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부, 두 빛깔 가족여행
美 서부, 두 빛깔 가족여행
  • 김선주
  • 승인 2018.12.05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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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캐니언은 수천 수만 개 붉은 첨탑들의 향연과도 같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수천 수만 개 붉은 첨탑들의 향연과도 같다

미국 서부 3대 도시를 누비고 4대 캐니언(Canyon)을 탐험했다. 
4개 주를 넘나드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편안했고 동시에 자유로웠다. 
미국 현지투어와 렌터카 여행을 혼합한 덕분이었다. 
아내와 딸과 함께한 미국 서부 두 빛깔 가족여행 이야기다.

 

●Local Package
현지투어로 편안하게

관광버스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여행사 앞은 패키지여행에 오르려는 인파와 그들을 실어 갈 관광버스로 북적인다. 저 아줌마 아저씨들하고 함께 다니는 거야? 뭐야 어린 애는 나뿐이잖아! 고1 딸은 당황한다. 다행히 버스 안에는 딸보다 한참 어린 꼬마와 조금 어린 중학생, 서너 살 많아 보이는 언니까지 어린 여행객이 여럿 있다. 딸은 그제야 안심한다. LA에 사는 중년 교민, 덴버에서 온 노년 부부, 부산에서 온 가족여행객, 허니문 여행 중인 신혼부부…. 한국인을 공통분모로 각지에서 모여 든 여행객들이 패키지투어 버스를 가득 채운다. 라스베이거스와 주요 캐니언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밤에 더 화려하다
라스베이거스는 밤에 더 화려하다

가이드 아저씨 잘 생겼다 그치? 아내와 딸의 대화, 못 들은 척 넘기려는데 가만 보니 말쑥하고 언변도 좋다. 식사 시간까지 감안하면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반나절을 꼬박 할애해야 한다. 무료하기만 한 단순한 이동이 되느냐, 설레는 여행의 한 부분이 되느냐는 순전히 가이드 하기 나름이다. 1800년대 중반 미국 서부개척 시대부터 라스베이거스 호텔 개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줄줄 흥미롭게 펼쳐낸다. 역사와 지리, 과학, 문화를 넘나든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저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딸은 가이드 설명에 푹 빠진다.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키득키득…. 그렇게 패키지여행의 맛을 알아 가는 거겠지. 아빠 엄마도 따로 신경 쓸 게 없으니 오롯이 여행에 집중한다.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에 듬성듬성 뿌리를 내린 덤불들과 관목이 사라지고 현대적 빌딩이 죽죽 하늘로 치솟는다. 라스베이거스다. 네바다주 사막 위에 지어진 인공 도시,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 카지노와 유흥의 도시, 호텔과 쇼의 도시…. 수식어만큼 매력도 다채롭다. 아내와 딸은 벨라지오 호텔(Bellagio Hotel) 분수 쇼로 소매를 잡아끈다. 호텔 앞 인공호수에서 물줄기가 솟구치고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니 여기저기서 탄성이다. 밤에 보면 더 예쁘겠다! 그렇게 아내는 야간 분수 쇼를 예약한다.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호텔에 재현한 베네치아호텔(Venetian Hotel)로 향한다. 파란 인공하늘 아래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고 여행객을 태운 곤돌라 위에서 뱃사공이 노를 젓는다. 두 여자는 더 있고 싶은 눈치지만 패키지투어에서 개인행동은 금물이다. 가이드는 윈 호텔(Wynn Las Vegas)로 이끈다. 라스베이거스 3대 쇼 중 하나라는 <르 레브Le Reve The Dream> 공연을 위해서다. 원하는 사람만 별도 비용을 내고 즐기는 옵션(선택관광)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3대 쇼 하나쯤은 보고 가야지, 아내가 한 점 주저 없이 가이드를 향해 손을 번쩍 든다. 여기 세 명이요! 그래, 패키지의 꽃은 옵션이지.


이 정도면 라스베이거스는 호텔 구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이자 가장 화려한 지역인 스트립(The Strip)은 현대적 호텔들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다. 대형 리무진을 타고 라스베이거스의 그 화려한 야경 속으로 스며든다. 

