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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말하는 캐나다 가족 여행] 200년을 훌쩍 넘긴 전통, 옥토버페스트

  • Editor. 이종상
  • 입력 2019.01.07 15:40
  • 수정 2019.01.09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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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통Keg에 주둥이를 달고 있다.
맥주통(Keg)에 주둥이를 달고 있다.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의 시작

1810년 10월12일, 바이에른(Bavaria)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흐와 아리따운 공주 테레제가 결혼식을 올린다. 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왕실 근위대는 결혼 다섯째 날인 10월17일, 경마 경기를 개최하게 된다. 이후 이 전통이 계승되며 매년 경마 경기가 열리게 되었고, 농업박람회와 결합하면서 축제의 규모가 배가 되었다. 독일 뮌헨의 대표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바바리안의 전통을 기억하는 캐나다 키치너 워털루(Kitchener-Waterloo)의 독일 이민자들은, 1969년 빙거맨 공원(Bingerman Park)에서 이 축제를 축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는 꾸준히 성장해 캐나다에서 가장 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그리고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바리안 축제로 발전했다. 한 개의 페스트할른(Festhallen)에서 시작된 시민축제가 무려 70만 이상이 참여하는 9일간의 축제로 성장하게 된 셈이다.

바이에른 전통 복장인 트라흐트(Tracht)를 입은 축제 마스코트, 한스 아저씨(Onkel Hans)&프리다 아줌마(Tante Frieda)
바이에른 전통 복장인 트라흐트(Tracht)를 입은 축제 마스코트, 한스 아저씨(Onkel Hans)&프리다 아줌마(Tante Frieda)

●Oktoberfest ist Wunderbar!

금요일 아침, 키치너(Kichener) 시청 앞이었다. 무대에 오른 진행자가 큰 소리로 선창했다. “옥토버페스트 이스트(Oktoberfest ist)” 그러자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크게 소리친다. “운더바!(Wunderbar)” 듣고만 있을 수 없어 나도 얼떨결에 따라 했다. 뜻도 모르면서 말이다. 무슨 뜻일까? 옆 사람에게 물어봤다. ‘운더바’는 영어로 ‘원더풀(Wonderful)’을 뜻한다. 직역하자면 ‘옥토버페스트 좋아요!’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정도 지식은 기본이다.

케그 태핑(Keg tapping) 분위기를 책임지는 ‘맥주잔 들고 버티기(Stein-holding)’ 경기
케그 태핑(Keg tapping) 분위기를 책임지는 ‘맥주잔 들고 버티기(Stein-holding)’ 경기
아코디언 연주자들
아코디언 연주자들

그래미 수상자인 윌터 오스타넥(Walter Ostanek)이 참여한 아코디언 연주회, 독일에서 건너온 민속 공연단의 채찍 춤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맥주 통에 주둥이를 다는 케그 태핑(Keg tapping)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케그 태핑이 끝나면 9일간의 본격적인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된다.

통 트라흐트Tracht인 던들Dirndl을 입고 있는 자원봉사자
전통 트라흐트(Tracht)인 던들(Dirndl)을 입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멋스러운 머리핀

옥토버페스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드레스코드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명절에 한복을 입듯 바이에른 전통의상을 입어보자. 남자는 셔츠에 멜빵을 단 가죽바지, 레이더호젠(Lederhosen), 여자는 실루엣이 들어나는 블라우스와 가슴에서부터 허리 부분까지 끈으로 꽉 조인 보디스(Bodice)가 특징인 던들(Dirndl)을 입는다. 레이더호젠은 가격대가 꽤 비싸니, 부담된다면 모자를 하나 구입해 쓰는 것도 방법이다. 1969년부터 해마다 다르게 만든다는 옥토버페스트 기념 버튼이나 핀을 하나씩 사서 모자에 달면 나름 폼이 난다.

