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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이, 당신의 일상에 쉼표를 더하다

  • Editor. 이성균
  • 입력 2019.03.05 11:10
  • 수정 2019.03.14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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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동종의 대본산 에이헤이지의법당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일본 조동종의 대본산 에이헤이지의 법당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초록빛 삼나무에 둘러싸인 절과 일본의 멋이 담긴 정원, 주상절리를 품은 바다 등 후쿠이는 자연과 동화된 여행지다. 
한 곳 들를 때마다 오랜 시간 머물 수밖에 없어 쉼터가 돼 주기도 한다. 일상을 내려놓고 오롯이 휴식으로 여행을 채우고 싶을 때, 이제는 후쿠이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의 향기가 스며들다


후쿠이현청의 소재지인 후쿠이(福井)시는 일본 특유의 차분하고 정갈한 감성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도시로, 봄에는 아스와강을 가운데 두고 2.2km의 벚꽃터널이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한다. 일본의 향기를 만끽하려면 요코칸 정원과 아타고자카 등을 방문하거나 1량짜리 노면전차를 타고 후쿠이 곳곳을 탐방해야 한다.  

후쿠이를 360년간 지키고 있는 요코칸 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뽐낸다
후쿠이를 360년간 지키고 있는 요코칸 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잘 가꿔진 나무와 꽃들이 반기는 요코칸(養浩館) 정원은 후쿠이의 번주였던 마쓰다이라가(家)의 별장이다. 문헌상에 이곳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56년으로 360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당시의 모습을 유지한 채 후쿠이를 지키고 있다. 연못 주위를 돌며 다실풍 건물양식의 저택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봄의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여름 수국,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사시사철 변하는 정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수려한 풍경 덕분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의 웨딩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청록색 돌이 줄지어 늘어선 후쿠이의 유명 돌길 ‘아타고자카’
청록색 돌이 줄지어 늘어선 후쿠이의 유명 돌길 ‘아타고자카’

다음으로 교토의 니넨자카, 산넨자카처럼 유명한 돌길인 아타고자카다. 청록색 돌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올라가면 후쿠이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와 아스와 신사를 방문할 수 있다. 특히 아타고자카는 노을 지는 시간대와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는 어둑한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허기가 진다면 후쿠이의 소스 가츠동(돈가스 덮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후쿠이의 가츠동은 흔히 접하는 밥을 계란과 돈가스로 덮은 형태가 아니다. 돈가스를 새콤달콤한 비법 소스에 푹 담가 밥에 올린 형태로, 신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소스가 느끼한 맛은 잡아 주고, 돈가스에 촉촉함을 더해 남녀노소 누구나 푹 빠져들게 만든다.


●삼나무 품에서 마음의 평온을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대본산 에이헤이지에 발을 들이면 장엄하게 솟은 삼남무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에이헤이지는 1244년 도겐선사가 개창한 곳으로 불전, 승당, 법당 등 칠당가람이라 불리는 일곱 개의 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전히 이곳에서는 많은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경내를 돌아다니면 검은 수행복을 입은 그들을 마주칠 수 있는데 절제된 행동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에이헤이지의 아침을 깨우는 상점가들
에이헤이지의 아침을 깨우는 상점가들

여행의 시작은 삼나무 길부터다. 삼나무가 가득한 이곳은 사계절 어느 때 오더라도 각각의 매력이 가득한데, 봄에는 삼나무 사이를 파고드는 따스한 빛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햇볕이 쨍쨍한 여름날에는 삼나무의 온전한 초록빛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비가 온 후라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이끼의 생생함을, 겨울에는 하얗게 물든 사찰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경내에는 검은 수행복을 입은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경내에는 검은 수행복을 입은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목조 건축물의 향기를 느끼며 경내를 돌아다녀 보자. 70여 채의 전, 당, 누각이 회랑으로 연결돼 있어 탐험하는 기분마저 든다. 불전, 승당, 법당 등 주요 공간들이 각각의 특징에 맞게 꾸며져 있는데, 법회가 치러지는 법당의 금빛 장식물은 샹들리에보다 2~3배는 커 에이헤이지에 웅장함을 더한다. 산쇼카쿠의 천장을 가득 채운 230점의 그림은 에이헤이지의 백미로 꼽히는데 만개한 꽃과 새들이 주로 그려져 있다. 고개를 한참 들고 있거나, 조금 더 욕심내 누워서 천장의 작품을 여유롭게 즐겨 보자. 

