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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뿐사뿐 오늘의 경주를 걷다

  • Editor. 이성균
  • 입력 2018.11.30 10:20
  • 수정 2018.11.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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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의 첨성대에는 노란 단풍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울 초입의 첨성대에는 노란 단풍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국사 교과서에 나온 것이 여행의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주는 신라의 역사와 함께 지금의 감성이 가미된 공간들이 즐비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경주의 작은 골목길까지 넘나들었다.

경주의 랜드마크 첨성대. 그냥 지나치기에는 인증 샷의 유혹이 너무나 강하다
경주의 랜드마크 첨성대. 그냥 지나치기에는 인증 샷의 유혹이 너무나 강하다

●걸을 준비 되셨나요?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한국인의 여행지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경주. 수학여행, 내일로, 계모임 등의 이유로 한 번은 가봤을 그런 곳이다. 대표적인 명소로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등 신라시대가 중심이 되지만 최근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동궁원, 황리단길 등 젊은 콘텐츠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다각화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 교촌한옥마을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 교촌한옥마을

특히 경주 시내는 몇 걸음 뗄 때마다 핫플레이스가 몰려 있어 도보여행에 딱이다. 경주 시내에서 즐기는 도보여행은 동궁과 월지에서 시작해 첨성대, 계림, 내물왕릉, 교촌한옥마을, 황리단길로 이어진다. 이 여정을 먹고, 쉬고, 사진 찍는 등 다채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반나절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한 곳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각각의 매력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파리가 떨어진나무지만 왠지 모를 근사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파리가 떨어진나무지만 왠지 모를 근사한 분위기가 흐른다

본격적인 도보 여행에 앞서 워밍업으로는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이 좋다. 연구원이 오랜 세월동안 가꿔온 산림자원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는 맛이 있다. 연구원에는 무궁화, 소나무, 철죽, 매화나무, 소사나무, 모과나무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도지정문화재등 수십만본의 산림자원을 누릴 수 있다. 여행자는 나무공장이자 공기정화기, 초록병원, 자연미술관인 이 공간에서 소중한 산림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도보 여행의 출발점인 동궁과 월지는 안압지 서쪽에 위치한 신라 왕궁의 별궁터다. 이곳은 여느 부속건물들과 다르지 않게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연회를 베푼 장소다. 그런 배경때문일까. 동궁과 월지는 아직도 연회장으로 쓰이는 것처럼 단정하게 관리돼 여행자를 맞이한다. 나홀로 여행자부터 연인, 부부,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가 이곳을 찾아와 경주의 여유를 만끽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동궁과 월지에서 걷기의 참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내물왕의 업적과 대비되는 소박한 능
내물왕의 업적과 대비되는 소박한 능

다음 장소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첨성대를 경유해 계림, 내물왕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첨성대 주변은 계절마다 색감이 다른데 봄에는 노란 유채꽃, 여름에는 초록으로 꽉 찬 나무와 잔디, 가을에는 단풍과 핑크뮬리, 겨울에는 누르스름한 잔디밭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은 자칫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적인 첨성대를 걸어 다니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첨성대를 지나면 느티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계림이다.

이곳은 흰빛 닭의 울음소리를 따라 들어갔더니 숲 속에서 금궤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아이가 태어난 설화가 담겨있다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다. 계림의 얽힌 탄생설화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돌무지덧널무덤의 양식으로 축조된 둥근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이 무덤은 신라의 국가체계를 확립하고, 왕호로 마립간을 사용한 내물왕의 능이다. 광개토대왕의 도움을 받아 왜군을 물리치는 등 그의 업적, 신라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소박한 능의 모습이 여운을 남겼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불리는 경주 최부자댁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불리는 경주 최부자댁

오래된 역사 길을 마치면 비교적 최근과 맞닿아있는 한옥마을에 다다른다. 경주교동 최씨고택 등이 자리 잡은 교촌한옥마을은 경주 시내의 유명 관광명소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를 추천한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한복을 대여할 수 있기 때문. 장소는 최씨고택이 딱이다. 보통 경주 최부자댁 또는 최진사집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 주인은 선한 영향력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손꼽히는 곳이라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전주비빔밥못지않은 경주 향토음식 곤달비비빔밥
전주비빔밥못지않은 경주 향토음식 곤달비비빔밥

명소들을 알차게 돌아다녔다면 먹는 즐거움도 챙겨야 한다. 황리단길과 교촌한옥마을 중간에 경주 향토 음식인 곤달비 비빔밥과 6부촌육개장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어 시선을 끈다. 이 두 음식은 경주시에서 맛과 품질을 이어가기 위해 지정된 음식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게 한다고. ‘비빔밥은 전주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곤달비 비빔밥의 맛도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 곤달비는 곰취와 비슷하게 넓적한 채소로 깊은 산지에서 자라고,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이 비빔밥은 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소스로 비벼 채소 고유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곤달비의 쌉싸래한 감칠맛이 입맛을 자극하는데 여간해서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이외에도 교촌한옥마을에는 계란 지단이 가득한 김밥, 인절미 아이스크림, 파전과 막걸리 등 지나치기 힘든 먹거리가 유혹한다.

