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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의 재발견

  • Editor. 이동미
  • 입력 2019.06.02 17:29
  • 수정 2019.06.0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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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를 타고 마나가하섬 쪽에서 바라본 사이판섬의 전경
헬기를 타고 마나가하섬 쪽에서 바라본 사이판섬의 전경

섬을 강타했던 태풍의 피해를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고 있는 사이판. 
섬 유일의 아트 축제와 로컬 맛집을 찾아다니는 동안 청정 여행지 이외의 또 다른 사이판의 매력을 발견했다.

카노아 리조트의 베어풋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풍경. 석양이 질 때 해변에서 전통 춤 공연을 볼 수 있다
카노아 리조트의 베어풋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풍경. 석양이 질 때 해변에서 전통 춤 공연을 볼 수 있다

●끊이지 않는 바다 예찬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라니!” 호텔 조식을 먹고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사이판에서 맞는 첫날 아침이었다. 선글라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눈부신 하늘과 새파란 남태평양 바다, 그 위에 하얀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떠 있는 구름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4월의 미세먼지를 뚫고 와서인지, 사이판의 하늘과 바다는 더욱 쾌청하게 느껴졌다. 


날씨와 풍경에 대한 감탄은 사이판에 있는 내내 이어졌다. 관광지와 역사적 장소가 모여 있는 사이판 북부로 먼저 차를 몰았다. 매독곶 남쪽 끝에 자리한 버드 아일랜드를 보기 위해 전망대에 섰을 때 굽이진 해안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떠 있는 버드 아일랜드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이 ‘새섬’으로 돌아오는 새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장관을 이룬다고 했다. 

자살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 ⓒ이동미
자살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 ⓒ이동미

자살절벽과 만세절벽에서도 ‘파란 바다와 하늘’에 대한 감탄사는 끊이지 않았다. 만세절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을 앞둔 일본군과 민간인 1,000여 명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던 곳이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뒤로한 채, 수평선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어느 곳을 가도, 파란색 천지였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을 찾아 요즘은 사람들이 북유럽으로 간다더니, 이렇게 가까운 동남아 거리에 청정 여행지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사이판이 이렇게 맑았나, 15년 전 기억을 뒤적였다. 


●같은 바람으로, 모두의 축제

사이판은 지난 10월 태풍 ‘위투(Yutu)’의 피해를 크게 봤다. 많은 집과 호텔이 부서졌고, 집터를 잃은 사람들이 본국으로 떠났다. 사이판 북부와 남부의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다닐 때는 태풍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연은 6개월 전의 상처를 잘 극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가라판 시내와 도로에는 아직도 복구하지 못한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었다. 유리창이 다 깨진 채 방치된 건물도 많았고, 여전히 텐트에서 사는 주민들도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은 ‘태풍 때문에’였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떠났고, 태풍 때문에 꽃도 피지 않았다. 

플레임트리 아트 페스티벌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마친 아이
플레임트리 아트 페스티벌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마친 아이

매년 4월에서 6월은 원래 사이판에 플레임트리(Flame Tree) 꽃이 만발하는 때다. 마리아나 제도 전역에 피는 꽃으로 만개한 모습이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다고 해서 ‘불꽃나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벚꽃축제처럼 사이판에서는 4월에 플레임트리 축제가 열린다. 사이판에서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한 아트 페스티벌이다. 그런데 올해는 태풍 때문에 꽃이 귀했다. 어디에서도 활짝 핀 불꽃나무를 보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다시 나무가 붉은 색을 토해 내려면 1~2년은 더 걸릴 거라고 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해변 쪽에서는 다양한 현지 먹거리를 즉석에서 그릴로 구워 준다 ⓒ이동미
페스티벌이 열리는 해변 쪽에서는 다양한 현지 먹거리를 즉석에서 그릴로 구워 준다 ⓒ이동미
일본 댄서 켄이치 에비나의 무대. 아메리카 갓 탤런트 8의 우승자다
일본 댄서 켄이치 에비나의 무대. 아메리카 갓 탤런트 8의 우승자다

그래도 축제는 열렸다. 지난 4월11~14일 사이판 시빅 센터 해변공원(Civic Center Beach Park)에서 38회째를 맞았다. 플레임트리 아트 페스티벌은 미크로네시아, 북마리아나의 차모로족, 캐롤리니언 등 여러 섬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아트 축제다.