거대한 붉은 사암을 자연과 세월이 신비롭게 조각한 자이언 캐니언
앤털로프 캐니언에 들면 마치 시간이 물결치고 휘몰아치는 듯 신비롭다

아내의 버킷리스트 4개의 캐니언


미 서부 4대 캐니언 탐험은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다. 유타주의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과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 애리조나주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과 앤털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이다. 장구한 세월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빚어낸 걸작이다. 새벽잠을 설쳐야 하는 강행군에도 다들 힘든 기색조차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주 경계선을 넘어 유타주로 들어가 자이언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을 만나고 캐냅(Kanab)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숙박한다, 내일은 애리조나주로 내려가 앤털로프 캐니언과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한다, 일정을 설명하는 가이드가 왠지 더 신나 보인다. 꽤 고된 여정이지만 마음 속 버킷리스트를 향해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아내는 피곤한 기색 없이 즐긴다. 딸에게 뒤질세라 가이드의 우스갯소리에 까르르 까르르 반응도 좋다. 어느새 패키지 일행들끼리도 친해져 간식도 나눠 먹고 사진도 찍어 주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패키지 재밌고 편하네, 호텔도 좋고 밥도 맛있고…. 딸은 하루 만에 패키지 애호가로 변해 있다.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에 진입하자 버스 안에 장엄한 음악이 흐른다. ‘신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자이언 캐니언을 맞이하는 자세랄까. 1860년대 이곳 유타주에 터 잡은 몰몬교도들이 신성한 의미를 담아 ‘시온(Zion)’이라고 부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산처럼 높이 쌓인 붉고 거대한 사암 덩어리를 바람과 비가 오랜 세월 깎고 다듬고 도려냈다. 유려하면서도 웅장하다. 가이드 아저씨한테 우리 가족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셀카에만 집중하던 딸이 웬일로 셋이 함께 찍자고 조른다.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한 거겠지.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투어에서 만난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밴드
거대한 붉은 사암을 자연과 세월이 신비롭게 조각한 자이언 캐니언

20억년 대협곡과 마주하니


브라이스 캐니언에서는 더 조바심친다. 버스에서 내려 잠깐 걸으니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와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발밑으로 수천, 수만 개의 사암 기둥들이 쭉쭉 솟구친다. 마치 첨탑과도 같아서 ‘붉은 첨탑의 향연’이라고도 한다. 종종거리며 이쪽 끝과 저쪽 끝을 누빈다.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빛난다. 오솔길처럼 난 길을 따라 협곡 속으로 파고들고 싶지만 한정된 시간을 탓하고 포기한다. 못내 아쉽다.


그 아쉬움은 앤털로프 캐니언 품에 쏘옥 안기는 것으로 달랜다. 붉은 빛을 띠는 사암이 빗물에 쓸리고 바람에 깎여 신비로운 자태를 띠게 됐다. 과거 이곳에 영양(Antelope)이 많이 살아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단다. 협곡의 좁은 틈 사이로 들어가니 머리 위로 빛이 쏟아지고 붉은 사암 벽이 물결치듯 흐르고 솟구치고 휘몰아친다. 바람과 물과 시간의 결이 벽에 고스란하다. 경이롭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래서 전 세계 사진작가들이 선망하는 피사체가 됐구나.


피날레는 그랜드 캐니언이다. 600만년에 걸친 콜로라도강(Colorado River)의 침식과 지구의 지질 활동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최대 깊이 1.6km에 최대 폭 29km로 장장 446km를 굽이치며 흐른다. 이곳의 지층은 이보다 한참 이전에 형성됐다. 약 20억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단다. 그야말로 지구의 나이테다.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투어에서 만난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밴드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투어에서 만난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밴드

페이지(Page)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투어에 오른다. 탑승객의 몸무게에 따라 자리가 배치되는데 딸은 운 좋게도 조종석 옆 자리 명당자리에 앉는다. 예~~에! 그 감탄사는 상공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사행하는 콜로라도강을 따라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밴드(Horseshoe Band)가 솟아오르고 탁자 모양의 메사(Mesa)와 우뚝한 뷰트(Butte)가 잇따르며 감동을 선사한다. 30분간의 비행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자연 다큐멘터리다. 

