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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나를 아는 필수 코스

마누엘 알버레즈 영국관광청 소장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9.01.01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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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알버레즈(Manuel Alvarez) 영국관광청 소장 

 

‘한국인보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표현’, 좀 진부하지만, 이 말만큼 그에게 딱 들어맞는 말은 없어 보인다. 올해 다시 한국에 진출한 영국관광청의 동북아(한·중·일) 지역 총괄 디렉터인 마누엘 알버레즈씨는 한국인도 알까 싶은 지방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여행한다. 사진전도 열고 심지어 독립영화까지 손을 대는 아마추어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다 포착한 한강다리의 또 다른 모습 
건축 현장조차 훌륭한 피사체
건축 현장조차 훌륭한 피사체

 

이미 여행광으로 소문이 파다하더라.

관광청을 맡기 전 영국항공의 한국지사장을 맡아 이미 3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주말마다 지방으로 여행을 ‘좀’ 했다. 전철이나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낯선 곳들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부산과 전주 등지는 셀 수 없이 많이 갔고, 다른 지방도 웬만한 곳은 다 가 봤다. 꼭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현재 경복궁 근처에 사는데 수시로 뒷산을 오르고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 지난주에는 청계천을 따라 한강까지 걸어서 왕복을 했다. 5~6시간 정도 걸렸다. 여행할 때는 배낭에 카메라와 렌즈, 사진 편집용 노트북 등 최소한의 물품만 챙긴다. 해외 업무로 출장 때도 아웃도어 복장만큼은 꼭 챙긴다. 출장이라고 사진촬영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한국의 어떤 점이 그렇게 여행을 하게 만드는가?

여행지는 물론 음식, 전통문화 등이 다 흥미롭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느낌의 전주를 좋아한다. 현재 거주 주택도 한옥이다. 내가 거주하는 한옥을 설계한 건축가도 만나 봤는데 한국에는 참된 아티스트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또 하나는 한국인들의 열정이다. 사실 난 스페인 사람이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온 내게 더 끌리는 부분이 그 열정이다. 


그 정도로 한국 생활이 좋다니, 적응 안 되는 점, 안 먹는 음식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맘에 안 드는 점이 하나 있다면…, 자동차 이용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차를 두고 걸으면 좋겠다. 그리고, 처음 한국에 올 때 일본을 거쳐 부산으로 들어왔는데, 여행자들이 일본에서 다음 여행지로 가장 가까운 한국 대신 다른 나라로 가는 것 같더라. 좀 아쉬웠다. 아, 또 하나 있다. 한국어는 내게 너무 어렵다는 것. 음식은, 가히 세계 최고라 말하고 싶다. 비빔밥을 제일 좋아하지만,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번데기도 먹는다. 


그러지 말고 솔직히 말해 봐라. 홍어도 먹나?

물론 먹는다. 냄새? 김치와 함께 먹으면 암모니아 냄새가 중화된다. 한국에서 싫어하는 음식을 굳이 뽑자면, 서양 음식의 한국 버전은 절대 안 먹는다. 대표적으로 피자 같은 것.


마치 일부러 부임지로 한국을 택한 사람 같다?

하하. 사실이다. 일부러 내가 골라서 왔다. 고향은 스페인이지만, 어릴 적부터 해외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이베리아항공(스페인 국적기)에 입사해서 항공사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영국항공과 합병하여 IAG(국제항공사그룹)라는 회사가 되면서 영국항공을 통해 한국 근무를 지원할 기회가 생겼다. 지체 없이 지원했다. 사실 한국에는 부임 전인 2004년 이미 여행으로 왔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중도적 느낌이라는 게 좋았다. 세계적 허브인 인천공항 덕분에 주재하는 동안 여행이 편할 것이라는 것도 계산에 넣었다.

지난 휴가 때 하이킹을 하며 찍은 데번의 해안
지난 휴가 때 하이킹을 하며 찍은 데번의 해안

 

최근 영국관광청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강조하던데, 좋아하는 액티비티가 있나?

걷기와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시골지역에서 고층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에도 특별히 눈길이 간다. 그래서 멋진 곳이 아닌 공사현장을 촬영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건축 사진을 찍어 해외 건축·디자인 잡지에 기고하는데 이때도 걷기와 자전거 타기는 유용한 ‘액티비티’다. 최근 휴가 때 영국에 가서는 데번Devon 지방(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바닷가 휴양지)의 해안을 많이 걸었다.


여행을 그리 많이 다녔는데, 아직 못 가 본,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나?

섬들이다. 한국에선 울릉도를 가보고 싶다. 신비의 섬이라 불리더라.

아직 못 가 봤다니 의외다. 울릉도는 유명한 곳인데.

진작에 여러 차례 가려고 시도했었다. 날씨로 인한 배편 문제로 못 갔다. 해외에선 영국 북서부의 아우터 헤브리디스(Outer Hebrides) 제도인 루이스 & 해리스(Lewis & Harris)섬과 남부의 저지(Jersey)섬 등에 가 보고 싶다. 특히, 헤브리디스 제도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것을 보고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행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그런 철학적인 질문 좋다. 여행은 나 자신에 대해 알게 해주는 필수 코스다. 우리 자신을 알려면 새로운 곳을 여행해야 한다고 본다. 낯선 곳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을 알게 된다. 물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배우는 좋은 기회도 된다. 그래서 여행을 혼자 하는 편이다. 패키지여행도 해봤는데 각종 정보를 직접 캐내야 하는 내게는 역시 맞지 않았다.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고 학생 때 전공은 무엇이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어릴 때부터 세계 지도를 좋아했다. 이미 9살 때 난 커서 뭔가 ‘지리(Geography)’와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TV 미국 드라마에서 본 캘리포니아가 동경의 대상이었다. 결국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 서부 생활도 했고, 동부 보스턴까지 가서 대학 공부를 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한 취미가 있는데 작가나 예술 계통이 아닌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건가?

내가 관심 갖고 하는 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다른 일과 기회도 불러들인다. 항공사에서 관광청으로 이직한 것이 특이하다고 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항공 좌석의 공급과 관광 수요 등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칭이 재미난 스코틀랜드 서부의 집
대칭이 재미난 스코틀랜드 서부의 집

 

영국관광청 책임자가 아닌 직접 경험한 영국의 추천 여행지를 살짝 귀띔해 달라.

웨일즈의 북부 스노도니아(Snowdonia)를 추천한다. 하이킹, 래프팅 등 진정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도 딱 맞는 곳이다. 또 하나를 꼽자면 펨브로크셔(Pembrokeshire) 해안이다. 말하고 보니 둘 다 국립공원이다. 다이내믹한 해안선을 따라 하이킹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이곳을 비롯해 영국의 매력은 자연경관, 전통적인 건축물과 문화, 그리고 아웃도어 액티비티 등 다양한 범위의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만큼 한 번에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자신한다. 

 

▶마누엘 알버레즈 Manuel Alvarez 
영국항공 한국지사장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 상주하는 영국관광청 동북아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스페인 북부 출신인 그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아트/건축사를 공부했다. 2015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영국, 중동, 미국 등지를 오가며 일과 여행을 해오고 있다. 전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까지 받은 그는 전통문화와 건축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글·사진 유호상  사진제공 마누엘 알버레즈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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