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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설희의 GO BACK] 자유로 너머의 작은방

  • Editor. 최설희
  • 입력 2019.05.01 15:42
  • 수정 2019.06.0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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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소리와 그 소리의 여백이 카메라타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내 머릿속 긴장감은 이내 사라진다.

카메라타 뒤편에 전시된 전기숙 작가의 작품
카메라타 뒤편에 전시된 전기숙 작가의 작품 ©황우섭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나운서 황인용. 이제 여든이 된 그는 방송국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가 고향 파주 헤이리에 카메라타를 연 건 2004년 무렵.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 문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공수해 온 1930년대 고가 음향장비와 2만장의 LP판을 소장한 음악감상실이 15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감사하다. 


카메라타로 들어서는 순간, 기둥 하나 없이 시원하게 뻥 뚫린 내부 공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벽은 차가운 질감의 콘크리트지만 천장의 주요 부분은 나무로, 양쪽 끝은 빛이 잘 들어오는 통유리로 마감했다. 


막귀인 나도 이날만큼은 음악 애호가가 된 것처럼 음악과 성능 좋은 스피커에 한껏 집중해 보았다. 청각에만 오롯이 내 감각을 집중해 보는 흔치 않은 시간.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둔탁한 선율이 카메라타의 공간을 꽉 채웠다. 

DJ 황인용의 작업실
DJ 황인용의 작업실 ©최설희

30년간 수집해 온 LP판, 진공관, 여러 대의 턴테이블 그리고 그가 방송하고 책을 읽는 책상이 있는 공간에 잠시 들어가 보았다. 허락을 받고 들어갔음에도 그가 쌓아 온 내공이 켜켜이 쌓인 소중한 공간에 혹여 폐를 끼칠까 싶어 숨을 죽이고 이 공간 속 진귀한 모습들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또한 카메라타의 콘크리트 벽 ‘카메라타 더 월’에는 늘 전시가 진행 중인데 현재는 고낙범 작가의 상설 전시와 전기숙 작가의 기획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었다. 녹색, 파랑, 노랑 등 단색조로 표현된 고낙범 작가의 거대 인물화와 하나의 이미지를 곤충의 눈으로 본 것처럼 분할한 뒤 반복된 패턴으로 표현한 전기숙 작가의 작품이 묘하게 어우러져 카메라타의 분위기를 색다르게 연출하고 있었다.    


카메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 혹은 ‘동호인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소모임을 칭하기도 했다고. 주말에는 카메라타의 뜻에 더욱 충실한 기획 프로그램들을 선사한다. 토요일 저녁에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공연이, 일요일 오후에는 다양한 주제로 전곡 감상 시간을 갖는다. 진행과 해설 모두 DJ 황인용이 맡는다. 특히 일요일 오후에 열리는 음악 감상회는 인스타라이브로도 방송된다.

고낙범 작가의 원색 인물화기 돋보이는 카메라타 전경
고낙범 작가의 원색 인물화기 돋보이는 카메라타 전경 ©황우섭

음악 감상을 하며 차 한 잔 할 수 있고, 미술 작품 감상과 연주회까지, 이 정도면 카메라타는 뮤직 스페이스라는 타이틀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카메라타에서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었다. 자유로를 달리며 미세한 첼로 소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내 마음 속 섬세한 감정세포들이 다시금 되살아나며 한껏 행복해졌다. 

 

황인용의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3
전화: 031 957 3369
영업시간: 11:00~22:00(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1만원, 초·중·고생 5,000원,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음료 한 잔과 머핀 제공)
*주말 기획 프로그램은 블로그 참조

*최설희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소소한 여행지에서도 얼마든지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여행자다. 홍보 관련 일을 하다가, 남편의 발령으로 4년간 싱가포르에 머물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 싱가포르>를 펴냈다.
 

글 최설희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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