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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날, 우리 술 한 잔

충청남도편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12.03 17:07
  • 수정 2018.12.1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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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바다를 따라 아빠와 둘이 떠났다. 
따뜻한 볕 아래 빚은 우리 술을 찾아
논산, 당진, 서천으로. 

●논산

양조장에서 보물찾기  
양촌양조장

아빠_100년 동안 잘 보존되었구나. 
양촌막걸리는 진하고 구수하니 내 입맛에 딱이다!
딸_술항아리 옆에 걸린 자그마한 고리가 술바가지를 걸던 고리라네요. 
양조장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만 같아요. 

양촌양조장에는 100년의 여운이 서렸다. ‘양촌’, 볕이 잘 드는 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양지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양촌양조장의 시작은 가양주다. 1920년부터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고, 1931년 지금의 모습을 갖춰 2016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2층 발효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대들보에 적힌 ‘소화 6년 신미 6월9일’이란 글자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시간을 대변하듯, 양촌양조장은 살아 있는 박물관 같다. 옛 한옥 양조장 안에는 발효실과 우물, 마당에는 발효 항아리, 소주 독, 술 빚는 도구 등 골동품들이 가득하다. 영조 임금이 하사한 ‘군신제화도’,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옛 사람들의 술 예법이 소개된 <향음주례홀기> 등 귀한 문헌들을 보유하고 있다. 2,000여 점에 가까운 양촌양조장의 유물은 현재 충남역사박물관 수장고에 위탁, 관리되고 있다. 

양조장 마당 옆 막걸리 카페는 막걸리 판매장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양촌 생동동주, 양촌 생막걸리, 양촌 우렁이쌀 & DAY 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들을 마셔 볼 수 있다. 대둔산 자락 천연암반수로 빚었다는 양촌 생동동주는 청량한 감칠맛이 난다. 아빠가 고른 양촌 생막걸리는 100년 동안 사랑받은 논산 대표 막걸리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내가 고른 술은 100% 무농약 논산 햅쌀로 빚은 우렁이쌀 막걸리. 한 잔의 막걸리에도 우러난 깊은 맛과 향은 안주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양촌양조장은 현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1970년대 맥이 끊긴 약주를 다시 양조하기 시작했다고. 40여 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양촌양조장의 ‘신상’ 술, 양촌 우렁이쌀 청주가 그 증거다. 

주소: 충남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 1665번길 14-7  
오픈: 매일 10:00~18:00
전화: 041 741 2011  
홈페이지: www.iyangchon.com

 

●당진
연꽃잎을 머금은 술  
신평양조장

아빠_연잎밥은 봤어도 연꽃잎이 들어간 술은 처음이구나.
딸_20대부터 좋아하던 백련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에 직접 왔네요. 

신평양조장은 당진 간척지에서 자란 우리 쌀로 술을 빚는 곳으로, 신평이란 이름 또한 ‘새로 난 평야’라는 한자에서 땄다. 신평양조장의 시작은 1933년. 현재 3대째 가업을 물려받은 김동교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신평양조장은 2013년 ‘찾아가는 양조장’ 지원사업에 첫 번째로 선정됐는데, 그 이유는 양조장을 둘러보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옛 일제강점기부터 자리해 온 양조장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를 품고 있다. 80년 넘게 오로지 술 빚는 일에만 몰두했던 공간에서 선조의 손길이 묻어난다. 양조장 옆에 있는 백련양조문화원에서는 양조장에 관한 옛 문헌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양조 체험 및 시음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신평양조장의 대표 술은 발효 과정 중에 하얀 연꽃잎을 넣어 만든 백련막걸리다. 살균막걸리 ‘Misty’는 알코올 7도, 생막걸리 ‘Snow’는 6도로 그중 Snow는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잔에 따른 백련막걸리는 눈처럼 새하얗고 곱다. 살짝 씁쓸하고 텁텁하다 느낄 수 있는 맛이 가시면, 뒷맛은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패키지에 그려진 선비처럼 유한 맛이다. 백련막걸리는 신평양조장이 직영 중인 서울 강남역 인근의 주점 ‘셰막’에서도 맛볼 수 있다.

주소: 충남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오픈: 매일 10:00~17:00(일요일, 공휴일 휴무)  
전화: 041 362 6080  
홈페이지: www.koreansul.co.kr  
요금: 시음 및 관람 무료(10:00~14:00, 10분 이내)
양조체험 | 명예막걸리 소믈리에 과정, 증류주 내리기, 쿠키 만들기 등 시간 및 가격 상이(홈페이지 참조)

 

●서천
집집마다 다른 맛  
한산소곡주

아빠_한산면 일대가 모두 소곡주를 빚는다니, 
말로만 듣던 한산소곡주는 하나가 아니었구나! 
딸_1,500여 년을 이어 온 우리 술 축제가 있다니. 아빠와 함께라 더 좋네요.

충남 서천 한산면에는 1,5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술이 있다. 찹쌀을 빚어 100일 동안 익혀 만든 술, 한산소곡주가 바로 그 주인공. 백제 궁중에서 마시던 소곡주는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 그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가 소곡주에 취해 과거를 보지 못한 일화가 있어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린단다. 현재 한산소곡주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3호 우희열 명인을 포함해 한산 지역 일대 70여 곳 양조장에서 빚고 있다. 모두 ‘한산소곡주’라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맛과 개성은 집집마다 다르다. 

때마침 한산소곡주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아빠와 함께 아침부터 발길을 재촉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축제는 매년 10월경 한산시장에서 열린다. 각각 발효와 증류과정에서 모티브를 딴 ‘누룩’과 ‘화비’가 축제의 마스코트. 축제가 열리는 시장 한가운데는 한산소곡주갤러리도 있다. 64곳 양조장에서 빚은 한산소곡주를 구입할 수 있고, 시음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갤러리 근처에 위치한 우희열 명인 한산소곡주는 2014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알코올 13도, 18도, 43도, 총 세 가지 소곡주를 비롯해 고도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백제소곡주와 18도 한산소곡주를 증류한 43도 불소곡주도 양조한다. 

한산소곡주(우희열 명인) 
주소: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18  
오픈: 매일 10:00~17:00(주말 휴무, 사전 문의 후 체험 및 이용 가능)  
전화: 041 951 0290  
홈페이지: www.sogokju.co.kr


한산소곡주갤러리 
주소: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73번길 21-1  
오픈: 매일 10:00~18:00(월요일 휴무, 사전 문의 후 체험 및 이용 가능)  
전화: 041 951 5856  
홈페이지: sogokju.1500hansan.com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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