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오카야마현을 즐기고 싶다면, 구라시키(倉敷·Kurashiki) 미관지구를 추천한다. 에도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일본 전통가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으로, 하얀 벽과 앙증맞은 운하가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을 안겨 준다.
미관지구를 가로지르는 운하에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반영이 담겨 있다. 물이 출렁이면 마음도 덜컹인다. 열 명 남짓 탈 수 있는 나룻배에 몸을 싣고 흔들흔들 뱃놀이를 즐긴다. 뭉쳐 있던 가슴에 틈이 생기고, 옛 사람의 풍류가 스며든다. 운하에 길게 잎을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버드나무 아래에는 아마추어 화가들이 미관지구의 모습을 부지런히 스케치북에 옮기고 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인력거를 타는 것이다. 환한 미소와 넘치는 힘으로 무장한 인력거꾼이 미관지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친절하게 설명도 해준다. 일본어를 모른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번역기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인력거를 타고 미관지구 지형을 파악한 후에는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는 게 좋다.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는 담쟁이넝쿨로 싸인 아이비스퀘어다. 옛날 방직공작으로, 지금은 전시장과 카페, 도자기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다. 미관지구를 걷다 사람들이 줄서 있는 가게를 발견한다면, ‘유린안’일 확률이 높다. 100년 넘은 전통가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집으로, 푸딩이 유명하다.
이름도 시아와세 푸딩(幸せ プリン)으로, 행복푸딩이다. 스마일이 그려진 푸딩만큼이나 메뉴판도 귀엽다. 그래서 유린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가와이’ 외침이 돌림노래처럼 계속 떠오른다. 엉덩이 모양의 모모 쥬스와 밥에 생달걀을 넣고 간장을 뿌려 먹는 타마고 카케고항도 인기 메뉴다. 자그마한 푸딩과 귀여운 메뉴판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 표정을 보니, 역시 작고 확실한 행복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푸딩을 먹고 나서 한가롭게 거닐다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오하라미술관이다.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근대 미술관으로 모네와 고갱, 세잔,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의 원작을 전시하고 있다. 구라시키는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작은 도시다. 세계적인 작품이 일본 소도시에 걸려 있어 이유가 궁금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기 위해서는 오하라 가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오하라 가문은 구라시키 지역 대지주로, 방적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오하라 가문은 고아원과 학교를 세우는 등 사회사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불우한 환경의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회도 설립했는데,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하나가 오하라미술관 설립에 영향을 미친 고지마 토라지로다.
당시 오하라 가문을 이끈 인물이 오하라 마고사부로. 그는 고지마 토라지로의 평생 친구이자 지원자였다. 토라지로는 마고사부로의 지원으로 그림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또한 그의 후원으로 거장들의 작품을 하나씩 사들였다. 모네의 작품 ‘수련’도 토라지로가 직접 찾아가 구입한 작품. 1930년 문을 연 오하라 미술관은 토라지로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마고사부로의 헌사다. 거장들의 작품을 만난 감동만큼이나 마고사부로와 토라지로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안겨 준다.
미관지구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먹거리 중 하나는 데님 아이스크림. 구라시키는 196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청바지 원단을 생산한 지역으로, 지금도 청바지 원단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옷가게가 즐비하다. 아이스크림도 데님에서 나온 아이디어 상품.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독특한 사진 한 장은 확실하게 남길 수 있다.
▶TOUR
구라시키 미관지구 인력거 투어
요금: 30분 1명 7,000엔, 2명 9,000엔
홈페이지: www.ebisuy.com
▶HOTEL
오카야마 센츄리안 호텔 구라시키
지하 1층에 라듐 온천이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 좋은 호텔. 깔끔하다.
주소: 岡山県倉敷市阿知 2-4-6
전화: +81 86 436 6631
홈페이지: www.centurion-hotel.com/kurashiki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welcometojapan.or.kr/jr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