 오는 차가운 날씨에 첫날부터 하루 종일 온천물에 몸을 녹였다. 그날 저녁, 허해진 기를 보충하려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낯선 음식이 눈에 띄었다. 삿포로의 별식, 사슴고기 조림이란다. 평소의 나라면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NO’를 외쳤겠지만, 여행이니 먹어 보기로 했다. 처음 맛본 사슴고기는 약간 비릿함이 감돌았지만 곧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그 뒤로 몇 번이고 그릇에 담아 와 먹기를 반복했다. 뜨거운 탕이 절실해지는 겨울이면 문뜩 그날 맛본 사슴고기 조림이 떠오른다.     
오윤희
 

한 뚝배기 하실래예
수프카레 スープカレ

영하 20도를 웃도는 겨울철 홋카이도에 있을 때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은 방금 털어 낸 모자 위를 벌써 수북이 덮어 가고 있었다. ‘따뜻한 음식이라면 먹다 남은 것이라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근처 보이는 식당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의 메인메뉴는 다름 아닌 수프카레였다. 홋카이도 지역에서 처음 생겨난 수프카레는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다. 워낙 묽게 끓여 찌개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인데 덕분에 ‘호로록’ 들이키기 좋다. 인도의 향기가 살짝, 우리나라 삼계탕과도 비슷한 한약재의 향기도 살짝 풍겨 온다. 그날 먹었던 수프카레가 아니었다면 홋카이도의 겨울을 이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구도영

Ⓟ서진영

 

●HUNGARY
익숙한 그 맛
굴라시 Goulash

유럽은 내가 애정하는 여행지지만 애석하게도 음식과는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는 사이인 듯하다. 헌데 유일하게 마음에 ‘꼭’ 들었던 음식이 있다. 약 2주간의 유럽 여행의 종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굴라시였다. 김치찌개의 육촌 정도 되는 녀석이랄까. 한국음식과 어딘가 많이 닮아 있는 맛에 어찌나 반가웠는지. 파프리카 가루로 맛을 낸 굴라시의 모양새는 흡사 감자탕 같기도 하다. 한 스푼 가득 떠 꿀떡 넘기니, 그동안 유럽에서 먹었던 버터와 치즈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토속적인 얼큰함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느껴지는 개운함에 그저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달걀을 넣어 만든 면인 슈페츨레(Spatzle)와 같이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최아름

 

●CANADA
영혼까지 뜨끈해지는
버팔로 수프 Buffalo Soup

오로라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한겨울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찾았다. 온전한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며칠간 머물러야만 했다. 기온은 수은주를 깨뜨릴 만큼 낮았고, 새벽녘 체감온도는 영하 50도를 육박했다. 영혼까지 얼려 버릴 것 같은 강추위에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서 다이닝 홀로 향했다. 그곳에서 버팔로 수프를 만났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스프 한 국자를 후루룩 들이키니, 따스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갑작스럽게 몸속에 들어온 뜨거운 국물 덕분에 콧물까지 줄줄 흘려 버렸다. 크림치즈를 바른 빵에 곁들여도 일품이다.    
차승준
 

●IRELAND
든든한 한 그릇
아이리시 스튜 Irish Stew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한겨울 여행길에 오른 적이 있다. 멀리 아일랜드로. 도착 후 숙소를 잡기 위해 아일랜드 도심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결같이 자리가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여행을 너무 만만히 본 나의 오만을 후회하며 한 식당에 들어섰다. 곧장 보이는 그림 속 스튜를 콕 찍으며 주문했다. 날 좀 살려 달라는 희미한 신호였다. 수프에는 감자와 당근, 양고기, 양파 등이 들어 있었다. 무심하게 접시에 걸친 빵 한 조각까지. 한 입 떠먹으니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하다. 장시간 끓여 낸 덕에 야채는 부드럽게 입 안을 데워 줬고 풍미가 가득한 국물은 마음을 풀어 줬다.      
권라희
 

●CHINA

겨울에는 역시
군밤 炒栗子

베이징 ‘왕푸징 야시장’을 구경할 때다. 베이징덕으로 거하게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에 나섰다. 얼마 가지 않아 내 발길을 잡은 것은 고소한 냄새 폴폴 풍기는 군밤이었다. 마침 가벼운 주전부리도 필요하다 싶어 얼른 구입했다. 동그란 군밤이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으로 살포시 받아 냈다. 따뜻했다. 훅 불어오는 추위에 겨울을 실감할 때면, 불현듯이 군밤 덕에 따스했던 손끝의 온도가 생각나곤 한다. 베이징에서 유명한 군밤 브랜드를 꼽으라면 역시 ‘추리샹(秋栗香)’이다. 알맹이도 상당히 크고, 껍질이 얇아 벗기기도 쉽다.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워낙 많아 약간의 웨이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고은

Ⓟ고아라

 

●BELGIUM

겨울을 녹이는 홍합
물르 Moules

붉은 홍합 살, 순백색 국물. 겨울이면 홍합탕이 빠질 수 없다. 겨울 벨기에를 여행하며 어찌나 홍합탕이 먹고 싶던지. 그래서 찾아 낸 답이 바로 ‘물르’다. 물르는 벨기에식 홍합요리다. 제철을 맞은 홍합에 화이트 와인을 넣고 크림소스로 맛을 낸다. 현지에서 워낙 사랑받는 음식인지라,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튀긴 감자, 빵, 밥을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과연 ‘겨울을 녹이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브뤼셀에서 만난 물르의 맛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르와 와인 한 잔, 추운 겨울 거뜬히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박미라
 

글 트래비스트 정리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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