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CRAFT] 인생은 타이밍! 747은 되고 A380은 안 되는 이유
[AIRCRAFT] 인생은 타이밍! 747은 되고 A380은 안 되는 이유
  • 유호상
  • 승인 2019.05.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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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하자 점보(Jumbo)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날쌘 비행기에게 코끼리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라니. 보잉사는 씁쓸해 했다고 전해진다. 반세기 전 세상 사람들을 열광시킨 거대한 여객기, 보잉의 747 얘기다. 올해로 첫 비행 50주년을 맞는 747의 탄생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위키피디아

●‘땜빵’으로 태어난 비행기

걸출한 히트작 점보 747은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제품이 아니었다. 1960년대 베트남전을 경험한 미 국방부에서는 초대형 전략수송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잉사와 록히드사가 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 경쟁에 모든 아이디어와 힘을 쏟아 부은 보잉은 내심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군용기의 명문이라는 록히드의 벽을 뛰어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록히드는 보잉을 가볍게 제치고 입찰을 따낸다. 눈앞이 캄캄해진 보잉, 기껏 만들어 놓은 초대형 수송기는 어쩔 것인가. 군용기 입찰에 실패했으니 민간 화물기로라도 팔아야 할 절박한 처지였다. 


이 무렵 최첨단 초음속 여객기까지 세상에 등장했다. 유럽은 콩코드를, 소련도 비슷한 시기 Tu-144라는 초음속 여객기를 내놓는다. 경쟁이 극에 달하던 냉전시기였던지라 미국도 이에 질세라 보잉을 중심으로 초음속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한편 당시 미국 항공 시장을 주름잡던 팬암 항공사의 후안 트립 회장은 비행기에 대한 관심이 높기로 유명했다. 사실상 콩코드를 도입할 수 없었던 그는 하루 빨리 미국제 초음속 여객기가 출시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 한 회사나 한 나라에서 추진하기엔 기술적으로나 비용 면에서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였다. 미국에서의 개발은 한참 늦어져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업계를 리드하려는 팬암에게 초음속 여객기라는 상징성은 욕심이 나는 것이었지만, 수송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 그래서 그는 기다리는 동안 스피드가 아닌 물량에 승부를 걸었다. 막강한 수송력을 가진 747이라면 초음속기가 나올 때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후에 초음속기가 출시되면 그때까지 쓰던 747을 화물기로 전환하면 된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팬암과 보잉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합의를 이끌어 냈다. 


입찰에 떨어져 사장될 뻔했던 747은 이렇게 기사회생했다. 넓은 폭의 동체에 아래층은 화물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도록 기수 부분이 통째로 열린다. 이를 위해 조종석은 위층으로 올렸다. 초기에 조종사들은 높은 기수에서의 조종감을 익히기 위해 이층 트럭으로 훈련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747이 기본적으로 화물기의 사양을 갖게 된 사연이다. 이렇게 ‘땜빵’으로 데뷔했던 747에게는 천운도 따랐다. 미국이 초음속기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747 탄생의 일등공신 팬암 항공 ⓒ위키피디아
747 탄생의 일등공신 팬암 항공 ⓒ위키피디아

●저무는 대형기 시대

우여곡절 끝에 데뷔한 747은 단순히 성공의 수준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사실 세계 최대, 최고를 표방하는 ‘대작’들의 길은 대체로 순탄치 못하다. 세계 최대의 여객선 타이타닉이 그러했고 세계 최대의 비행선 힌덴부르크 역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747은 달랐다. 특히 747은 큰 업적이 있는데, 바로 항공여행 대중화의 물꼬를 튼 것이었다. 돈 많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항공 여행을 일반인들도 고속버스 타듯 만든 일등공신이다. 시장이 커지자 큰돈을 벌게 된 항공사도 행복해진 것은 물론이다. 명분이 아닌 실용성을 갖춘 대작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반세기를 주름잡던 대스타였던 747도 이제는 떠오르는 아이돌 스타에게 자리를 내주는 노년의 배우 신세가 됐다. 최근 주요 항공사들은 마지막으로 운항을 마치는 747기 행사 소식을 전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안쓰러운 쪽은 은퇴하는 747보다 뒷북친 에어버스의 A380이다. 최근 에어버스는 피눈물을 흘리며 A380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한쪽은 반세기 동안 재차, 삼차 생산되어, 최대치의 효용을 뽐내고 가는 마당에 다른 쪽은 데뷔 10년 만에 단종이라니. 이제 3발 엔진의 DC-10, MD11부터 4발 엔진의 B747, A340이나 A380 같은 ‘우아한 백조’들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머지않아 엔진을 여러 개 단 이중통로기*를 타는 일은 인스타그램에 올려 자랑할 만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중통로기(Twin-isle aircraft )
비행기의 크기를 비교하는 표현이다. 말 그대로 기내에서 복도가 1줄인가 2줄인가를 지칭해 단일통로기(Single-isle aircraft) 혹은 이중통로기라 분류한다. 당연히 2줄 비행기는 광폭 동체 비행기를 의미한다. 

747 점보기의 필살기 ‘화물 집어삼키기’ ⓒ위키피디아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데뷔하던 A380 ⓒ위키피디아
747 점보기의 필살기 ‘화물 집어삼키기’ ⓒ위키피디아
747 점보기의 필살기 ‘화물 집어삼키기’ ⓒ위키피디아

●인생은 타이밍

단명할 신세가 된 A380이 747에 비해 부족해서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기술적으로는 공학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능력자다. 불행은 그저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뿐이다. 굳이 분석하자면 747은 A380이 갖지 못한 ‘플랜 B’를 갖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승객들은 여전히 A380에 열광한다. 하지만 항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구입 가격은 물론 유지비, 자리 채우기 등 여러모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사들로부터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A380은 그 덩치를 활용해 화물기로라도 요긴하게 활용되면 좋으련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화물기로 쓰기에는 너무 고급스럽고 또 처음부터 화물기를 염두에 둔 기종이 아니라서 큰 비용을 들여 개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기종이 처한 대조적인 상황을 보면 묘하게 인간사와도 오버랩된다. 그렇다. 준비된 사람에게 인생은 타이밍이다. 성공한 사람이 항상 제일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 않던가. 그리고 또 하나, 우리에겐 늘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주문 취소로 공장에 보관 신세인 A380 ⓒ위키피디아
주문 취소로 공장에 보관 신세인 A380 ⓒ위키피디아

 

글 유호상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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