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그래도 싱가포르
짧고 굵게, 그래도 싱가포르
  • 김정흠
  • 승인 2019.03.04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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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클라우드에 들어서는 순간, 35m 높이에서 내리꽂는 폭포수가 무더위를 날린다
포레스트 클라우드에 들어서는 순간, 35m 높이에서 내리꽂는 폭포수가 무더위를 날린다

 

스무 시간의 싱가포르. 
말 그대로 ‘맛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왔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생각난다. 
촉촉했던 싱가포르의 스무 시간이.

 

●비 좀 내리면 어때


창이국제공항에 되돌아오기까지 약 스무 시간 남짓 남았다. 늦은 밤에 도착해 하룻밤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으니, 사실상 열 시간 정도 남았다고 보는 게 정확했다. 이미 하루가 다 가 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이튿날,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가 쏟아진다. 폭우다. 이렇게 허송세월할 수는 없는 법.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했다. 날씨 탓에 싱가포르 구석구석 숨어 있다는 천혜의 자연을 누리진 못할지언정, 실내 정원까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는 사계절 내내 활짝 피어 있는 꽃을 만날 수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는 사계절 내내 활짝 피어 있는 꽃을 만날 수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에 조성된 정원이다. 무려 100만 평방미터의 넓이를 자랑하니, 싱가포르를 대표할 만하다. 비가 내리고 있는 탓에 이 거대한 정원을 제대로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핵심 시설인 두 개의 돔만은 마음껏 즐길 수 있을 터였다. 두 개의 돔은 모두 베이 사우스(Bay South) 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클라우드 워크를 지날 때면 하늘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클라우드 워크를 지날 때면 하늘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우선 2,000m 고지대의 식물을 모아 전시한 첫 번째 돔, 포레스트 클라우드(Forest Cloud)에 들어섰다. 폭포가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했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서야 그 시작점에 눈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35m 높이에서 시원하게 내리꽂는 물줄기는 ‘무더운’ 한겨울의 기온을 단숨에 낮추었다. 길 따라 이어지는 알록달록 꽃밭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고,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안개는 열대우림의 한가운데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 꼭대기로 오르면 이제 구름 위 산책이 시작되는 순간. 관람로는 클라우드 워크와 트리톱 워크 등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 내려갔다. 발밑에 구름은 없었지만 아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원사의 섬세한 손놀림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정원사의 섬세한 손놀림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두 번째 돔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유리 온실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한 플라워 돔(Flower Dome)이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자라나는 다양한 식생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꽃 정원을 만들어 냈다. 높게 지어 올린 포레스트 클라우드의 돔과는 색다른 분위기. 유리 온실은 드넓은 크기로도 모자라 천장마저 높았다. 이곳이 야외 정원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사방에 피어난 꽃이며, 아기자기한 조형물이며 어느 하나 쉬이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넘쳐났다. 포레스트 클라우드가 자연을 오롯이 담아냈다면, 플라워 돔은 화려하면서도 잘 정돈된 정원이었다.

석순과 종유석 등을 전시해 동굴처럼 표현한 공간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전화: +65 6420 6848
오픈: 09:00~21:00(마지막 입장은 20:00)
요금: 2개의 돔 시설 입장료 28SGD
홈페이지: www.gardensbythebay.com.sg

춘절을 맞아 중국풍으로 꾸며진 플라워 돔
춘절을 맞아 중국풍으로 꾸며진 플라워 돔

 

●가장의 무게


오후가 되며 비가 잦아들었다. 그렇다면 더욱더 멈출 수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 머라이언은 사자의 상반신과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진 가상의 동물로 싱가포르의 마스코트다. 오리지널은 마리나베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여행자의 사진 배경이 되어 주는 조형물인데, 입에서 물을 뿜어 내는 모습이 특별하다. 많은 이들이 이 물줄기를 받아 마시는 척하며 사진을 찍는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소심하게 입을 벌리고 사진 한 장 남겨 보려는 순간, 빗방울 하나가 툭 하고 입술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허허. 

엄마 머라이언은 언제나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엄마 머라이언은 언제나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마리나베이에 있는 오리지널 머라이언은 ‘엄마’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 자그마하게 있는 녀석이 ‘아기 머라이언’이고. 슬슬 ‘아빠 머라이언’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빠는 센토사섬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고 해요.” 일행 중 하나가 이 질문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아빠 머라이언의 행방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의 센토사섬행이 결정되었다. 

센토사섬의 아빠 머라이언
센토사섬의 아빠 머라이언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본섬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식민지 시절 영국의 군사 기지였던 곳인데, 이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롯해 워터파크, 리조트, 골프 클럽, 해변 등등 관광단지로 조성된 섬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라고 해도 좋다. 사방에 즐길 거리가 가득하니까. 싱가포르 본섬과는 육로로도 오갈 수 있고 모노레일이 다니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케이블카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바다 위를 날아서 센토사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센토사섬에 들어서자마자, 아빠 머라이언을 만날 수 있었다. 공식 이름은 센토사 머라이언(Sentosa Merlion). 전설 속의 동물 머라이언은 바로 이 센토사섬에서 싱가포르를 지킨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이 일대에 있었던 소규모 어촌들을, 이제는 아시아 무역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한 싱가포르의 번영을 수호하는 셈이다. 아빠 머라이언의 정체는 37m 높이의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려는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으니 열심히 돈을 버는 ‘가장’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싱가포르항공 www.singaporeair.com 파라다이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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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리 2019-04-25 11:40:57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싱가폴 ㅠㅠ 티라운지에서 항상 최저가로 해서 자주 놀러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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