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대전, 성심당 빵지순례
빵빵한 대전, 성심당 빵지순례
  • 전용언
  • 승인 2018.12.0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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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하듯 전국의 빵집을 찾아가는 이른바 ‘빵지순례’에서 성심당이 빠질 수 없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해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대전 중구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살아남아온 성심당은 전국의 빵돌이, 빵순이에게 성지나 다름없었다. 대전역에서 도보로 15분, 성심당 본점에 도착해 본격적인 빵지순례에 나섰다.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입구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입구

●성심당의 고장 대전


대전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품게 된 의문 하나. 어쩌면 대전보다 성심당이 더 유명한 것은 아닐까? 그래도 명색이 광역시인데, 허튼 의구심이 아닐까 싶다가도 대전역에 십여 분쯤 머물러 있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으로 바뀌곤 한다. 억센 사투리를 구사하는 아주머니부터 서울로 상경하는 모습의 대학생, 의정부로 복귀하는 듯 서글픈 표정을 한 군인아저씨까지, 대전을 떠나는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성심당의 종이가방이 들려있었다. 대전역을 바삐 오가는 절반이 같은 짐을 쥐고 있었으니 성심당의 빵이 가히 대전여행의 필수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성심당에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성심당에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돌격 튀소 앞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고, 마침 이번 여정은 온전히 빵을 위한 길이었으니 일각의 망설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성심당에 들어서면 그뿐. 대전 은행동에 자리한 성심당 본점은 주말이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나 성심당 안에서도 유난히 길게 늘어선 줄이 있었으니, 그 끝에는 역시 성심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튀김소보로가 자리했다. 성심당이 작금의 유명세를 타기까지 그 기반을 일궈낸 것은 단연 튀김소보로. 심지어 튀김소보로를 맛보기 위해 대전에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해 동안 사랑받은 빵이기도 하다. 실제로 타지에 사는 친구에게 방문할 때면 튀김소보로를 한 가득 들고 가면 만사 오케이였다. 지금에는 특송서비스를 이용하면 KTX로 서울역에 배송된 튀김소보로를 맛볼 수도 있다.

주말이면 빵을 구입하기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말이면 빵을 구입하기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표 메뉴를 향한 성심당의 자부심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입구 바로 옆에 세워진 튀김소보로 동상이 바로 그것이다. 노릇노릇한 튀김소보로의 실물과는 사뭇 다르게 채도가 낮은 황금색을 띄고 있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한 무리의 외국인여행객들은 튀김소보로 동상 옆에 서서 교대로 사진을 찍으며 쉴 새 없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성심당의 대표메뉴인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성심당의 대표메뉴인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식욕을 자극하는 빵의 향연, 거기에 향긋한 냄새까지 더해지니 최면에 걸린 듯 양손이 무거워질 정도로 빵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굳이 튀김소보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빵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원조 튀김소보로의 팥을 대신해 고구마가 들어간 튀소구마는 구수한 단맛과 함께 바삭한 식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튀김소보로와 쌍벽을 이루는 판타롱부추빵도 단맛을 꺼려하는 어른들에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독 성심당의 빵을 애정하시는 대전 토박이 아버지는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을 두고 ‘빵에서는 이들이 메시와 호날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이영자의 맛비게이션(맛집+네이게이션)에 포착된 명란바게트도 빠뜨릴 수 없다. 성심당에서도 반숙을 곁들이는 식으로 명란바게트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소개하며 판매고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탄명란바게트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탄 명란바게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집어든 건 토요빵이었다. 정체를 쉬이 알 수 없는 다소 난해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단 한 번 먹은 사람은 없다는 극강의 맛을 자랑하는 게 바로 이 토요빵이다. 토요빵은 달짝지근한 적고구마와 타피오카(카사바의 뿌리에서 얻는 전분)의 쫀득함이 어우러진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과거 이 빵이 토요일에만 생산돼 고객들의 원성이 일자 매일 만들게 돼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내려오지만, 실은 토요일에 첫 선을 보여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보문산메아리, 카카오순정, 성심앙버터, 각종 고로케 등 다채로운 종류의 빵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양과자를 전문으로 하는 성심당케익부띠끄
양과자를 전문으로 하는 성심당케익부띠끄

●성심당 본점, 그 주변도 함께 돌아보자 


통장잔고를 한껏 비워낸 후에야 가까스로 성심당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들러야 할 곳들이 남았다. 성심당 본점의 바로 맞은편에는 성심당 계열의 브랜드인 ‘성심당옛맛솜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스탤지어 감성의 품위 있는 전통과자점’을 표방하는 옛맛솜씨는 전병과 약과, 쌍화탕 등 이름 그대로 60~70년대 감성이 물씬 풍겨 나오는 메뉴가 주종목이었다. 찹쌀떡인 대전부르스떡, 이름부터 쫀득함이 느껴지는 앙떡타르트 등이 옛맛솜씨의 대표메뉴였다. 그중 쑥떡앙빵을 집어들었다. 통팥과 찹쌀, 쑥떡이 가미된 쑥떡앙빵은 고소함과 쫀득함을 여느 빵집 못지 않은 맛을 자랑했다.

