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후암동에서 찾은 아지트
[CAFE] 후암동에서 찾은 아지트
  • 김예지
  • 승인 2019.02.0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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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후암동

아는 사람만 오게끔 적당히 구석지면서도
고민하지 않아도 될 시그니처 메뉴 하나쯤은 있을 것.
아지트의 조건에 꼭 맞는 카페를 찾았다. 

오늘은 후암동
남산 아래 위치한 후암동은 인접한 경리단길과 해방촌에 비해 아직은 조용하다. 역세권이 아닌 탓에 가는 길이 좀 수고롭지만, 가는 걸음이 꽤 낭만 있다. 고층빌딩 사이 나지막하게 놓인 주택가, 남산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든다. 어딘가 나가고는 싶은데 붐비는 번화가는 싫고 스타벅스도 그다지 당기지 않을 때 가기 좋은 동네다. 
 

●토스트를 캔버스 삼아  
엠엔디 커피 MND COFFEE


어린이집 앞, 주차장 옆. 카페라곤 없을 것 같은 주택가에 있는데도 주말엔 웨이팅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파도의 물결이 거세다. 갓 구운 토스트 위에 물결 모양으로 크림치즈를 쓱쓱 덧바른 ‘웨이브 토스트’는 엠엔디 커피를 애써 찾아가야 할 장소로 만들었다. 스토리가 있다. 호텔 로비처럼 공간을 꾸미고 싶었던 카페 주인장은 호텔 벽에 걸린 예술 작품처럼,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메뉴를 고안했다. 화이트와 그린, 우드 톤을 고루 매치한 공간에 은은한 조명으로 포인트를 둬 로비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살렸다. 가사 없는 피아노곡이 흐르는 프런트 데스크(카운터)에서 체크인(주문)시 게스트(손님)가 받게 되는 건 번호표 대신 룸 키다. 

엠엔디 커피의 또 하나 예술은 레몬 모양의 몬치 케이크(Monchi Cake). 생크림과 크림치즈가 함께 들어간 웨이브 토스트의 맛이 ‘단짠단짠’하다면, 몬치 케이크는 ‘단녹단녹’하달까. 단단한 화이트 초콜릿 속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레어 치즈케이크가 쏙 들어 있다. 솔직히 웨이브 토스트도 몬치 케이크도 그 맛이 아주 특별하다 할 순 없지만, 분명 행복해질 것이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한다면 말이다.  

Editor’s TIP
주말보다는 평일 낮 시간대가 안전하겠다. 별 얘기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와 함께, 혼자라면 별 생각 없이 컬러링북을 채워도 괜찮을 채광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1길 81
오픈: 화~일요일 12:00~20:00(월요일, 매달 첫째 주 화요일 휴무)
전화: 02 6449 0177
가격: 웨이브 토스트 7,000원, 몬치 케이크 8,000원

 

●매일을 일요일처럼 
시엠프레 꼬모 도밍고 SIEMPRE COMO DOMINGO 


금요일과 토요일은 왠지 나가 놀아야만 할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일요일 같았으면 해서다. 시엠프레 꼬모 도밍고는 스페인어로 ‘언제나 일요일처럼’이라는 뜻이다. 뜬 구름 같은 콘셉트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일본 편의점에서 사 먹었던 에그샌드위치의 맛을 구현하고 싶었던 주인장은 100번 넘게 시행착오를 거쳐 레시피를 완성했다. 씹지 않아도 될 만큼 폭신한 식감에 심심한 듯 간간한 에그샌드위치의 속이란. 깊게 생각난다.

어느 하나 부담스럽지 않다. 진녹색 벽을 베이스로 노란색과 흰색을 적절히 채운 공간은 보기에도 있기에도 편안하다. 건파스타, 페이스트, 곰돌이 과자 등등 패키지만으로 탐나는 외국 식품을 정겨운 소품으로 활용했다(물론 판매용이기도 하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서너 명 정도면 적당하다. 카페 중앙의 기다란 테이블에서 작은 파티를 열면 좋겠다. 에그샌드위치,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것 같은 유기농 그래놀라 요거트볼을 주문한다. 그때가 언제든 늘 일요일이다.

Editor’s TIP
해질 무렵 빛이 가장 예쁘게 든다. 초록색 벽에 생기는 사각형 빛 프레임이 더없는 배경이 되어 준다. 포장도 귀여운 에그샌드위치는 피크닉에 가져가기에도 손색없다.

주소: 서울 용산구 후암로 34길 11
오픈: 화~일요일 12:00~20:00(월요일, 매달 첫째 주 화요일 휴무)
가격: 에그샌드위치 7,500원, 명란에그샌드위치 8,500원, 유기농 그래놀라 요거트볼 7,000원

 

●좋아하는 것들로만 
라라라이크 LALALIKE


테이블이 5개일 뿐인데 고르기가 쉽지 않다. 무심하게 툭 떨어트린 튤립, 해석보단 감성 중심의 영문 소설책, 하늘하늘 깔린 새하얀 레이스. 한 자리 한 자리가 미니 스튜디오 같다. 순전히 카페순이 두 자매의 취향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언니가 1년간 케이크를 배우는 동안 동생은 카페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둘이서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모아 ‘라라라이크’를 차렸다.

딸기 케이크도 쉬폰 케이크도 다른 카페의 것들과는 ‘색’다르다. 장난감 케이크마냥 파스텔 톤 크림 옷을 입었다. SNS에서 라라라이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메뉴는 스누피 캐릭터가 새겨진 스퀘어 당근 케이크. 사실 작정하고 만든 건 아닌데 예상 외로 ‘빵’ 뜨는 바람에 시그니처가 된 케이스다. 눈, 코, 입을 그리는 데 여간 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지만 그만큼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우니 계속할 밖에. 웨딩 케이크처럼 특별한, 선물 같은 케이크를 선보이는 것이 라라라이크의 콘셉트다. 얼그레이, 자몽, 미숫가루 등 매번 다른 케이크들이 쇼케이스를 점할 테니 그날의 운에 맡겨 볼 것. 선물이란 그런 거니까. 

Editor’s TIP
아무리 똥손일지라도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장담컨대 평균 이상이다. 테이블이 대체로 낮은 편이라 공부보다는 가볍게 책을 뒤적이기 좋다. 

주소: 서울 용산구 후암로 28길 38
오픈: 화~토요일 12:00~21:00 (일·월요일 휴무)
가격: 스퀘어 당근 케이크 6,700원, 라라라이크 케이크(미숫가루, 자몽, 딸기 등) 6,700원

▶ON THE WAY TO 후암동
서울역에서도 숙대입구역에서도 15분 이상은 걸어야 한다. 간혹 가파른 언덕길이 등장하니 하이힐은 피할 것. 갈월동이나 남산 주변까지 가는 버스를 타거나, 물론 가장 편한 방법은 자차다. 
 

*글을 쓴 김예지 기자는 카페에서의 사소한 행위들을 좋아한다. 의미 없는 끄적임, 한없이 멍 때릴 수 있는 자유가 소중하다. 거실을 카페처럼 꾸미겠다며 외간 카페들을 한창 염탐 중이다.
*사진을 찍은 강화송 기자는 달콤함을 사랑한다. 이를테면 에클레르, 케익 한 조각과 같은 것들. 오늘도 퉁퉁해져 버린 배를 쓰다듬으며 어디선가 달콤한 위로를 맛보는 중이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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