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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처럼, 빅토리아주

  • Editor. 강화송
  • 입력 2019.01.03 14:14
  • 수정 2019.01.0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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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 나무를 베개 삼은 꿈꾸는 코알라

매일 꿈꾸는 코알라처럼 
빅토리아주를 여행했다.

코알라처럼 여행하기

24시간이 모자라다, 자느라고. 호주의 상징, 코알라 이야기다. 이 귀여운 친구들은 보통 하루 20시간 이상을 잔다. 그나마 눈뜨고 보내는 시간에는 오물오물 유칼립투스 잎만 씹어 댄다.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먹고 잘 뿐이니 언뜻 실연이라도 당했나 싶다. 다 이유가 있다. 코알라는 지독한 편식가다. 오직 유칼립투스 잎만을 먹는데, 유칼립투스 잎에는 미약한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뿐더러 영양가도 그리 높지 않다. 하루 종일 소화만 시켜도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코알라는 매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잠만 자며 살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순수한 열정을 바치는 코알라의 삶. 멜버른을 코알라가 꿈꾸듯 여행했다. 행복을 위해 오롯이 휴식에만 집중하며, 꿈으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상공에서 내려다본 12사도상
그레이트 오션 로드 상공에서 내려다본 12사도상

 

●Melbourne 멜버른

도대체 매력이 몇 갠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만나는 이마다 말이 다르다. ‘정원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해요!’, ‘남반구의 유럽에 온 기분이 어때요?’, ‘정말 커피의 도시답죠?’ 혹시 몇 달간 몇 개국을 여행하며 들은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한 도시 그리고 하루, 전부 멜버른에서 들은 인사다. 

공원과 도시가 반반 섞여 있는 멜버른의 전경
공원과 도시가 반반 섞여 있는 멜버른의 전경

멜버른은 실제로 그랬다. 멀끔한 차림으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 뒤론 온몸에 페인트 가득 묻힌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묵직한 중압감이 느껴지는 유럽풍 건물 뒤로는 고층빌딩이 수두룩 펼쳐진다. 강이 흘렀고, 정원도 있더라. 걸음걸음마다 풍경이 달라지니 혼란스럽다. 때마침 퍼즐처럼 쪼개진 멜버른의 장면들을 맞춰 주는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길 한가운데를 달리는 트램(Tram)이다. 멜버른 시내 근교에는 약 190개의 트램 정류장이 있다. ‘프리 트램존’에서 트램을 탑승할 경우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니 멜버른 ‘통근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트램의 종류는 1889년부터 달려온 1세대, 신과 구의 구분이 모호한 2세대, 누가 봐도 요즘 것인 3세대로 나뉜다. 1세대 트램은 세월 탓에 몸이 성하지 않아 일부 구간만 짧게 운행하고 있다. 만약 1세대 트램을 탑승하고 싶다면 ‘플린더즈 스트리트역(Flinders Street Station)’으로 향하면 된다. 

퀸 빅토리아 마켓을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라이더
퀸 빅토리아 마켓을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라이더
런던의 빅벤이라 해도 무방한 플린더즈 스트리트역 시계탑
런던의 빅벤이라 해도 무방한 플린더즈 스트리트역 시계탑

1911년 세워진 플린더즈 스트리트역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동시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기차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길이만 약 708m, 멜버른의 현관은 참으로 긴 셈이다. 플린더즈 스트리트역은 지상 전철과 지하철 메트로폴리탄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친다. 밤이면 외벽에 설치된 조명이 역사를 환히 비춘다. 특히 노란 외벽의 시계탑은 ‘런던의 빅벤’이라 해도 믿을 듯하다.

