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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여행에 던지는 좋은 질문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19.04.0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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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봄, 여행의 계절입니다. 마치 마라톤의 출발 총성을 들은 것처럼 주변의 여행 주자들이 우루루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4월이니, 곧 5월이고, 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여행이라는 터닝포인트를 찍고 돌아올 겁니다. 그러면 인사차 묻게 되겠죠. “이번 여행은 어땠어?”


아차! 질문을 잘못 입력했습니다. 목표점도 없는 긴 수다의 포문을 열어 주고 말았네요. 이국적인 음식과 풍경, 쇼핑과 마사지 경험담이 끝없이 날아듭니다. 여행은 각자의 인생에서 드물게 신나고 설레고 신기한 시간의 결정체니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이 탈탈 털린 청자는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 영혼 없는 감탄사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는 구전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영상이 손 끝에서 플레이되고 인증은 SNS로 족합니다.


질문을 바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얼마나 높고, 멋있고, 비싸고, 맛있었는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보고, 듣고, 먹고, 구입한 것들은 대화의 소재일 뿐입니다. 오히려 여행의 전과 후, 혹은 이면이 궁금합니다. 왜 그곳으로 가게 되었는지, 여행을 계기로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슬픔은 조금 가벼워졌는지, 동행자와의 관계는 돈독해졌는지 등등이 궁금합니다. 그가 새로 들어선 세상이,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이 알고 싶은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대답이 “그냥!”, “그럭저럭”, “유명하니까!”라면 “오호, 우와, 아하”로 응답할 수밖에 없지만요.


5월이 되면 <트래비>는 강연의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What보다는 Why가 담긴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여행작가뿐 아니라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행 마니아들을 발굴할 겁니다. 유려한 말솜씨와 대단한 여행지식보다는 담담하고 솔직하게 여행에 대한 자신의 통찰이 풀어졌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이에서도 조금 더 깊어진 여행 수다가 만연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트래비> SNS 채널에서 그 주인공들을 곧 소개하겠습니다.

 

트래비 팀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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