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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 Editor. 김진
  • 입력 2019.01.04 10:40
  • 수정 2019.01.1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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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걷고 마시고 먹으면서 맛있게 즐겼다.

Wine

피렌체 와인, 시에나를 울린 검은 수탉


검은 수탉 마크가 달린 키안티 와인을 하나 시켰다.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와 페어링하기 좋다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있는 키안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최상품으로 손꼽힌다.

포도밭과 이어지는 와이너리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었다
포도밭과 이어지는 와이너리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었다

피렌체와 시에나 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던 13세기, 한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두 도시 간의 경계를 정하기로 했다. 수탉이 울면 양측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서로 만나는 지점을 경계로 정하는 것이었다. 시에나는 흰 수탉을 애지중지하며 모이를 잔뜩 주어 새벽에 제발 힘차게 울어 달라고 기원했다. 피렌체 사람들은 검은 수탉을 아예 굶겨 버렸다. 새벽이 오자 피렌체 닭은 보통 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울었다. 배가 고팠으니까. 피렌체 기사는 빨리 출발했고 그리하여 피렌체는 시에나보다 세 배나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와인 라벨에 있는 검은 수탉은 피렌체의 승리를 뜻한다
와인 라벨에 있는 검은 수탉은 피렌체의 승리를 뜻한다

건축물부터 획기적인 와이너리 


토스카나 하면 와인부터 떠오르는 만큼 와이너리를 일정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700년 가까이 26세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 온 안티노리(Antinori) 와이너리로 향했다. 피렌체와 시에나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도시 간 여행을 하며 들르기 좋다.

안티노리 와이너리는 건축물부터 남다르다. 언덕에 땅을 파서 건물을 지었고 1층이 포도밭과 이어지는 형상이다. 포도밭 한가운데는 뻥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은 오크통 숙성실과 이어져 한 줄기 태양빛이 건물 내부로 내리꽂히면 찬란하고 신비롭다.

와이너리 건물이 대지에 깊이 박힌 모습에서 ‘와이너리와 자연은 하나’라는 안티노리 와이너리의 건축 의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온통 테라코타로 마감돼 있어요. 주먹으로 쳐 보세요.” 통통통. 스파클링 와인처럼 맑은 소리가 셀러 안에 퍼졌다. 테라코타 마감 덕분에 지하 셀러는 에어콘을 가동하지 않아도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안티노리 가문이자 오너인 알비에라 안티노리(Albiera Antinori)는 가족이 살고 있는 궁전에 우릴 초대했다. 600년이 넘은 유서깊은 궁전을 돌아보고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토스카나 스타일의 파스타와 함께 안티노리의 ‘구아도 알 타소(Guado al Tasso)’를 마셨다. 구아도 알 타소는 1970년 티냐넬로(Tignanello), 1978년 솔라이아(Solaia)에 이어 탄생한 토스카나의 슈퍼 와인이다. “와인에는 좋고 나쁨이 없어요.” 순서를 매기는 데 익숙해져 버려서일까 자꾸 평가를 하려고 들었던 나는 알비에라의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Cuisine & Caffe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
Bistecca alla Fiorentina

피렌체 하면 스테이크부터 떠오른다는 친구들의 말에 따라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나도 도전해 봤다. 한국에 돌아와 잘 만든다는 스테이크를 서너 번 먹어 봤지만 피렌체 스테이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자의 칭찬이니 피렌체 스테이크, 믿어도 좋다.  

피렌체 스테이크는 정확하게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라고 한다. 피렌체 스타일의 비프 스테이크라는 뜻이다. 스테이크 이름이 이렇게 붙은 데도 메디치가의 이야기가 있다. 매년 8월, 피렌체의 산 로렌조 광장 축제에서는 광장에 대형 모닥불을 지펴서 메디치 가문이 준비해 준 소고기를 구워 군중들에게 나눠 주었다. 마침 이곳을 방문 중이던 영국인들이 이 고기를 얻어먹으려고 영어로 ‘비프 스테이크(Beef Steak)’를 외쳤는데, 이탈리아 현지인들은 이를 듣고 그들 식으로 ‘비스테까(Bistecca)’라고 발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툼한 피렌체식 스테이크

▶Tip  A1 소스는 잊어라

스테이크 맛집을 찾았다. T자형 뼈가 붙은 커다란 소고기는 두께가 4~5cm는 되어 보였고 무게는 800g이 넘었다. 주인장은 굽는 데 약 30분이 걸릴 거라고 했다. 버터를 녹여 굽는 스테이크와는 달리 피렌체 스테이크는 아무런 양념 없이 숯불에 고기만 굽는다. 보통은 피가 보이는 정도, 즉 레어로 먹으며 올리브유, 로즈마리, 소금으로만 약간의 풍미를 더한다. 혹시 A1 소스를 찾는다면? 아마도 피렌체에선 알지도 못하고 줄 수도 없을 것이다. 피렌체만의 스테이크 소스가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자를 때 나오는 육즙이 바로 최고의 소스란다.

 

운 카페, 페르 파보레
Un caffe, per favore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알아야 할 단어들이 몇 개 있지만, 내가 가장 많이 써 먹은 표현은 “운 카페, 페르 파보레”.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카페(Caffe)는 에스프레소를 뜻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American style caffe’라고 정확히 주문을 해야 하는데, 관광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 동네 카페엔 아메리카노가 거의 없다. 스타벅스도 밀라노에 단 하나뿐이다.

귀찮기도 해서 그냥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엄지와 검지로만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홀짝홀짝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행위는 어쩐지 낭만적이다. 크레마가 가득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브라운 슈거를 한 스푼 넣으면 묵직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로웠다. 피렌체에서, 나는 처음으로 에스프레소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맨 마지막에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Tip  이탈리아 커피, 자부심의 근원

이탈리아는 커피원두가 생산되는 곳도 아닌데 왜 이탈리아 커피가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알고 보니 에스프레소 방식이 처음 개발된 곳이 이탈리아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발명되기 전까지 마셨던 터키식 스타일의 커피의 경우 커피 가루가 어쩔 수 없이 입 안에 남았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천이나 필터에 거르는 드립커피였다. 190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증기압을 이용한 커피 추출 기계가 발명됐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진 안정적인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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