한옥을 활용한 황리단길 훌림목 카페
한옥을 활용한 황리단길 훌림목 카페

●골목 따라 시간여행 


동궁과 월지에서 시작된 경주 도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은 젊은이를 비롯해 전 세대가 찾는 황리단길이다. 황리단길은 황남동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길로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곳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이후 유명세가 연일 커지고 있는데, 단순히 방송의 힘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황리단길의 가게들은 경주 고유의 색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가게 저마다 지니고 있는 특색으로 여행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도로변의 눈에 띄는 가게들 외에도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곳까지 모두 다니려면 하루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곳을 언제 어디서 찾을지 모르니 몇 번을 여행해도 질리지 않는 길이다.

단팥과 버터를 활용한 앙빠
단팥과 버터를 활용한 앙빠

이번에 찾아낸 멋진 공간은 한옥을 활용한 카페 ‘훌림목’이다. 이곳에서는 수플레 팬케이크, 앙빠, 훌림목 커피 등이 인기메뉴다. 음료와 디저트를 받아들면 우선 그 모양새에 만족하고, 맛을 보면 기분좋은 달콤함이 여행의 피로를 물리친다. 허겁지겁 맛을 보고나서야 주위를 둘러볼 평정심을 되찾는다. 창가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창가 너머로 보이는 마당과 콘크리트 계단으로 연결된 옥상을 보니 예전의 우리 집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황리단길에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소품들이 곳곳에 있다
황리단길에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소품들이 곳곳에 있다
경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황리단길
경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황리단길

황리단길이 자아내는 추억의 향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골목으로 이어진다. 쫀드기, 아폴로 등 20~30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도와주는 아이템들로 채워진 문방구와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았던 골목과 빼닮은 골목이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황리단길 안에서 현재와 과거 두 시간대를 모아서 즐길 수 있다. 빛나는 여행을 영원히 추억하게 해줄 인증 샷은 덤이다. 

골목 벽에는 재치있는 벽화들이 가득하다

해가 지더라도 경주 여행은 끝이 없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경주중앙야시장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면 종류를 제외한 야시장 전 품목 중 4가지를 만원에 즐길 수 있는 빅4 상품권을 활용하면 더욱 풍성한 야시장 투어가 가능하다. 또 동궁과 월지의 야경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경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문호와 주변 관광단지
경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문호와 주변 관광단지

●경주를 내 발아래 


경주 시내를 누볐다면 보문호 관광단지로 이동해 건축과 예술, 식물원을 탐구할 차례. 보문호를 중심으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동궁원, 신라밀레니엄 테마파크 등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에서 한국인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문화와 세계문화의 접목을 통해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조직된 공간이다. 이러한 목표에 맞춰 경주솔거미술관, 침성대 영상관, 한민족 문화관 등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2007년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의 실루엣을 재현한 높이 82m의 경주타워를 완공하며 보문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경주타워에서는 신라문화역사관, 드라마 <선덕여왕>을 주제로 한 전시도 진행하고 있으며, 보문호를 발아래 두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놓치지 말아야할 뷰는 경주솔거미술관으로 이동하며 만날 수 있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이른 아침일수록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사색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경주타워와 황룡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경주솔거미술관 가는 길은 경주타워와 황룡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경주솔거미술관 가는 길은 경주타워와 황룡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보문호와 맞닿아 있는 동궁원은 옛 안압지였던 동궁과 월지에서 기이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문무왕 14년 삼국사기 기록과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콘텐츠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현한 공간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동궁원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동궁원

동궁원은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에 적합한데 일만 송이 토마토 정원, 블루베리·체리원 등 농업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사계절의 색감으로 물든 꽃을 감상할 수 있고, 그라비올라, 시나몬, 핑거루트 등 우리 삶속에서 힐링을 선물하는 식물 100여종을 만날 수 있는 2관이 인기다. 마지막으로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동궁식물원은 테마별로 야자원, 관엽원, 화목원, 열대과원, 수생원으로 나누어진 공간으로 초록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동굴폭포를 과하는 7m 높이의 고가 관람로에서 식물원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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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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