본부 건물이기도 한 옥토버페스트 공식 매장(Official Retail Store)과 72pt 높이의 메이폴(Maypole)과 셀피Selfie를 찍어 SNS에 올리려는 관광객들
(사진 좌) 본부 건물이기도 한 옥토버페스트 공식 매장(Official Retail Store)과 72ft 높이의 메이폴(Maypole) (사진 우) 셀피Selfie를 찍어 SNS에 올리려는 관광객들

옥토버페스트를 추억하기에는 기념품보다 좋은 것이 없다. 전통의상인 트라흐트(Tracht), 축제 연회장 티켓인 페스트할른(Festhallen) 티켓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공식매장은 키치너 시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한다. 건물 밖에는 커다란 메이폴(Maypole)이 세워져 있는데, 키치너-워털루 옥토버페스트를 오랫동안 후원한 프레드 버팅거(Fred Buttinger)를 기념하기 위해 1988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옥토버페스트 공식 스토어(Official store) 내부
옥토버페스트 공식 스토어(Official store) 내부

이제 본격적으로 옥토버페스트를 즐길 차례다. 독일 음식과 맥주가 가득한 페스트할른(Festhallen)​​​​​​​으로 향해보자. 연회장만 10여 곳으로 적게는 250명에서 많게는 4,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군침 꿀떡 삼키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가 가득하다. 밴드나 바바리안 댄서의 전통 공연도 펼쳐진다. 바바리안 트라흐트(Tracht)를 입지 않아도 깔끔한 캐주얼 복장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빙거맨즈(Bingemans)의 펀웍스(Funworx)
빙거맨즈(Bingemans)의 펀웍스(Funworx)
빙거맨즈(Bingemans) 엠버씨룸(Embassy Room)에서의 저녁식사
빙거맨즈(Bingemans) 엠버씨룸(Embassy Room)에서의 저녁식사

나는 친구 부부와 빙거맨즈(Bingemans)의 엠버씨룸(Embassy Room)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빙거맨즈(Bingemans)는 80년도 더된 유원지다. 초기에는 캠프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워터파크, 펀웍스(Funworx)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빙거맨즈에는 축제를 위해 대형 천막 두 채가 간이로 세워졌고, 내부는 바바리안 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과일 슈튜르델(Fruit Strudel) 과독일식 프레첼(Pretzel)
과일 슈튜르델(Fruit Strudel) 과 독일식 프레첼(Pretzel)
돼지 혹Hock, 슈니첼, 케비지롤 등이 담긴 요리 한 접시
돼지 혹(Hock), 슈니첼, 케비지롤 등이 담긴 요리 한 접시

맛깔스러운 프레첼(Pretzel)이 테이블마다 걸렸고, 독일 대표 음식인 슈니첼, 돼지 꼬리 요리, 소시지, 감자전, 케비지롤 등 갖가지 음식들이 쏟아졌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손이 2개, 먹을 수 있는 입이 1개인 것이 참 아쉽게 느껴졌다. www.oktoberfest.ca

빙거맨즈(Bingermans)
주소: 425 Bingemans Centre Dr, Kitchener
홈페이지: www.bingemans.com

가을의 산물로 장식된 조형물
가을의 산물로 장식된 조형물

●메노나이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엘마이라(Elmira)

옥토버페스트 축제 기간 동안 워털루 지역(Waterloo Region)을 둘러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세인트 제이콥스(St.Jacobs)는 이미 자주 여행했으니, 메노나이트들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엘마이라(Elmira)와 온타리오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웨스트 몽트로즈(West Montrose)​​​​​​​의 지붕이 있는 다리(Coverd bridge)를 가보기로 결정했다. 

버기를 타고 마켓으로 향하는 메노나이트
버기를 타고 마켓으로 향하는 메노나이트

엘마이라 초입부터 메노나이트 마차를 우연히 만났다. 버기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한 것으로 보아 장을 보러온 모양이다. 이 모습이 익숙한 듯 무심코 오가는 사람 속, 나만 별난 세상을 만났다. 셔터를 빠르게 눌렀다. ‘찰칵’

키친 커팅스(Kitchen Kuttings)의 모습
키친 커팅스(Kitchen Kuttings)의 모습

읍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엘마이라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은 키친 커팅스(Kitchen Kuttings)다. 메노나이트 주부라면 한 주에 몇 번은 찾는 곳이란다. 제빵에 관련한 갖가지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달달한 터키시 딜라이트도 판매한다. 직원들은 모두 머리에 보닛을 쓰고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이곳의 수제 잼, 피클 그리고 수제 썸머 소시지는 세인트 제이콥스의 파머스 마켓에서도 맛볼 수 있다. 

제빵에 관련된 재료들과 달달한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
제빵에 관련된 재료들과 달달한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

다음 둘러볼 곳은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에서 운영하는 중고품 할인 판매점이다. 무려 4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전통을 증명하듯 사람들이 제법 많다. 주방용품, 책, 아기용품까지 다루는 품목이 다양하다.