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멜버른은 과거 1850년대 골드러시로 흥한 도시다. 눈앞의 일확천금이 아른거리니 세계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1880년대, 대영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고 오늘날 빅토리아 시대 건물이 고스란히 멜버른에 남게 된 것이다.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는 ‘빅토리안 헤리티지 레지스터(Victorian Heritage Register)’라는 법을 제정해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국가의 허가 없인 시공이나 보수가 불가하다. 설사 본인 소유라도. 건물주의 눈물 덕분에 좀 더 생생히 과거를 거닐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떨어지는 햇살에 노릇하게 구워진 야라강변 공원
떨어지는 햇살에 노릇하게 구워진 야라강변 공원

플린더즈 스트리트역 뒤편으로는 야라강(Yarra River)이 흐른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첼로를 튕기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강변에 널브러진 채 행복을 소화시키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코알라처럼. 잠시 커피나 한잔 마실 겸 근처 카페에 들렀다. 잊고 있었다. 멜버른의 또 다른 별명은 ‘커피의 도시’다. 호주에는 한국에서 흔한 두 가지가 없다. 첫 번째, 커피 체인점이다. 단순하고 획일화된 커피는 한사코 거부한다. 다양한 카페들이 제각각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 내니, 멜버른에서만큼은 “어디 커피 마실까?”라는 질문이 스타벅스도 두 손 든 난제다.

두 번째, 아메리카노가 없다. 대신 롱 블랙이 있다. 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물을 더하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롱 블랙은 물에 에스프레소 샷을 더한다. 앞뒤만 바뀌었을 뿐인데 풍미는 확연히 다르다. 크레마와 물의 양이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멜버른 야라강 앞에서 한 모금 들이킨 롱 블랙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한강에서 먹는 맥주가 좀 더 맛있는 것처럼.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때론 잘 차려진 만찬보다 투박하게 올려 낸 백반이 매력적인 법, 시장도 마찬가지다. 매번 정리정돈된 백화점만 찾아다니면 언제 활기를 느낄 수 있겠나. 1859년에 문을 연 퀸 빅토리아 마켓은 멜버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시장이다. 가장 오래된 만큼 다채로워 ‘멜버른의 부엌’이라고도 불린단다. 각종 기념품부터, 육류, 수산물, 의료, 잡화 등 다양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으니 문뜩 남대문 시장이 떠오른다. 매주 수요일에는 야시장이 펼쳐진다. 흥겨운 공연은 물론, 푸드트럭도 가득 들어찬다.    
야시장 오픈|11~3월(여름 시즌), 7~8월(겨울 시즌) 17:00~22:00


●Great Ocean Rd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죽기 전에 가 봐서 다행이야

달리는 건 차요. 배기는 건 엉덩이요. 멜버른을 출발한 지 2시간은 진작 지났을 거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리는 중이었다. 호주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나서면 그 길이가 무려 3만5,000km에 달한다. 그중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구간은 243km,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이라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릴 땐 창밖을 주시하자. 뛰어 노는 캥거루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릴 땐 창밖을 주시하자. 뛰어 노는 캥거루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 토키(Torquay)에서 워넘불(Warrnambool)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1932년 완공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위한 ‘고용 창출 프로젝트’ 사업이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대공사는 약 13년간, 무려 3,000명의 노동력으로 완성됐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그 긴 해안도로를 사람이 만들어낸 셈이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직접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내려 보면 체감할 수 있다. 

깁슨 스텝스에서 내려다본 평화로운 해변
깁슨 스텝스에서 내려다본 평화로운 해변

사실 하루 종일 차량으로 이동한 탓에 멀미를 좀 앓고 있었다. 멀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사그라졌는데, 아름다움 때문이 7할, 감당 못 할 바람 때문이 3할이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바다의 차가운 바람과 내륙의 따뜻한 바람이 만나는 구간이다. 이 바람은 파도를 일으켜 정말 매섭게 절벽들을 때려댄다. 오랜 세월 맨몸으로 바람과 파도를 받아 내고 있는 석회암 바위들은 깎이고 깎여 돌기둥의 형태로 남았다. 런던 브릿지, 깁슨 스텝스, 로크아드 고지 그리고 12사도 등의 이름이 붙여진 바위가 대표적이다.

