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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CRAFT] 비행 중 난기류, 정말 괜찮은 걸까?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9.03.0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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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경고등과 함께 요동치기 시작하는 비행기. 
잠깐 사이 수백 미터를 곤두박질쳤다는 해외 토픽의 비행기 얘기가 머리를 스친다. 
진땀이 난다. ‘이러다 그냥 쭉 떨어지는 건 아닐까?’

난기류(turbulence)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안 무서운 척’ 하는 중이거나, 아직 ‘센 것’을 만나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 자주 타도 정말 심한 난기류를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치는 않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좌석 벨트만 잘 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흔들림이 거칠거나 시간이 길어지면 누구나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날개는 비행기의 바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기류로 인한 추락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난기류는 자동차가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요동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상에서는 바퀴가 자동차를 떠받치고 있다. 비행기의 경우 날개가 기체를 떠받치는 바퀴의 역할을 한다. 날개는 안정되고 매끄러운 공기층을 미끄러지듯 타는데, 흐름이 불규칙한 공기층을 만나면 당연히 흔들리게 된다. 마치 차의 바퀴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요동치듯 말이다. 자동차가 비포장길에서 덜컹거린다고 어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비행기 역시 불안정한 기류에서 흔들린다고 어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단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잘 날던 비행기가 순전히 난기류로 인해 추락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마이크로버스트의 모습
마이크로버스트의 모습 ©위키미디어

 

●그래도 방심은 금물!


하지만, 수십 년 비행 경력의 승무원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CAT(Clear Air Turbulence)라 불리는 ‘청천난류’다.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보통의 난기류는 기상레이더를 이용해 위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수분으로 이루어진 구름층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는 난기류가 있는 곳, 혹은 예상되는 적란운 지대를 피해서 돌아간다. 청천난류는 이름처럼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 있으니 미리 알 길이 없다. 첨단 기술 시대에 이를 탐지할 레이더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용도로 쓸 만한 레이더를 비행기에 얹을 만큼 작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 늘 그렇듯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그러니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알아서 재주껏 피하는 수밖에.

여러 모로 비행기는 땅에 가까울 때가 제일 위험하다 ©위키미디어

사례 1▶  1985년 2월19일 태평양 상공. 중화항공 006편의 보잉747기는 고도 4만 피트(약 12km)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하던 중 난기류를 만나 자세를 잃고 3분 동안 무려 7,000여 미터를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4,000m 상공에서 겨우 자세를 회복하고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무사히’ 내렸다고는 하나 드라마틱한 기동으로 인해 기체는 만신창이가 되고 승객과 승무원들은 거의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천국의 입구를 경유하고 왔으리라. 그런데, 후에 조사를 해 보니 위 사고는 난기류 문제라기보다는 엔진에 살짝 문제가 있던 비행기를 조종사가 부적절하게 다루는 바람에 상황이 악화된 것임이 밝혀졌다. 오히려 이 사건을 통해 기체에 이상이 있는 상황에서도 고도가 확보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난기류만으로는 추락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비행기 시대가 막 열렸던 초창기와 달리 오늘날의 비행기 사고는 대개 인재인 경우가 많다.

비행기 앞에 설치된 기상레이더
비행기 앞에 설치된 기상레이더 ©위키미디어

사례 2▶  1982년 7월9일 팬암 759편의 보잉 727기가 미국 뉴올리언스 공항을 막 이륙했다. 상승 중이던 기체의 고도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떨어졌다. 조종사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결국 인근 마을로 추락했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이 사고의 원인은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로 밝혀졌다.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강력한 하강 기류였는데 이때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로부터 3년 후 이번에는 델타항공의 록히드 L-1011기가 댈러스포트워스국제공항에 착륙 중 마찬가지 이유로 추락했다. 이처럼 지상에 가까이 있을 때 갑작스럽게 생성된 하강 기류를 만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착륙할 때마다 안절부절할 필요는 없다. 이 두 사건 이후 국지적 난기류에 대한 연구와 대응 조치가 이루어져 현재는 착륙시 인접 공항에서 저층 난기류 경보시스템을 가동해 기상 상태를 미리 파악해 주기 때문이다.

난기류 발생시 유일한 안 전장치는 벨트
난기류 발생시 유일한 안 전장치는 벨트 ©위키미디어

●결론은 좌석 벨트!


실상 난기류가 무서운 이유는 ‘비행기가 어떻게 될까 봐’라기 보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방비로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부상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크게 움직이는 기내는 일시적으로 무중력 상태가 된다. 몸이 떠 천장에 부딪히거나 카트 같은 기구가 날아와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니 승객은 좌석 벨트를 반드시 잘 매고 있어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잠깐이나마 무중력의 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은 무모한 모험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참고로, NASA의 우주비행사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무중력 상태에 적응하는 훈련을 한다고. 창문이 없게 개조한 보잉 707 여객기를 이용해 높은 고도에서 급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데, 자유낙하에 가까운 급하강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행기 여행 중 심한 난기류를 만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는 말자. 좌석 벨트를 매고 눈을 감자. 그리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보자. 물론 안다.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공포는 언제나 무지에서 오는 법. 난기류로 인한 상황이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공포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글 유호상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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