삼나무 가득한 에이헤이지
삼나무 가득한 에이헤이지

마지막으로 에이헤이지를 깊숙이 알고 싶다면 하루 머물며 스님들과 같이 생활하는 ‘원나이트 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좌선을 통한 명상, 전통 사찰 식사, 아침 수행 등 에이헤이지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며 스님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후쿠이의 포근한 안방


일본에 왔는데 온천을 빠트리면 무척이나 서운하다. 후쿠이현에도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 있는데, 비로 아와라(芦原)시다. 아와라 온천은 ‘호쿠리쿠의 안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천의 수준이 높은 곳이며, 130년의 온천 역사를 자랑하는 후쿠이현 유일의 온천마을이다. 

국가 지정 명승 도진보 앞에서 자연의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국가 지정 명승 도진보 앞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아와라 유노마치역 근처에는 각양각색의 료칸과 온천, 족탕 등이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시원한 생맥주가 있는 포장마차도 늘어서 있다. 특히 료칸들은 오모테나시(대접) 문화로 여행자들을 기분 좋게 맞이해 주고, 특색 있는 온천과 음식을 선사한다. 게다가 아와라시 13개 료칸의 오카미상(여주인)들은 사케 소믈리에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음식에 잘 어울리는 술을 준비해 놓고 있다. 오카미상이 직접 모내기나 벼베기를 해서 만든 료칸의 오리지널 사케는 여관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 세워진 도진보타워에서도진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 세워진 도진보타워에서 도진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 아와라시에 왔다면 빠트릴 수 없는 일본의 절경을 감상해야 하는데, 사카이(坂井)시의 국가 지정 명승 도진보(東尋坊)다. 사카이시는 아와라시에서 접근성이 좋아 두 곳을 한 번에 여행하기 수월하고, 해안가와 가까워 자연 경관을 감상하는 데 딱이다. 그중에서도 도진보는 동해의 거친 파도가 만들어 낸 높이 20~25m의 주상절리 암벽이 약 1.5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대자연의 비경으로, 도진보 앞에 서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만큼 자연이 주는 거대한 위압감을 경험할 수 있다.

해산물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진보의 상점가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진보의 상점가

도진보를 한눈에 담으려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55m의 도진보 타워로 올라가 보자. 도진보 타워 주변으로 형성된 상점가에서는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는데 지역의 별미이자 후쿠이현의 명물 에치젠 카니(게)도 빠트리지 말자.


●2억3,000만년 전 세계로


“아이쿠 깜짝이야.” 
후쿠이역에서 나오는 순간 2억3,000만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로 돌아간다. 5m는 가뿐히 넘길 대형 공룡이 역 앞에 떡 하니 서 있기 때문이다. 후쿠이 공공장소에서는 공룡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후쿠이의 공룡 사랑을 알려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에는 공룡의 진짜 전신 골격이 전시돼 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에는 공룡의 진짜 전신 골격이 전시돼 있다

1986년 한 여중생이 후쿠이현에서 육식 공룡의 이빨 화석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후쿠이시는 1989년부터 공룡 화석 발굴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후 일본에서 공룡화석 발굴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고, 일본 최대 규모인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도 2000년 개관했다. 공룡박물관은 현재 연간 9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오는 명소가 됐고, 공룡전신골격 총 44구를 포함해 다양한 실물 디오라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카마라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헤스페로사우르스 등 10구는 실물공룡전신골격이다. 진짜 공룡 뼈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다. 또 매년 여름방학에 맞춰 화석 발굴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 아이들을 맞이하고, 실제 공룡화석이 발굴된, 그리고 지금도 발굴되고 있는 장소를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육 목적으로 방문하는 가족들이 많다
아이들과 교육 목적으로 방문하는 가족들이 많다

박물관은 교육 활동도 펼치는데 공룡 관련 재밌는 이야기부터 학구적인 세미나도 진행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공룡의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학과 펭귄이 공룡이라는 점이다. 공룡의 학술적 정의는 허리에 뼈가 있고, 그 허리 쪽 뼈에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직립 보행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룡이라고 한다. 아주 작은 사실 하나를 알았을 뿐인데 공룡과 2억년 전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진다면 지금 당장 후쿠이로 가 보자.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welcomtojap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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