올해는 태풍 이후 재건된 마리아나 지역사회를 기념하고자 한중일 연합 콘서트도 함께 열렸다. 한국에서는 슈퍼스타K 우승자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초대됐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축제 기간에는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쪽 해변가에는 푸드 존이, 왼쪽 편에는 지역 작가들의 부스 존이 설치됐다. 플루메리아 꽃과 나무로 만든 전통 수공예품과 액세서리, 사이판에서 인삼처럼 쓰이는 노니 제품, 카누 제작 시연을 하는 부스 등을 돌며 쇼핑도 하고, 지역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메인 공연이 있었던 밤에는 사이판 주민 대부분이 나온 것처럼 현지인들이 몰렸다. 축제 주최 측은 태풍의 여파로 부스 참여도 예년에 비해 적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부스도 110여 개를 넘겼다고 했다. 태풍 이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길 원하는 사이판 사람들의 희망과 노력이 모인 축제였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마나가하섬의 풍경
드론으로 내려다본 마나가하섬의 풍경

●뻔한 여행지는 없다

밤 늦게까지 축제를 즐기고 난 다음날은 마나가하섬에서 휴양의 시간을 보냈다.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서 물속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야자수 숲을 보면서 여유로이. 발리로, 다낭으로, 코사무이로도 다녀 봤지만, 이런 바다는 없었다. ‘흔한 여행지’라는 사이판의 편견을 깨기라도 하듯, 이곳 마나가하섬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사이판에서 배로 15분, 섬에 내리면 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한 물결과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바다색을 바라보다 보면 ‘이런 게 천국이지’ 하는 마음마저 든다. 


마나가하섬과 함께 사이판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헬기투어였다. 사진 한 번 잘 찍어 보겠다고 헬기 문짝까지 떼고 탔던 건 괜한 오기였다. 사방으로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경험이 15분 동안 이어졌지만 사이판섬을 남쪽에서 북쪽까지 훑고 마나가하섬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이 보석 같은 섬의 풍경에 비명이 나올 뻔했다. 파일럿의 급회전 운전 실력까지 더해져 짜릿하고 흥분되는 투어였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세상에 뻔한 여행지는 없다. 뻔하게 생각하는 마음만 있을 뿐. 눈부신 사이판이 말해 주고 있었다. 

 

AIRLINE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인천-사이판 구간을 거의 매일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저녁 8시15분 출발, 다음날 새벽 2시경 사이판에 도착한다. 제주항공이 유일하게 아침 9시30분 출발하는 주간 편을 운항하고 있다. 사이판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시내 주요 호텔까지는 10~15분 정도 걸린다.  

HOTEL
PIC 사이판 Pacific Islands Club 

사이판의 남단, 산안토니오에 위치한 휴양 리조트. 태풍 피해 이후 객실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숙박과 식사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를 제공해 가족이 가기 좋은 리조트로 유명하며 한국인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40여 가지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특히 워터파크를 휘감아 도는 유수풀과 스릴 만점의 워터슬라이드, 인공파도를 헤치며 서핑할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 돋보인다. 만 4세 이상 11세 이하 어린이가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키즈클럽도 가족 여행객에게는 최고의 서비스. 
주소: San Antonio Street, Afetna, Saipan
홈페이지: www.pic.co.kr/saipan
왓쓰리워즈: /// 감상적.원두.복학

 

취재협조 마리아나관광청 mymarianas.co.kr
글 이동미  사진 마리아나관광청, 이동미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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