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을 지나쳐 올 때, 코노마(Khonoma)
선경을 지나쳐 올 때, 코노마(Khonoma)
  • 차민경
  • 승인 2019.02.07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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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인도의 얼굴, 나갈랜드
논일을 하던 마을 사람들은 여행자가 오면 공연단이 된다.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논일을 하던 마을 사람들은 여행자가 오면 공연단이 된다.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이만큼 소중한 것


분홍색 교회를 지나자마자 코노마(Khonoma)였다. 집들이 옹기종기 발 아래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마을이 있는 산을 둘러싸고 다랭이논이 물결의 파장처럼 번지고 있었다. 코노마는 어쩐지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선경 같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모두 귀했고, 그윽했다. 


코노마엔 겨우 450여 가구, 2,000여 명이 모여 산다. 걸어서 마을을 빙 둘러 산책해도 겨우 20~30분. 늦가을의 마른 풀이 옷에 달라붙었고, 볏짚을 태우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집마다 줄을 세워 꽃을 길렀고, 마당은 방금 쓸어 낸 것처럼 깨끗했다. 나갈랜드 어디에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던 모래안개도 코노마엔 없었다. 청명한 공기와 투명한 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곧 있을 결혼식을 위해 돼지 세 마리와 소 한 마리를 잡았다. 잔치 때 많이 도축할수록 부자다
곧 있을 결혼식을 위해 돼지 세 마리와 소 한 마리를 잡았다. 잔치 때 많이 도축할수록 부자다

마을 사람들은 잔치 준비에 한창이었다. 노인들이 한집에 모여 음식을 준비한다. 재료를 다듬고, 조리를 하면서 분주하다. 마을 한 켠 푸줏간에는 잔치를 위해 희생된 가축의 대가리가 걸려 있다. 돼지 세 마리, 소 한 마리다. 부잣집은 결혼식에 7~8마리의 가축을 잡는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형편이다. 안쪽에서는 날고기를 해체한다. 서너명이 둘러 앉아 칼 한 자루씩 쥐고 뚝딱뚝딱 살을 발라낸다. 

마을 여인들이 모여 음식 준비를 한다
마을 여인들이 모여 음식 준비를 한다

나갈랜드의 결혼식은 보통 사흘 동안 열린다. 하루는 남자의 집에서, 하루는 여자의 집에서 잔치를 벌이고 마지막 날에는 다니던 교회에 모여 ‘파티 올나잇’을 한단다. 


코노마는 에코투어리즘을 실천하는 동네다. 코노마의 대표 관광 명물인 다랑이논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피크닉, 트레킹, 사이클링 혹은 버드와칭을 할 수도 있다. 관광객이 많은 건 아니지만 관광객 맞이에 아주 적극적인 게 느껴졌다. 작은 마을인데도 호텔이 하나, 게스트하우스가 9개나 되고 홈스테이도 할 수 있다. 

산 밑 정자나무 그늘, 바위에 음식을 쪼르르 올려놓고 피크닉을 했다
산 밑 정자나무 그늘, 바위에 음식을 쪼르르 올려놓고 피크닉을 했다

우리는 다랑이논 옆 정자나무 그늘에 어느 가정집에서 공수한 음식을 펼쳐 놓고 점심을 먹었다. 테이블도 의자도 없이 넓적한 바위 위에 반찬통을 쪼르르 올려놓은, 새참 같은 식사였다.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나무 그늘 아래서 정찬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다랑이논이 이렇게 다정하고 낭만적인 풍경인 줄도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식사가 다 끝난 뒤에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청춘영화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어스름이 질 무렵, 전통복장을 입은 마을 청년들은 우리 일행,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 노래하고 춤을 췄다. 점퍼를 입고도 쌀쌀한 날씨였지만 남자들은 웃통을 벗었고 여자들은 얇은 반팔 차림에 모두 맨발이었다. 자장가, 사냥 노래, 춤곡 등 간단한 율동과 노래로 된 다섯 개의 공연이었다. 줄이 하나뿐인 전통 악기 다티(Dati)의 가늘게 떨리는 음색, 반복되는 가사를 합창하는 목소리들. 산 봉우리에서 부르는 노래는 계곡으로 흩어졌다. 해는 그 사이 봉우리를 넘어가 서로의 얼굴이 점점 어른어른했다. 누군가에게 이만큼 소중한 것을 받아 본 적이 있었나. 서글퍼서 마음이 울렁였다. 

▶TRAVEL  INFO NAGALAND

AIRLINE
한국에서 나갈랜드로 가는 직항은 없다. 나갈랜드에 가려면 최소 두 번 이상의 경유가 필요하다. 델리나 콜카타를 경유해 임팔공항 혹은 디마푸르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임팔공항이나 디마푸르공항에서 나갈랜드 코히마까지 최소 4시간 이상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HOTEL
우라호텔 Hotel Ura

코히마에서 손꼽히는 좋은 호텔. 단출하지만 부족할 것도 없다. 버터 토스트 맛집이기도 하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오면 찬물로 씻거나 직원에게 가져다 달라고 하자.
주소: Officers’ Hill, Kohima, Nagaland 797001
전화: +91 370 224 3222

SPOT 

2차 세계대전 추모 묘지 
2nd World War Commonwealth Cemetery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갈랜드에서 영국·인도연합군과 일본군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나갈랜드는 오른편으로 미얀마를 접하고 있는데, 일본군이 미얀마를 점령한 뒤 나갈랜드를 통해 인도로 넘어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1944년 4월4일부터 6월10일까지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최소 3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곳에 묻힌 가장 어린 나이의 희생자는 16살이다.
주소: Midland Colony, Kohima, Nagaland 797005

코히마뮤지엄 Kohima State Museum
나갈랜드의 부족 문화를 전시한 뮤지엄. 16개 부족의 의복, 문화, 건축양식 등을 집대성한다. 작은 규모지만 나갈랜드를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주소: Upper Bayavu Hill, Kohima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최갑수
취재협조 인도관광청 www.incrediblein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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