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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정신이 숨 쉬는 도시, 아메다바드

  • Editor. 채지형
  • 입력 2019.02.0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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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무지개 사탕 같다.
각양각색 달달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인도에 갈 때마다 다른 맛을 발견한다. 

아메다바드에서 90km 떨어진 리틀 란. 드넓은 사막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아메다바드에서 90km 떨어진 리틀 란. 드넓은 사막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아메다바드
인도에서 처음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아메다바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아메다바드는 인도 8대 도시 중 하나로, 구자라트주의 경제수도다. 도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1411년,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술탄 아마드 샤는 당시 사바르마티강 동쪽 둑에 성벽을 쌓고 요새와 사원을 지었는데 아메다바드라는 이름도 이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무굴제국 시절 이슬람 도시로 번성했던 아메다바드에는 15세기 이슬람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았다. 도시 전체에 힌두교와 이슬람, 자이나교 사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10km성벽이 이어져 있다. 덕분에 아메다바드는 2017년 인도에서 처음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도시에 반한 세계적인 예술가와 건축가도 적지 않다. 르 꼬르뷔지에는 독특한 건축물로, 사진가 앙리카르티에 브레송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아메다바드에 애정의 흔적을 남겼다. 

간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사바르마티 아쉬람
간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사바르마티 아쉬람

 

●간디의 걸음을 따른 여정


아메다바드는 간디가 태어난 곳일 뿐만 아니라 비폭력투쟁을 펼친 중심지였다. 사바르마티 강가에 자리한 아쉬람에서 간디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돌아온 간디가 아메다바드에 둥지를 틀었다고 전해지는데, 그곳이 바로 사바르마티 아쉬람(Sabarmati Ashram)이다. 간디가 쓴 편지와 실을 뽑은 물레 등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남아 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아쉬람은 ‘단순한 삶, 고상한 생각(Simple life, High thinking)’이라는 간디의 생활신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사바르마티 아쉬람 안내자가 물레를 직접 돌리며, 간디의 철학을 설명한다
사바르마티 아쉬람 안내자가 물레를 직접 돌리며, 간디의 철학을 설명한다

사바르마티 아쉬람에서 간디는 비전을 펼치기도 했다. 외부 개혁보다 인도 내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 아래 문맹 퇴치를 위해 학교를 세우고 자활 운동을 전개했다. 또 영국 등 선진국 공업에 의존하지 않고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물레를 돌리자고 외쳤다. 그는 직접 매일 30분씩 오른손으로 물레를 돌리고 왼손으로 실을 뽑아냈다. 간디의 어록이 새겨진 사바르마티 아쉬람을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 간디가 꼽은 사회의 7대 악을 읽는 동안에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비폭력저항 운동의 상징인 소금행진도 여기서 시작됐다. 인도 소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영국의 소금법 반대 의사를 표명한 비폭력 시위로, 간디는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를 뚫고 무려 380km를 걸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간디를 포함해 70여 명이었던 인원은 단디 해변에 도착할 때쯤 6만명에 달할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소금행진은 인도 독립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간디는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의미의 ‘마하트마’라는 칭호를 받았다. “오길 잘했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함께 아쉬람을 둘러보던 인도 친구 나얀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사바르마티 아쉬람
주소: Gandhi Smarak Sangrahalaya, Ashram Road, Hridaya Kunj, Old Wadaj, Ahmedabad, Gujarat 380027
전화: +91 79 2755 7277
홈페이지: www.gandhiashramsabarmati.org

방직업으로 부를 쌓은 망갈다스의 집은 기품이 넘친다.

