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너머 가을이
서산 너머 가을이
  • 서지선
  • 승인 2018.12.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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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축제엔 국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국화축제에서 만난 억새 길
국화축제엔 국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국화축제에서 만난 억새 길

부쩍 서늘해진 날씨에 코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코 한 번 비비고, 가을이 앉은 서산으로 향했다. 
물든 것은 코끝만이 아니었다. 

개심사 입구를 시작으로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야한다
개심사 입구를 시작으로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야한다

 

●마음을 여니 가을이 들어왔다


11월 초,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開心寺) 입구에 서니 가을이 열려 있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이가 말했다. “개심사는 일 년 내내 고유의 분위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왕벚꽃이 피는 봄과 단풍이 붉어지는 가을이 최고예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가을과 만날 준비가 된 것이다.


낙엽 쌓인 돌계단을 서벅서벅 올라갔다. 마음을 열고 한 걸음씩 다가서니, 놀랍게도 내딛는 걸음걸음이 사뿐하게 느껴졌다. 가을과 만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낙엽비가 춤을 췄고, 반짝이는 햇빛은 가을이라는 녀석이 더욱 멋을 부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마음을 애써 여는 것이 아닌, 열 수밖에 없는 ‘가을 길’이다.

개심사 연못 위로 가을이 앉았다
개심사 연못 위로 가을이 앉았다

계단이 끝날 무렵 산속 깊이 숨어 있던 개심사가 나타났다. 백제식 직사각형 연못 위로 낙엽이 포근히 떨어져 있었고, 천년고찰은 찾아오는 이들을 여유로이 반겨 주었다. 안양루 마루에 앉아 가을이 든 뜨락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사찰 곳곳에 원목의 곡선을 살려 만든 나무기둥이며 서까래가 눈에 밟혔다. 자연과 사찰이 어우러짐으로써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시선을 멀리 두니, 저 멀리 붉어진 상왕산의 산세가 가을을 품고 들어왔다. 기꺼이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그런 사찰 여행이었다.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전화: 041 688 2256

산속 깊이 숨어 있던 자애로운 부처님과의 만남
산속 깊이 숨어 있던 자애로운 부처님과의 만남

●바위에 새겨진 백제의 미소


한국의 마애불 중 최고로 꼽힌다는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84호)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랗게 가을이 내려앉은 입구에서 장승이 익살스럽게 여정을 맞아 주고 있었다. 부처님을 만나기 위한 길이 시작된 것이다. 은행잎이 내려앉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턱 끝까지 가을 공기가 차올랐다. 부처님 만나러 가는 길엔 심신을 단련하라는 백제인의 메시지인가 보다.

계곡을 넘어 마애불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계곡을 넘어 마애불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숨을 가다듬기도 전에, 절벽에 자리한 높이 2.8m의 장신 부처님과 눈이 마주쳤다.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있는 입가를 보니 서산 마애불이 왜 ‘백제의 미소’라고 불렸는지 감이 온다. 서산은 백제와 중국을 연결하는 행로에 자리 잡고 있어서 중국 불교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곳이기도 하다. 중후한 느낌의 본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 햇빛의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달리 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면에서 바라본 얼굴은 친근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정겨운 얼굴이었다.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5-13  
전화: 041 660 2538

드넓은 가을하늘의 품속에서 해미읍성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드넓은 가을하늘의 품속에서 해미읍성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의 역사를 되돌아보다


조선의 역사를 담는다는 생각으로 해미읍성에 들어섰다. 1417년에 축성을 시작해 1491년에 완공된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 서해안의 군사적 요충지로 충청병마절도사가 근무하던 곳이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에 가시가 뾰족한 탱자나무를 심어 ‘탱자성’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충무공 이순신이 10년간 군관으로 부임했던 역사적 장소기도 하다. 훌륭한 보존 상태를 자랑하며,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마저 톡톡히 해내는 곳이니 그야말로 역사가 흘러내려 온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가을 소풍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너른 성 안을 가득 채웠다. 해미읍성이 더욱 유명해진 계기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었다. 조선 후기 병인박해 때 1,000여 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과 처형을 당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을 매달았던 호야나무가 아직도 묵묵히 서서 순교자들의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품으로 그들의 넋이 위로되길 바랐다. 
 

주소: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전화: 041 660 2540

 

▼서산국화축제
마침 서산국화축제가 한창이었다. 11월 초의 맑은 하늘 아래 갖가지 국화 향기가 퍼졌고, 경쾌한 어르신들의 노랫말이 울려 왔다. 국화 꽃 따기 체험에선 국화 다발을 한 아름 안겨 주는 줄 알았더니 아직 채 꽃피우지도 못한 국화를 따란다. 이 꽃송이들이 국화차가 되는 것이다. 꽃과 과일이 가득한 동산을 거니는가 하면, 국화로 가득 찬 터널을 걸었고, 바람개비가 가득한 하늘과 억새의 길도 만났다. 국화로 만든 장식은 포토존이 되어 사진기에 담겼다. 닭고기꼬치를 뜯어 먹고 있으니, 한 어르신이 “쇠주도 한 잔 할텨유?” 하시며 자연스레 축제에 대한 애정을 풀어내신다. 웃음꽃이 만개한 가을이었다. 

주소: 충남 서산시 고북면 고북1로 320-1
전화: 041 660 3935

 

글·사진 Traviest 서지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서산시청 www.seosan.go.kr, 시골투어 www.sigo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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