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 집 술 맛이 남다른 이유

전라도편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9.03.04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룩, 물, 효모. 여기에 사랑이 더해질 때 진정 술맛이 난다.
아빠와 찾은 전라도 양조장에서 알게 된 비법이다.

 

●이야기를 품은 술  
담양 추성고을

아빠_추성주 한 잔에 역사와 문화, 인생이 담겼구나. 온 담양이 들어 있어.
딸_술 이름부터 그렇죠. 담양의 옛 지명이 추성이래요.

아빠와 함께 전국 술 여행을 다닌 지도 어느덧 1년. 그동안 우리 부녀가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술이 곧 역사고 역사가 곧 술’이라는 것이다. 대나무로 유명한 전남 담양의 추성주도 마찬가지. 6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추성주는 고려 초 스님들이 빚은 곡차에서 유래된 술이다. ‘추성고을’은 담양에서 유일하게 추성주를 빚고 있는 양조장으로, 현재 대한민국 식품명인 22호 양대수 명인이 4대째 그 맥을 이어 오고 있다.  

양조장에 도착하자 양 대표는 추성주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았다. 추성주를 훔쳐 먹던 살쾡이가 담양 이씨 시조 이영간에게 비책을 주었다는 설화, 추성주를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제세팔선주’ 전설까지. 전해지는 이야기만큼 술의 재료 또한 풍성하다. 10가지 이상 한약재와 쌀을 넣어 100일 이상 숙성시킨 추성주는 숙성된 시간만큼 색도 맛도 깊고 진하다. 추성고을에서는 추성주 외에도 40도 타미앙스, 15도 약주 대통대잎술, 12도 대잎술까지 담양을 대표하는 술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추성고을의 체험 프로그램 또한 지극히 ‘담양’인데, ‘추월산’, ‘금정산성’, ‘죽녹원’ 등 프로그램을 통해 대통술, 소줏고리 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술빵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 추령로 29  
오픈: 09:00~18:00(주말 전화문의)
전화: 061 383 3911  
홈페이지: www.chusungju.co.kr
견학 및 체험 | 프로그램별 상이, 전화문의

 

●옛 추억 한 잔  
장성 청산녹수


아빠_물맛이 다르니 술맛도 예사롭지 않구나.
딸_ ‘사미인주’는 자태부터 남달라요. 한복을 입은 여인처럼 수려하네요.

학교가 양조장이 되었다. 1998년 폐교한 장성북초등학교에 자리 잡은 ‘청산녹수’는 과거의 역사를 살려 학교의 콘셉트를 살려 운영하고 있다. 총 2층 공간에 걸쳐 우리 술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 준다. 청산녹수의 술맛 비결은 물에 있다. “장성에는 물이 방울처럼 솟아오른다는 방울샘이 있을 정도로 물이 좋아요.” 청산녹수의 김진만 대표가 말한 방울샘은 전라남도 기념물 186호로 실제로 존재하는 샘이다. 술에 들어가는 쌀 또한 장성에서 나는 쌀만을 고집하고 있다. 

청산녹수의 술은 ‘사미인주’, ‘꿀막걸리’, ‘생탁주’, ‘불로문’, ‘첨내린’. 그중 대표 술인 사미인주는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을 모티브로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로, 한복을 입은 여인을 닮은 호리병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편백숲산소막걸리’는 장성 편백 숲을 형상화한 청산녹수의 야심작이다. 사과농축액의 달콤함에 부드러운 탄산감이 더해진 맛이 꼭 장성 밤하늘의 은하수 같다고나 할까. 어느 정도 술맛을 봤다면, 양조장 바로 옆에 있는 옹기 작업장도 둘러볼 만한 코스다.


주소: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남양촌길 1  
오픈: 09:00~18:00(주말 전화문의) 
전화: 061 393 4141
홈페이지: www.bluegreenkorea.co.kr
견학 | 토~일요일 11:00, 14:00, 참가비 1인당 1만원  체험 | 10인 이상시 가능, 전화문의

 

●장인을 닮은 맛  
정읍 태인합동주조장

아빠_막걸리 맛도 장인의 성격을 닮아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구나.
딸_누룩과 효모, 물만이 술의 재료가 아니었어요. ‘사랑’도 있어야 하는 법이죠.

막걸리 마니아들 사이에 ‘송막’이라는 별칭으로 사랑받는 막걸리가 있다. 식품명인 48호이자 무형문화재 6-3호 송명섭 명인의 이른바 ‘송명섭 막걸리’다. 태인합동주조장에서 만난 송 명인은 오로지 원재료인 효모와 누룩에 충실하면 좋은 술이 되지만, 여기에 사랑이 없으면 술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로 송명섭 막걸리는 쌀 100%, 전통 누룩과 물, 그리고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셈. ‘죽력고’ 역시 태안합동주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술이다.

4대째 이어진 양조 비법이 농축된 증류주로, 숯불 위에 올려 뽑아낸 액을 소주에 섞어 만든다. 죽력고는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는데, 들어간 정성만큼 효능도 크다. 매천 황현이 쓴 <오하기문(梧下記聞)>에 따르면 전봉준이 죽력고를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일화가 있고, 실제로 송 명인의 부친도 중풍을 앓고도 죽력고로 건강을 지켰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 무렵이 되었다. 송 명인은 “이제 아버지랑 딸이랑 맛있는 밥 한 끼 하러 갈까요?”라며 선뜻 식사 제안을 한다. 그러고 보면 송명섭 막걸리의 맛은 송 명인을 꼭 빼닮았다. 털털하면서도 소박하고 고졸하다.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 
오픈: 09:00~18:00(주말 전화문의)
전화: 063 534 4018
홈페이지:  www.태인양조장.com
체험 | 2주 전 예약, 전화문의

 

*글을 쓴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을 찍은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글 오윤희  사진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