노스림에서 바라보면 그랜드 캐니언은 더 웅장하고 장엄하다
노스림에서 바라보면 그랜드 캐니언은 더 웅장하고 장엄하다

땅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랜드 캐니언의 일반적인 뷰포인트인 사우스림(South Rim) 대신 더 멀고 더 높고 그래서 더 찾아가기 힘든 노스림(North Rim)으로 향한다. 폭우로 사우스림으로 가는 도로 사정이 악화된 데 따른 결정이지만 오히려 잘됐다며 모두들 만족한다.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아예 들어갈 수 없다. 2018년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는 가이드의 말에 박수가 터진다. 노스림은 사우스림보다 평균고도가 약 300m 더 높은 2,438m여서 대협곡의 최대 깊이1.5km가 더 실감난다. 협곡 절벽 앞으로 다가가니 아찔하다. 그야말로 천 길 낭떠러지다. 협곡은 아득하게 뻗어 나가 땅 속으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듯 보인다. 지구 나이 50억년의 거의 절반을 머금은 대협곡, 그 앞에서 이제 겨우 17년을 살았을 뿐인 딸이 상념에 빠진다. 

캘리포니아 1번 국도는 꿈의 드라이브 코스답게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뷰포인트가 많다
캘리포니아 1번 국도는 꿈의 드라이브 코스답게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뷰포인트가 많다

 

●Rental Car
렌터카로 자유롭게


오붓하게 우리만의 가족여행


처음은 아니어도 오랜만의 해외 운전이어서 그런지 렌터카 자유여행 첫날부터 긴장감이 몰려온다. 무엇보다 렌터카를 제대로 인수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잘못되면 뒤 일정도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허츠Hertz 렌터카 LA 코리아타운 영업소로 향하는 택시 안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득하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 문은 열었을까, 예약은 제대로 이뤄졌을까…. 반갑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허츠 직원을 만나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확인과 설명 과정도 잠시, 어느새 렌터카 키를 건네받는다. 생각보다 신속하게 받아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닛산의 중형세단 알티마가 매끈한 자태로 우리를 맞는다. 이 차로 LA 곳곳을 여행하고 ‘꿈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1번 국도(Califonia No.1 Road)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올라갈 작정이다.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한 뒤 허츠 샌프란시스코공항 영업소에 반납하고 귀국편 항공기에 오르면 렌터카 자유여행은 완성된다. 항공기 스케줄상 새벽 3~4시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공항 영업소는 24시간 운영이란다. 렌터카 업계 1위라고 하네, 150여 개국에 9,700여 개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대. 계약서를 훑어보던 아내가 허츠 렌터카에 새삼 감동한다. 영업소가 많으니 내 일정과 동선에 쉽게 맞출 수 있었겠지. 


‘1인 1자동차’ 문화인 미국에서는 렌터카 여행이 여러모로 수월하다.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운전방향도 우리와 같으니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스톱Stop 표시에서는 무조건 정차한 뒤 사방을 살피고 멈춘 순서대로 출발한다, 별도 표시가 없어도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이 우선이다, 우리와 확연하게 다른 몇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니즈 극장 앞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도장과 발도장으로 빼곡하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니즈 극장 앞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도장과 발도장으로 빼곡하다

영화와 예술의 향취 LA


렌터카는 LA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첫 목적지는 US뱅크타워다. 높이 310m, 73층 건물로 우리나라 한진그룹이 이보다 25m 높은 윌셔그랜드센터를 2017년 6월 개관할 때까지 LA 최고층 건물이었다. 그래도 인기는 여전하다. 69~70층 외벽에 설치된 유리바닥 미끄럼틀 ‘스카이 슬라이드(Sky Slide)’ 덕분이다. 아내와 딸 앞에서 호방하게 미끄러지고 싶건만 너무 긴장한 탓에 발바닥에 힘을 많이 줘 도중에 멈춰 버린다. 민망하고 창피한데 웃음이 터진다.