 

●아메다바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


도시 중심에 있는 시디 샤이이드 모스크(Siddi Saiyyedni Mosque)는 대표적인 15세기 이슬람 건축물이다. 1573년에 세워진 모스크로 규모가 그다지 크진 않지만, 정교하게 조각된 ‘잘리(Jali)’로 유명하다. 모스크 서쪽에 새겨진 세공된 석조 창문인 잘리는 ‘인생의 나무’라고도 불린다. 술탄이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게 한 작품으로 마치 화려한 레이스를 펼쳐놓은 것 같다. 돌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세밀하게 새긴 잘리는 아메다바드의 아이콘 중 하나다. 아메다바드 어딜 가나 나무 모양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MG 하우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MG 하우스

시디 샤이이드 모스크 건너편 MG 하우스에서는 세월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1924년 지어진 MG 하우스는 방직업으로 부자가 된 망갈다스의 집으로, 지금은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호텔 내부에 들어서면 과거 부유한 구자라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창문과 고급스러운 가구는 하나하나가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이다. MG 하우스 안에는 눈길을 끄는 두 공간이 있다. 텍스타일 갤러리와 탈리 레스토랑. 텍스타일 갤러리는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와 숄을 비롯해 주변 지역민들의 자수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화려한 패턴과 염색 기술을 보여 준다. 

아가시예에서 맛본 구자라트식 탈리
아가시예에서 맛본 구자라트식 탈리

탈리 레스토랑 ‘아가시예(Agashiye)’는 아메다바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탈리는 인도식 백반으로, ‘사부지’라고 부르는 야채와 ‘차트니’라고 불리는 여러 종류의 반찬이 곁들여 나온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이지만, 구자라트 탈리는 인도에서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우리나라의 전주비빔밥처럼 다른 지역 음식점에도 ‘구자라트식 탈리’라는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다. 구자라트식 탈리는 북부 지역 탈리보다 담백하고 덜 매우며 채식 위주의 반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가시예는 구자라트 언어로 ‘테라스에서’라는 의미로, 멋진 분위기에 맛깔스러운 음식을 낸다. ‘그만’이라고 외치기 전까지 계속 로티와 사부지를 그릇에 올려 준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입가심용 민트만도 8가지다. 제대로 된 인도식 상차림이다.
 

MG 하우스
주소: Bhadra Rd, Opp. Sidi, Saiyad Jali, Lal Darwaja, Ahmedabad, Gujarat 380001
전화: +91 79 2550 6946
홈페이지: www.houseofmg.com

 

우아한 멋을 뽐내는 플라밍고 무리
우아한 멋을 뽐내는 플라밍고 무리

 

●황홀한 날갯짓을 찾아


아메다바드에서 90km,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는 드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다. 지프를 타고 달리다 보면 여기가 아프리카인지 인도인지 잠시 헷갈린다. 쿠치 사막의 리틀 란(Little Ran)은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인도 야생 당나귀를 비롯해 가젤과 사막 여우, 자칼 등 수백여 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인도의 국조인 킹피셔 등 500여 종의 조류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자수 실력으로 유명한 아가리야 부족
화려한 자수 실력으로 유명한 아가리야 부족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지만, 쉽게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이 모이는 지역을 찾아 지프를 타고 먼지를 내며 열심히 달려야 하는데다 행여 발견하더라도 동물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멀리서 망원경으로 엿볼 뿐이다. 척박한 땅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경이롭고 놀라웠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를 만난 때였다. 분홍빛을 발산해 내는 플라밍고 무리는 멀리서 봐도 황홀했다. 우아한 날갯짓에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리틀 란 지역 지프 사파리
망원경과 마스크, 선글라스와 물을 꼭 준비할 것. 긴팔 옷도 필수.
홈페이지:  www.soarexcursions.com

▶Thanks to Navigator
이번 인도 여행에서는 메리어트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르네상스 호텔에 묵었다. 객실과 각종 부대시설도 훌륭하지만, ‘내비게이터’의 도움으로 살뜰히 여행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호텔에 상주하고 있는 내비게이터는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소개해 주는 지역 여행 전문가다. 현지 정보를 빠삭하게 잘 아는 친구처럼, 검색으론 쉽게 찾을 수 없는 여행팁도 전수해 준다.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르네상스 호텔 renaissance-hotels.marrio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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