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어쩌다 남영동에 닿은 날
[CAFE] 어쩌다 남영동에 닿은 날
  • 김예지 기자
  • 승인 2019.05.0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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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었는데도 
유독 허기가 지던 오후.
카페에서는 단내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였다. 

오늘은 남영동
남영동에 간다 하니 굴다리 밑 곱창집와 열정도 얘기를 먼저 들었다. 끌리지만, 행선지는 아니다. 숨은 뒷골목을 찾았다. 숙대입구역 4번과 5번 출구 사이를 파고들어 어느 낯선 길목에 들어섰다. 모르긴 몰라도 예삿길이 아니라 확신케 한 건 ‘스테이크’라고 정직하게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었다. 용산 미군기지와 역사를 같이한 노포 중 노포들이라는 건 나중에야 안 사실이고. 당장은 뭐라도 채워야 했던,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그런 날이었다. 스테이크집 대신 카페를 찾은 것은 일말의 죄책감 때문이라 해 두고, 메뉴판에서 가장 고칼로리의 커피를 주문했다. 

●칼로리부터가 그래  
무자비 MUJABEE

가기 전부터 의문이 무성했던 이름은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서야 감이 왔다. 참으로 무자비했다. 우유에 크림에 초코시럽에 코코아파우더까지 잔이 넘치도록 올린 ‘무자비라떼’는 이른바 ‘더티커피(Dirty Coffee)’, 더럽고 무심할수록 인정받는 장르다. 커피가 먼저, 카페는 나중이 된 케이스다. 가게 오픈을 앞두고 한창 더티커피에 꽂혔던 주인장은 대표메뉴인 무자비라떼부터 만들고 나서 카페 이름도 그냥 무자비로 하기로 했다고.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무자비라떼의 맛은? 맛없을라야 맛없을 수가 없는 맛이다. 인테리어는 ‘클린’하고 모던하다. 나무 천장이 도드라진 오랜 주택을 개조한 공간에 그윽한 오렌지 조명을 깔았다. 베이지와 화이트 톤의 리넨 커튼과 점점이 식물로 포인트를 더한 건 순전히 그의 취향일까.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수 블락비(Block B)의 비범이 운영하는 카페다.

▼Editor’s TIP

커피가 아닌 메뉴 중에선 아이스 말차라떼 추천. 초록 시럽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양이 움직이는 추상화 같다. 40년간 한 자리를 지켰다는 ‘은성 스테이크전문점’이 바로 옆에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남영동 40-3
운영시간: 화~일요일 12:00~00:00(월요일 휴무)
전화: 010 9248 7023

 

●사소한 감동들  
데이원커피바 DAY ONE COFFEE BAR 

별것 아닌 것이 별것처럼 느껴진다.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 난간을 타고 들어오는 빗살무늬 빛 같은 것들. 꾸민 게 있다면 봄 감성 짙은 선곡 정도랄까. 애써 치장하지 않아도 데이원커피바가 화사한 이유는 요즘 말로 진정 ‘햇살맛집’이기 때문이다. 비록 시그니처 메뉴의 이름은 ‘미드나잇’일지라도. 봉긋하게 올라온 거품이 핵심인 크림라떼의 풍성함을 제대로 느끼려면 아이스보다는 따뜻한 밤(night)을 추천한다. 카페도 카페지만 남영동에 대한 주인장의 애정이 각별하다. 직접 제작해 입었다는 그녀의 티셔츠에는 뉴욕이 아니라 남영을 뜻하는 ‘NY’가 박혀 있다.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이 골목이 아주 상업적이지 않아서 좋다는 주인장은 단골들을 위해 매일 다른 베이커리를 굽는다. 심심한 듯 새콤한 레몬 히비스커스 아이스티와 곁들이면 딱 좋을 달기다.

▼Editor’s TIP

몇 안 되는 1층 야외 자리를 선점해 잠깐이마나 광합성을 즐길 것. 2층 화장실 옆에 뚫린 창문으로는 남산타워가 빼꼼 보인다.

주소: 서울 용산구 남영동 98-5
운영시간: 월~금요일 12:00~21:00, 주말 12:00~20:00
전화: 02 749 4688

●좀 느릿하면 어때  
라르고 LARGO 

공간이 잘 빠졌다. 위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끔 층간이 트인 구조라 2개의 층이 마치 하나처럼 느껴진다. 1층에는 바(bar) 형태의 키친으로, 2층은 온전히 휴식 공간으로 채우고 벽 곳곳에 크고 작은 창문을 내 갑갑함을 피했다. 메뉴는 어디까지나 ‘라르고(음악에서 느린 템포를 의미한다)’로. 인위적인 설탕이나 시럽 없이 사과, 파인애플, 샐러리, 비트 등 자연적인 재료로만 100% 착즙주스를 만든다. 스페셜티 커피*로 내린 라떼에 애플민트 잎을 띄운 ‘민트커피’도 라르고가 자랑하는 메뉴다. 콘셉트며 음료며, 뭐 하나 튀지 않아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을 곳이랄까. 창문 너머 만발했던 벚꽃은 이제 없겠지만 유독 폭신했던 소파의 촉감은 엉덩이에 여전하다. 
 
*스페셜티 커피│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에 주어지는 등급.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이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한다.

▼Editor’s TIP
주위 직장인들로 붐비는 평일 점심시간대는 피할 것. 비 오는 날이라면 2층 통창문 바(bar) 자리가 오래 머물기에 좋겠다.


주소: 서울 용산구 남영동 89-1
운영시간: 월~금요일 08:00~22:00(토~일요일 휴무)
전화: 02 794 8855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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