영화의 도시 LA이니 스튜디오 투어에도 나선다. 여러 영화제작사 중 파라마운트 픽쳐스를 택한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는 젊은 직장인 2명과 우리 가족이 한 팀이 돼 주요 영화 촬영 세트장을 방문한다. 스튜디오 투어 가이드는 좋아하는 영화도 물어가며 유머러스하게 안내한다. 비영어권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주 유창하고 빠른 본토 영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이제 잘 알겠지? 아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딸을 압박한다. <탑건>, <포레스트 검프>, <인디아나존스>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던 딸이 <트랜스포머>와 <슈렉>이 나오니 그제야 아는 체를 한다. 

명예의 거리는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하이라이트다
명예의 거리는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하이라이트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라고 불리는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은 영화 도시 LA의 하이라이트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붉은 별이 길 바닥에서 반짝이고, 길의 시작점인 차이니즈 극장 앞 광장에는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과 발 도장이 빼곡하다. 우리나라 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의 이름을 보니 절로 기념촬영 모드로 변한다. 아내는 해리슨 포드와 톰 행크스와 손을 맞잡고, 딸은 톰 크루즈와 맷 데이먼과 발을 맞춘다. 

할리우드 사인과 여행객들
할리우드 사인과 여행객들

최신 영화로 눈을 돌린다. LA를 배경으로 한 <라라랜드>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ervatory)에는 영화의 열기가 여전하다. 저기 할리우드 사인이다! HOLLYWOOD라고 하얗게 쓰인 입간판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지척으로 보인다. 내친 김에 바짝 다가가기로 한다. 구불구불 비탈길을 렌터카는 잘도 올라간다. LA의 상징물답게 할리우드 사인 아래 길목마다 여행객들이 왁자지껄하다. 

게티센터 미술관
게티센터 미술관

LA 외곽지역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석유재벌 폴 게티(Paul Getty)가 소장한 미술품과 예술품을 전시한 게티센터(The Getty)는 지하 주차장 맨 아래층까지 내려가야 할 정도로 방문자들로 빼곡하다. 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들여 14년에 걸쳐 만들었다니 그럴 만도 하다. 거대한 미술관이자 정원이다. 게티센터에서 오붓하게 산책하며 예술의 향취로 LA를 기억한다. 


태평양 끼고 꿈의 드라이브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가는 길목마다 아름다운 도시들이 점점이 매력을 발산하고 캘리포니아 1번 국도는 꿈의 드라이브 코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제대로 누리자면 하루를 꼬박 잡아도 충분하지 않다, 앞선 경험자의 조언을 떠올린다. 작정하고 새벽 출발을 감행한다. 

스페인풍 정취가 물씬한 산타바바라에 있는 올드미션
스페인풍 정취가 물씬한 산타바바라에 있는 올드미션

LA를 벗어나 101번 도로를 타니 왼쪽에 태평양을 낀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한산하고 올망졸망한 해변마을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스친다.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로 들어간다. 산타바바라(Santa Barbara)다. 18세기 말경, 스페인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된 도시여서 스페인 정취가 물씬하다. 18세기 말, 포교를 위해 이곳에 세워진 교회 올드미션(Old Mission)에 들러 하얀 벽과 주홍빛 기와지붕이 조화를 이룬 스페인풍 정취를 만끽한다. 스페인 다음은 덴마크다. 산타바바라에서 20~30분쯤 달리니 ‘미국 속의 덴마크’로 불리는 솔뱅(Solvang)이 반긴다. 1900년대 초 덴마크인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덴마크풍 마을이다. 북유럽의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반했는지, 아내와 딸은 떠날 기색이 없다. 뭐 어때,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결국 솔뱅의 카페에서 덴마크식 샌드위치와 커피로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긴다.


꿈의 드라이브 코스를 향해 속도를 높인다. 캘리포니아주 1번 국도 중 모로베이(Morro Bay)에서 몬터레이(Monterey)에 이르는 약 200km의 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왼편으로 드넓고 짙푸른 태평양을 끼고 육지의 자연지형을 따라 들고나기를 반복한다. 직선도로면 2~3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해안도로이다 보니 그 두 배는 소요될 것 같다. 저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아름다운 뷰포인트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제발 운전에만 집중해, 자꾸만 곁눈질로 경치 감상하려는 드라이버가 미덥지 않은지 조수석 동승자는 시도 때도 없이 다그친다. 이대로 쭈욱 1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도로의 종착지까지 달리고 싶다는 욕구를 꾸욱 누르고 몬터레이에서 빠져나온다. 