교황 방한 당시 아침 식사로 대접했던 치즈 스콘은 교황님의 치즈 스콘으로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 했다
교황 방한 당시 아침 식사로 대접했던 치즈 스콘은 교황님의 치즈 스콘으로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 했다
먹기에 다소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리는 생크림이 일품이다
먹기에 다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리는 생크림이 일품이다
성심당옛맛솜씨의 시그니처 빵인 쑥떡앙빵
성심당옛맛솜씨의 시그니처 빵인 쑥떡앙빵

성심당 본점과 옛맛솜씨가 자리한 곳에서 한 블록을 건너가면 케이크 종류를 전문으로 하는 케익부띠끄가 나온다. 앞선 두 집과 달리 양과자점의 향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는 케이크와 함께 온갖 파이와 머랭 등 양과자 종류를 판매한다. 특히 2014년 교황 방한 당시 대접한 치즈 스콘은 ‘교황님의 치즈 스콘’으로 명명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옛 분위기를 물씬 풍겨내고 있는 성심당옛맛솜씨 매장. 이곳에서 전병과 쌍화탕 등을 먹고 마시며 60~70년대의향취를 느낄 수 있
옛 분위기를 물씬 풍겨내고 있는 성심당옛맛솜씨 매장. 이곳에서 전병과 쌍화탕 등을 먹고 마시며 60~70년대의향취를 느낄 수 있다

성심당이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게 된 건 성심당의 일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한해 매출이 400억원을 넘어선 만큼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욕심낼 만도 하건만,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라는 소개문을 스스로 내세운 성심당은 이벤트성의 단기 판매를 제외하면 대전 이외의 지역에 점포를 확장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성심당은 지역민들과의 공존을 꾀하며 판매 후 남은 빵을 기부하는 일도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온다. 빵맛뿐만이 아니라 그 마음씨까지도 훌륭하니, 대전인들의 자부심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행여나 황톳길에서 미끄러질까 하는 걱정에 아내의 손을 잡아주던 중년의남편
행여나 황톳길에서 미끄러질까 하는 걱정에 아내의 손을 잡아주던 중년의남편

●맨발로 걸어보는 황톳길


탄수화물로 한껏 배를 채웠으니 이제를 칼로리를 소비해야 할 차례. 다음 행선지는 장동의 계족산 자락에 위치한 황톳길이었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소주회사가 2006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길이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황톳길 조성하는 것에 더해 심지어 맨발로 걷자는 콘셉트에 의문부호가 달렸지만, 이제는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매년 6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를 하는데, 그 정성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길이 잘 닦여있었다.


먹으러 다니느라 숨죽이고 있던 발을 신발에서 꺼냈다. 신기하기도,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붉은 황톳길에 몇 발자국 내딛고 나니 일전에 경험한 적 없는 신선한 감각이 찾아들었다. 단순히 차갑다는 느낌을 넘어 어떤 요상한 기운이 발바닥을 통해 들어온다고 해야할까. 누군가 말려주지 않았다면 14.5km에 이르는 황톳길을 완주할 뻔했다.

 

빵만 있는 게 아녀유~
대전의 숨겨진 맛집들

성심당을 위한 여정인 것은 분명했으나 대전의 먹거리는 비단 빵만이 아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유명 식당을 비롯해 원도심 골목골목 숨어있는 전통서린 식당까지, 맛집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트레스가 가시는 매콤함  
광천식당 

친구가 대전에 온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모든 게 성심당 방문으로 귀결되는 대전여행 알고리즘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은 음식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두부두루치기다. 광천식당은 이미 전국의 맛집을 두루 섭렵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에 의해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어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춧가루가 아낌없이 들어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일 정도의 새빨간 두부두루치기를 입에 와구 집어넣어 보자. 그 매콤함에 땀이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일상에서 받았던 울분과 애환이 날아가 버리니, 스트레스 해소용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특히 두루치기 국물을 3국자 퍼 넣어 자작하게 비벼먹는 칼국수사리가 백미로, 광천식당에 왔다면 꼭 함께 주문하도록 하자.

큰놈, 작은놈 중에서 골라유  
현대식당 

닭볶음탕 전문점인 현대식당에 간다면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2~3용의 작은놈과 3~4인용의 큰놈 중에서 양껏 고르기만 하면 된다. 단 한 가지 메뉴로도 방송을 탄 옆 식당 못지않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역시나 맛이다. 처음에는 그저 빨갛기만 한 닭볶음탕이 아닌가 싶다가도 시간을 들여 한소끔 끓이고 나면 밥 두어 공기도 뚝딱할 수 있는 밥도둑으로 변신한다. 닭의 감칠맛과 매운 양념육수다 단연 일품이다. 먹을수록 맛이 더해지는 현대식당의 닭볶음탕에 라면사리를 넣으면 그 맛이 배가되기도.

보기만 해도 개운한 물총칼국수  
오씨칼국수 

매년 대전 중구청이 나서 칼국수 축제를 열 정도로 칼국수는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쑥갓을 넣어먹는 칼칼한 맛의 공주칼국수부터 먹으며 웃음이 지어지는 들깨칼국수, 시원한 국물의 바지락칼국수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 선택한 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제격인 물총칼국수였다. 물총칼국수에는 동죽조개가 한가득 들어가 개운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물론 오씨칼국수의 별미라면 단연 김치인데, 기대 이상의 매운맛을 뽐내니 방심은 금물이다. 반찬과 함께 나오는 집게와 가위로 잘게 썰어 먹도록 하자.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쿠팡[빵빵!! 성심당투어+계족산황톳길]

 

글·사진=전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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