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질문은 자제할게요
“뭐 필요한 것 없어요?” 인천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말레이시아에서 멜버른으로. 긴 시간 동안 편안한 비행을 즐길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지속적인 ‘돌봄’ 덕이었다. 멜버른에 도착해서부터는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멜버른이 처음이라는 그녀에게 말이다. “방금 우리가 있었던 곳 이름이 뭐였죠? 그럼 이제 어디로 가요?”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그녀는 내게 메일 한 통을 전했다. 인천을 출발해 다시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함께 다닌 모든 곳의 이름과 정보가 정리되어 있는 파일이더라. 참으로 미안하고도 고마운 그녀다. 제대로 된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겼어야 했는데. 멜버른, 어느 펍에서 그녀에게 얻어 마신 맥주 한 잔을 제대로 갚을 날을 기약한다. 빠른 시일 내로.
강화송 기자
당신은 내 신의 한 수였어
이번 홍콩 출장은 철저한 기획 아래 진행됐고, 모든 동선을 스스로 계획해야 했다. 문제는 홍콩은 아직은 익숙지 않은 지역인데다 나는야 명실상부 길치, 방향치라는 사실. 막막하기만 하던 머릿속에 정흠 작가가 툭 떠올랐다. 내비게이션 기능뿐 아니라 사진과 글 실력, 친화력까지 두루 장착한 ‘멀티형’ 여행작가니 이보다 든든할 순 없겠다 싶었다. 다른 지방 취재와 겹쳐 무리한 스케줄임에도 내 간절한 요청에 홍콩까지 단숨에 달려와 준 그. 예상대로 모르는 길도 척척,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고서도 트레킹 코스까지 묵묵히 동행해 주었다. 진짜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고맙고 고맙고 고맙다.
김예지 기자
겨울 제주, 따듯했던 그녀
양조장 취재차 제주에 내려가는 길. 여차여차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무려 한 시간이나 늦어 버렸다. 심지어 휴대폰 연락조차 닿지 않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밖에. 미안함 가득, 걱정 가득 안고 도착한 ‘제주 술 익는 집’에서는 김희숙 대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화는커녕, 멀리서 오는 아빠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했다는 그녀의 말에 졸였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한없이 따듯했던 첫인상 덕인지, 김 대표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와 닿았다. 제주 고소리술의 역사와 술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제주 여성의 애환까지, 어느 때보다 뭉클한 취재였다. 짧았던 만큼, 또 만나고 싶은 인연이다.
오윤희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엄마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엄마’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던 그녀. 매번 식사 때마다 혹시 팔이 닿지 않을까, “이것 좀 드릴까요? 더 드릴까요?” 물어 오니, 절로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어떻게 하면 멤버들에게 좀 더 즐거운 기억을 남겨 줄까 매 순간 고민하고 배려하던 그녀는 단순한 인솔자 그 이상이었다. 마지막 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우리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그녀. “저는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만 봐도 너무 행복해요.” 그 투명한 넉넉함이 그리워, 귀국 후 보름을 채 채우기 전에 찾아가 술잔을 기울였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추억을 예쁨으로 빚어 준 그녀에게도, 귀한 인연을 맺어 준 말레이시아에게도,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김지영 독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