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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팅 드림 크루즈, 크루즈란 ‘하나의 세계’

Genting Dream Cruise 

  • Editor. 박준
  • 입력 2019.04.0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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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빠통 비치 인근에 정박 중인 겐팅 드림
푸껫 빠통 비치 인근에 정박 중인 겐팅 드림

13590호 선실(Stateroom). 수천명이 탄 크루즈선에서 언제든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지만 막혀 있지 않다. 언제라도 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을 수 있다. 크루즈에서 무조건 발코니 룸을 선택해야 할 이유다. 딜럭스 발코니룸은 꽤나 호화롭다. 새하얀 침구만 보면 특급호텔 같다.

이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욕조다. 거의 매일 아침과 밤 두 번씩 욕조에 몸을 담갔으니 말라카 해협에서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일과가 있을까 싶다. 선실이지만 진동이나 소음도 거의 없다. 기항지에서 밥을 먹다 보면 출항의 순간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겐팅 드림은 조용히 움직인다. 밤에 배가 출렁인다고 느낀 적도 거의 없다. 바다에 떠 있으나 호텔방에서 지내는 것 같다. 15만 톤급 겐팅 드림 크루즈선의 위용이다. 

크루즈는 망중한의 시간이다
크루즈는 망중한의 시간이다

2,900여 명의 승객과 2,000여 명의 승무원이 한 배에 타고 있는데 국적으로 보면 36개국 승객과 31개국 승무원이 모여 있다. 승무원에게 전해 듣기에 2,900여 명의 승객 중 한국인은 10명뿐이다. 한국에서 크루즈는 여전히 극소수만의 여행이란 반증이다.

겐팅 드림의 캡틴 마구느스 고트베르그(Magnus Gottberg)는 예순셋의 스웨덴 사람, 1등 항해사도 서른하나의 스웨덴 사람이다. 2등 항해사 두 사람도 스웨덴 사람인데 나이가 스물일곱, 스물여덟밖에 안 돼 깜짝 놀랐다. 반면에 마흔일곱, 마흔하나, 서른아홉의 3등 항해사 세 사람은 모두 필리핀 사람이다, 다양한 국적만으로 크루즈선은 하나의 세계다.

출항지인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랍에미리트, 미국, 일본 등 수십개국 승객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수십개국 승무원이 크루즈란 세계를 이룬다. 수십개국에서 온 이들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공연을 본다. 다수를 차지하는 승객 국적에 따라 레스토랑 메뉴마저 달라진다.

크루즈에서 가장 신나는 시간은 식사시간
크루즈에서 가장 신나는 시간은 식사시간

이번 겐팅 드림 크루즈선에는 말레이시아, 인도 단체승객이 많다. 자연히 레스토랑에는 이들을 배려한 음식이 준비됐다. 그렇다고 내가 식사 하는 데 불편했던 건 전혀 아니다. 이슬람 할랄(halal) 음식, 인디언 음식뿐만 아니라 늘 인터내셔널 뷔페와 코스 요리, 차이니스 코스 요리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단연 인터내셔널 코스 요리가 제일 좋았다. 뷔페 레스토랑처럼 사람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음식이 파인 다이닝 수준이다. 

바다 위에서 즐기는 자쿠지
바다 위에서 즐기는 자쿠지

 

●크루즈에서 더 부지런해지는 이유 


사람들이 크루즈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수영복 차림으로 갑판 선 데크에 누워 칵테일이라도 마시는 모습 아니려나? 타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예상과 달리 크루즈는 바쁜 여행이다. 일단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갈 때도 캐빈이 선수(Forward)에 있다면 선미(Afterward)의 식당까지 가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엘리베이터가 오가는 데크 수만 열아홉 개, 그러니까 배에 탔지만 19층 건물을 틈틈이 오르내리고, 캐빈이 선수의 맨 앞에라도 있다면 끼니 때마다 선미 레스토랑까지 200~300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야 한다.

물론 캐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마음은 없으니 사전예약 필수인 조디악 씨어터의 공연부터 모노폴리(Monopoly) 게임, 선셋 폼 파티(Sun Set Foam Party), 해피아워, 스파 프로모션, 피트니스, 미니 골프 등 갖가지 스케줄을 매일 체크하고, 여러 공연을 보고, 기항지를 둘러보느라 늘 바빴다. 

겐팅 드림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의 국민가수, 쉬라 마지드
겐팅 드림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의 국민가수, 쉬라 마지드

겐팅 드림의 공연장인 조디악 씨어터에서 ‘말레이시아의 레전드’라 불리는 가수 ‘쉬라 마지드(Sheila Majid)’의 유료 콘서트도 보았다. 난생 처음 히잡을 쓰고 형광봉을 흔드는 수백명의 이슬람 여인들 사이에서 본 공연이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팬들도 많다. 그야말로 쉬라 마지드는 단지 말레이시아의 스타가 아니라 말레이권의 스타다. 히잡을 쓴 두 명의 코러스, 내 앞에서 히잡을 쓴 채 가벼이 몸을 흔드는 여자들도 이채롭다. 

카지노는 겐팅 드림의 수많은 액티비티 중 한 가지일 뿐이다 4
카지노는 겐팅 드림의 수많은 액티비티 중 한 가지일 뿐이다
겐팅 드림 중앙 홀에서는 매일 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겐팅 드림 중앙 홀에서는 매일 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현재 깊이 35m 


항해 5일째,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항해가 끝난다. 말라카 해협의 깊이는 뜻밖에 깊지 않다. 한번은 ‘브릿지 뷰잉룸’에서 계기판을 보니 ‘현재 깊이 35m’다. 지구의 둘레 4만 킬로미터를 생각하고 35m란 깊이를 떠올린다면 바다는 실제로 지구의 얇은 껍질인 셈이다. 말라카 해협이란 출렁이는 지구의 껍질 위를 항해해 마침내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하선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쉬이 선실을 나설 수가 없다. 아쉽다. 하선 종료시간인 오후 2시 직전까지 배에 남아 새삼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2,900여 명의 승객은 거의 모두 배를 떠났고 갑판에는 적막이 흘렀다. 한편 이 순간 겐팅 드림이 지난 6일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배에서 내려서도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 인근의 공원을 오가며 겐팅 드림을 바라보았다. 한낮에 겐팅 드림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다음날 아침, 나는 싱가포르 안손 로드의 스타벅스에 앉아 있었다. 아침 세트 메뉴를 시켜 커피를 홀짝거리는데 그때도 나는 여전히 겐팅 드림 갑판을 서성이는 듯한 기분이다. 싱가포르 오피스 거리에 앉아 있지만 아직 나는 말라카 해협에서 귀항하지 않은 게다. 5박 6일, 처음에 길지 않을까 했던 그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나는 벌써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글·사진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겐팅 드림 크루즈 www.dreamcruis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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