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낮보다 화려한 우리의 밤, 타이완 등불 축제

  • Editor. 채지형
  • 입력 2019.04.01 17:09
  • 수정 2019.04.11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카족의 전통을 모티브로 한 등. 여행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화려하다

매년 정월 보름이면 타이완은 형형색색의 등불로 옷을 갈아입는다. 거리에는 가지각색 등불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넘치고 두 손 꼭 잡은 가족들 사이에는 따뜻함이 흐른다. 타이완에서 등불 축제는 중요한 이벤트다. 정월 보름날 등을 켜지 않으면 운이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을 정도다.

올해의 주등인 ‘풍요의 다랑어’, 3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올해의 주등인 ‘풍요의 다랑어’, 3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핑동의 특산물을 표현한 주등, 풍요의 다랑어

까만 밤을 밝히는 등불은 희망을 뜻한다.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는, 희망과 기원의 마음이 한데 담긴 등. 매년 정월 대보름, 타이완 등불 축제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타이완 등불 축제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축제다. 올해로 무려 30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19 타이완 등불 축제의 메인 행사는 가오슝의 남부, 핑동(屏東)현에서 열렸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6.5배에 달하는, 약 38헥타르 공간에 수천 개의 등불이 밤을 환하게 밝혔다. 

밤이 되면 낮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밤이 되면 낮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등불 축제 전야제가 열린 2월18일 저녁, 반맹안 핑동 현장이 버튼을 누르자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던 16m 높이 주등에서 불이 번쩍 들어왔다. 올해 등불 축제의 주등은 ‘풍요의 다랑어’였다. 바다 위에 설치된 거대한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360도 천천히 돌며 현란한 색을 내뿜었다. 주변에는 여러 줄기의 레이저가 물결처럼 흘렀다. 등불 축제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온 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환상적인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사람들의 환호에 답이라도 하듯, 행사장에 음악이 울려 퍼지며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풍요의 다랑어’ 뒤로 화려한 불꽃이 펑펑 터졌다. 불꽃놀이는 관광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각양각색의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하트가 담겼다. 일제히 핸드폰을 하늘로 치켜들고, 잊지 못할 순간을 담았다.

2019 타이완 등불축제의 부등인 ‘남부의 풍작’
2019 타이완 등불축제의 부등인 ‘남부의 풍작’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남부의 풍작


정월 대보름의 음력, 2월19일부터 3월3일까지 열린 2019 타이완 등불 축제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해 혁신과 새로운 스타일로 채워졌다. 12간지 동물 띠를 주등으로 디자인하던 이전 축제와 달리, 올해는 주등 소재로 핑동의 특산물인 ‘흑참치’를 내세웠다. 타이완 현지인들에게 핑동은 ‘싱싱하고 맛있는 흑참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흑참치는 핑동의 대표 아이콘이다. 주등뿐만 아니라 바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등과 핑동 지역의 문화, 지역 풍습을 나타내는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풍요의 다랑어’가 핑동의 주요 산업인 어업을 나타낸다면, ‘남부의 풍작’ 부등은 핑동의 농경문화를 담았다. 토지를 다스리는 재물신인 토지공이 인자하게 웃고 있는 등으로, 토지공은 ‘루이’를 들고 있다. 루이는 타이완의 전통공예품으로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사진은 노동자를 상징하는 조형물
바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사진은 노동자를 상징하는 조형물

●다채로운 예술 등에 눈이 번쩍


이번 등불 축제는 전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한 등불을 볼 수 있었다. 눈길을 끈 작품 중 하나는 이민자들의 조화를 담은 ‘우리는 하나’라는 작품으로, 예술가 ‘왕원즈’가 30만개의 조개껍질로 만들었다. 등의 재료가 된 조개껍질은 바다와 생명을 나타내고, 30만개 조개껍질은 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 요소를 표현했다. 핑동은 역사적으로 이민자가 많은 지역으로,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크고 작은 조개껍질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여신의 모습이다. 보라색 빛이 등을 밝혀 더욱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해저 세계 등불 구역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60여 마리의 물고기를 이어 만든 전시구역으로, 시각적인 향연을 펼쳐냈다. ‘부귀영화의 길조’ 터널은 해파리를 형상화해 만들었으며, ‘춤추는 가자미’라는 등은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예술 등불 전시구역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핑동 지역 문화 특색과 패턴, 색을 이용한 작품으로, 패셔너블한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타이완 하카족의 전통을 모티브로 한 ‘리우두이 포성’은 중국식 빨간 등에 하카족의 패턴을 새겨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형형색색 다양한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형형색색 다양한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19년 사랑스러운 돼지 등이 만든 동화 나라


‘돼지의 해’인 만큼 돼지를 소재로 만든 등도 넘쳤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등은 ‘평안의 돼지’라는 부등으로, 핑동 지역에서 평안을 기원하는 ‘펑주예’를 표현했다. 똘망한 눈과 입술 밖으로 드러난 이, 살짝 올려보는 자세로 다펑완 국가풍경구역 관리처 앞 잔디밭에 앉아 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평안의 돼지 옆에는 돼지의 귀여운 이미지를 활용한 다양한 조형물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등불 전시구역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가장 다양한 등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등불 대회 구역으로 전국 각지에서 출품한 등 수천 점이 전시되었다. 중국을 상징하는 경극 인형을 등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스파이더맨과 헬로키티, 도라에몽 등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도 등으로 변신했다. 등불 페스티벌에 출품된 아이디어가 뛰어난 등부터 전문가의 솜씨가 녹아 들어간 고풍스러운 등까지, 낮과 다른 동화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행운 한 마리 몰고 가세요”, 평안 돼지

‘황금돼지의 해’를 기념해, ‘평안 돼지’라는 이름의 미니 초롱 등이 등장했다. 귀여운 코, 커다란 눈과 귀를 가진 평안 돼지는 얼굴과 몸에 알록달록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 문양은 부를 상징하는 박쥐와 봄을 나타내는 모란, 재물 운을 상징하는 매듭 쌍전결 등으로 다채로운 타이완 전통문화를 보여 준다. 저금통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 매일 선착순 한정으로 무료 제공했다.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