 

Twelve Apostles Marine National Park
12사도 해양 국립공원

12사도상은 오래 남아 주길


바다에 줄지어 솟아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마치 ‘예수의 열두 제자’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마 국내였다면 십이지신(十二支神)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하나 수를 헤아려 보니 너그럽게 보면 8개. 아니, 7개가 정확한 듯하다. 2005년,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제자 중 한 명이 순교해 그 흔적만 작게 남았으니 말이다. 나머지 4명의 사도는 통 눈에 보이질 않는다. 거센 바람을 못 이겨 끝내 순교했는지, 순례 중일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로 절벽은 일 년에 2.5cm씩 침식되고 있다. 그러니, 먼 훗날 순례를 마친 사도가 문뜩 솟아 있거나 새로운 사도가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12사도 해양 국립공원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12사도 해양 국립공원

“조금 더 가면 ‘런던브릿지’라는 침식 지형이 나와요. 예전까지만 해도 육지와 이어져 있어서 왔다갔다 할 수 있었죠. 근데 1990년 1월15일 안쪽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아치가 되어 버렸어요. 12사도 바위들도 최근 파도로 밑동이 가늘어지고 있어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리죠. 빨리 눈에 담아 놓으세요.” 가이드가 이야기를 더한다. 정말 정확한 이야기다. 파도와 바람이 멈추지 않는 이상, 바위들은 분명 없어질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걸작을 위해 자연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허무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지금도 8명의 사도가 가차 없이 불어대는 바람과 파도에 맞서고 있다.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이렇게 보면 더 좋아요

한눈에 보고 싶다면 헬기투어 
아무리 땅에서 높이 올라도, 날아가는 새보다 멀리 볼 수는 없다. 헬기에 올라 12사도를 내려다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약 15분 비행에 약 150호주달러. 비싸다. 그런데 만족감으로 따진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즉 가성비가 좋다. 헬기에 오르기 전, 구명조끼와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비상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니까. 헬기 탑승시에는 앞좌석을 사수하는 것이 좋다. 전방 180도 내 어느 곳으로든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뒷좌석에 탑승해야 한다면 좌, 우가 좋다. 우측 좌석은 출발 직후, 좌측은 돌아올 때 제대로 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간만 가자는 말, 여기서는 최악이다.

좀 더 가까이 깁슨 스텝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는 로크아드 협곡(The Loch Ard Gorge), 레이져백(The Razorback) 등 다양한 절경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그중 깁슨 스텝스는 가까이에서 12사도 바위 중 하나를 만나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계단을 차근히 밟고 내려가면 강한 파도로 인해 안개가 자욱하다. 해 질 무렵, 햇빛이 파도 알갱이에 반사될 때면 그야말로 황금빛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파도에 유의하며 최대한 가까이 12사도 바위에 다가서 보길.

이렇게 찍어 보세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못’ 찍는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특히 헬기투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니 미리 카메라 세팅을 해놓는 것이 좋다.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 혹은 매뉴얼 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내부와 외부의 노출, 헬기의 프로펠러, 흔들림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찍어 보니 1/800초 이상이면 충분하다. 해가 어중간히 져 가는 시점에 깁슨 스텝스를 찾았다면 화이트밸런스를 6400K정도로 맞춰 촬영하면 파도 알갱이에 반사된 빛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travel  info

AIRLINE
멜버른, 편하게 모십니다 에어아시아 Air Asia

에어아시아가 지난 12월4일부터 멜버른 서쪽, 질롱에 위치한 아발론 공항으로 취항하며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발론 공항은 기존 멜버른 공항에 비해 혼잡도가 현저히 낮으며 차량 이용시 멜버른 시내까지는 45분, 그레이트 오션 로드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현재는 인천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는 직항이 없다. 에어아시아를 이용할 경우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질 틈이 없다. 에어아시아는 출발 공항에서 단 한 번의 체크인으로 최종 목적지에서 수하물을 찾을 수 있는 ‘간편 환승’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환승 공항인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는 에어아시아 전용 라운지인 ‘에어아시아 프리미엄 레드 라운지’를 갖춰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플랫베드를 이용하는 승객은 3시간까지 무료 이용이 가능하며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의 경우 3시간 기준 79링깃(약 2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www.airasia.com

Weather
멜버른의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기본적으로 온화한 기후다. 여름철 햇볕은 강하지만 습하지 않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이 느껴지는 정도. 겨울 역시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여름 시즌은 보통 12~2월, 겨울은 6~8월이다. 12~2월은 멜버른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Visa 
호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국 전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비자는 한국인의 경우 3개월 이내 관광, 업무 목적의 방문인 경우 온라인으로도 간단히 신청할 수 있다. 호주 비자의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2개월, 최대 체류 가능 기간은 90일로 유효기간 내에는 재입국이 가능하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에어아시아,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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