나는 장미 한 송이를 꽂으면 충분할 크기의 아담한 화병을 선택했다. 소소한 행복을 3달러에 구입했다. 입가에 미소 가득 안고 중고매장을 나왔다. 길을 건너 2분 정도 걸었을까, 엘마이라 메노나이트 교회가 등장했다. 평일이라 한적했지만,  예배가 있는 주말이면 교회 주차장은 메노나이트들이 타고 온 버기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키친 커팅(Kitchen Cuttings) 
주소: 2 Arthur St.South, Elmira
홈페이지: www.kitchenkuttings.com

MCC 중고품 할인점(MCC Thrift & Gift)
주소: 59 Church St.West, Elmira
홈페이지: www.elmirathrift.ca 

Sip & Bite의 외관과 내부
Sip & Bite의 외관과 내부

●메노나이트 요리의 진수

바쁘게 여행한 탓에 허기가 올라왔다. 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소탈한 외관의 식당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터로 복귀할것만 같은 옷차림의 남자들과 외지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있었다. 마치 기사식당 같은 분위기랄까. 자그마치 30년 전통의 ‘Sip&Bite’의 인기메뉴는 루벤 샌드위치, 클럽 하우스, 돼지고기 슈니첼, 치킨 스블라키다. 이곳의 오너인 나이다(Naide)가 직접 추천한 메뉴이니 믿을 만한 정보다.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프와 커피를 주문했다. 햄치즈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주 가볍게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군침 당기는 ‘소고기 야채 수프’와 ‘햄치즈 샌드위치’
군침 당기는 ‘소고기 야채 수프’와 ‘햄치즈 샌드위치’
메노나이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크로스로드Crossroad 레스토랑
메노나이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크로스로드(Crossroad) 레스토랑
메노나이트 전통 의상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종업원
메노나이트 전통 의상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종업원

큰아들은 아직 배가 고픈가 보다. “고기와 밥만 있다면 어느 식당이던지 괜찮아요, 아빠” 큰아들과 함께 엘마이라에서 가장 유명한 크로스로드 레스토랑(Crossroad Restaurant)으로 향했다. 이곳은 전통 메노나이트식 요리법으로 만든 요리, 버거와 랩(Wrap)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뷔페 식당이다. 자두 소스를 곁들인 함박 스테이크는 일품이다. 여기에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곁들이면 최고다. 

크로스로드 레스토랑(Crossroads Family Restaurant)
주소: 384 Arthur St South, Elmira
오픈: 8:00~11:00, 11:30~20:00(화~일요일), 매주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www.crossroadsrestaurant.ca

‘키스하는 다리(Kissing Bridge)’라는 닉네임의 ‘웨스트 몽트로즈 지붕이 있는 다리’
‘키스하는 다리(Kissing Bridge)’라는 닉네임의 ‘웨스트 몽트로즈 지붕이 있는 다리’

●사랑을 나누는 곳, 키싱 브릿지(Kissing Bridge)

엘마이라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웨스트 몽트로즈(West Montrose)​​​​​​​, 이곳에는 온타리오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지붕이 있는 다리(Covered Bridge)’가 위치한다. 
그랜드리버(Grand River)를 가로지르는 60m의 다리는 1881년에 만들어졌다. 강 건너 마주 보는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어 ‘키스하는 다리(Kissing Bridge)'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리 위의 지붕은 나무로 된 바닥과 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랜드리버Grand River에서 카누를 즐기고 있는 메노나이트의 모습
그랜드리버(Grand River)에서 카약을 즐기고 있는 메노나이트의 모습

저 멀리, 한 커플이 입을 맞추고 있다. 과연 ’키스하는 다리‘라고 불릴만한 로맨틱한 장소다. 최근 발렌타인 데이에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 스무치(Smooch,가볍게 껴안고 키스)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다리 안쪽에는 등이 띄엄띄엄 비춘다. 현재까지 차량들과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어린 메노나이트들은 다리 아래에서 카약(Kayak)을 몰며 물놀이를 즐긴다. 그 모습이 그저 우아하고 해맑아 보인다. 그랜드리버 물길을 따라 상류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 캠프장이 위치해있다. 그곳을 시작으로 카약을 타고, 이 다리 아래를 지나는 상상을 하니, 내년 여행의 목적지가 벌써 정해진 듯하다.

 

글ㆍ사진 이종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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