페이스북 본사 앞의 ‘엄지척’ 간판
페이스북 본사 앞의 ‘엄지척’ 간판

매인 데가 없으니 여정도 자유롭다. 이게 렌터카 여행의 매력이 아니던가. 즉흥적으로 실리콘밸리의 도시 산호세(San Jose) 투어를 위해 핸들을 돌린다. 세계적 IT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도시다. 딸의 선택은 단연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방문자를 위한 것이라곤 ‘엄지척’ 입간판과 ‘Google’ 글자뿐이지만 그 앞에 선 딸은 마냥 행복하다. 기세를 더해 스탠포드대학 탐방에도 나선다. 대학 진짜 좋다, 학생들도 멋있고, 나도 공부 잘해서 여기 오고 싶어…. 곧 고3 수험생 학부모가 될 입장이어서인지 제 스스로 학구열을 다지는 딸의 모습에 오길 잘했다 스스로 칭찬한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언제나 인기가 높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언제나 인기가 높다

렌터카 자유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다. 하루뿐이지만 기동력을 갖췄으니 주요 매력 포인트를 들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서 시작된 여정은 기라델리 스퀘어(Ghirardelli Square)로 이어진다. 맘껏 초콜릿 쇼핑을 마치고서야 빅토리아공원(Victorian Park)이며 피셔맨스워프(Fisherman’s Wharf)며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길에 난 지그재그 길로 유명한 롬바르드(Lombard) 거리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가 스쳐 지나간다. 피어39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는데 바닷가 뗏목 위 물개 떼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낮잠을 잔다. 트윈픽스(Twin Peaks)에 오르니 저 멀리 금문교부터 샌프란시스코 도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 다시 첫날로 돌아가고 싶다! 여행의 끝자락에 선 딸은 여행의 첫머리가 그립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 돌아가야 다시 떠날 수 있잖아. 마음속으로 딸을 다독인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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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투어와 렌터카의 결합
여행 일정 못지않게 방식도 중요하다. 로스앤젤레스로 들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오는 패턴으로 항공여정을 잡고, 렌터카 자유여행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최단거리로 잡아도 640km, 라스베이거스까지는 450km에 이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무려 920km나 되니 렌터카 운전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혼자 운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무리였다. 결국 현지 패키지투어에서 해법을 찾았다. 렌터카 자유여행에 패키지투어를 결합했다. 패키지의 편안함과 자유여행의 자유가 동시에 찾아왔다. 


Rental Car
허츠Hertz를 이용했다. 1918년 창립 이래 세계 렌터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북미·중남미·유럽·호주·뉴질랜드·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 150여 개국에 9,700여 개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카운터에서 줄 설 필요 없이 임차계약서 작성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미리 준비돼 있는 차량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회원 프로그램인 ‘Gold Plus Rewards’, 직접 차량을 타 보고 선택하는 ‘Ultimate Choice’ 등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1,700여 주요 공항, 세계 1,300여  공항에서 임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hertz.co.kr  

Local Package
미국 LA에 본사를 둔 한인여행사 US 아주투어의 ‘3대 캐니언+라스베이거스 3박 4일’ 상품을 이용했다. 앤털로프 캐니언은 옵션(70달러)으로 즐겼다. US 아주투어 본사 앞에서 집결해 라스베이거스와 4대 캐니언, 라플린 및 바스토우 지역 등을 여행한다. US아주투어는 1984년 창립 이래 현재까지 35년째 미국에서 가장 역사 깊은 한인여행사의 대명사격 여행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상품 이외에도 현지에서 합류(조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미국 여행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www.usajutour.com

 

글·사진 김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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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2018-12-18 12:55:20
와 미국 여행도 정말 넓어졌네요 ~ 작년에 호놀룰루 여행 갔을때 티라운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미국에도 있으면 참 좋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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