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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특별한 캐나다

  • Editor. 이혜린
  • 입력 2019.06.03 09:10
  • 수정 2019.07.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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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못 가 본 사람은 있어도 캐나다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 나라가 전달해 주는 포용력은 대자연에도, 문화에도, 사람에도 녹아 있다
잊지 못할 감성여행의 스토리와 그 장소들을 여기에 담았다. 

CANADA on the TABLE

손고은  여행은 그녀의 일이며 취미다. 7년차에 접어든 여행 전문기자
전명진  포토그래퍼, 그리고 인기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김물길  세상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며 <아트로드>의 저자
태원준  여행작가, 베스트셀러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의 저자 


●처음 뵙겠습니다, 캐나다


[명진] 내가 세계일주를 할 때다. 아주 치열하게 남미를 여행하다가 캐나다로 처음 넘어갔을 때의 편안함은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특히 자연! 캐나다의 자연은 사람과 어우러지는 자연이랄까. 아주 정성스럽게 자연을 가꾸고 사람들은 스스로 그 안에 녹아 살아가고 있었다. 평온과 평화, 그 이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원준] 나는 ‘캐나다’ 하면 친절함과 광활함이라는 단어부터 떠오른다. ‘세상에 이런 자연도 있네’라며 놀랐던 기억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했던 기억이 강하다.
[고은] 공감. 캐나다 어딜 가나 환영 받는 기분이었다. 이런 여행지는 정말 흔치 않다. 캐나다로 여성들이 혼자 여행을 많이 간다고 하더라. 갑자기 나도 가고 싶다.
[물길] 아! 갑자기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다. 명진과 함께 알버타 주를 여행할 때였다. 자동차를 빌려서 알버타 곳곳을 여행했다. 쭉 돌아보고 있는데 누가 나무에서 사과를 따고 있더라. 궁금해서 옆을 서성거렸다. 알고 보니 지역뉴스를 촬영하고 있더라. 곰이 오기 전에 미리 사과를 따놔야 한다기에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촬영팀이 다가와서는 “어디서 왔니?”, “찍어도 되겠니?” 하고 물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인터뷰(?!)를 하고 나중에 귀국하고 보니 그게 진짜 지역뉴스에 떴더라.
[원준] 첫 캐나다 여행에서 이미 셀럽이 됐네. 아주 영광입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명진] 뭐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되지.ㅋㅋㅋ

●대자연의 광활함


[원준] 캐나다 자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로키가 떠오른다. ‘로키 마운티니어’라고, 철도 레일 위에서 로키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타 보는 게 꿈이다, 정말로.
[명진] 로키 마운티니어는 캐나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버킷리스트라고 들었다. 로키 마운티니어 외에도 캐나다 전역에 걸친 국영열차, ‘비아레일’도 있다. 길이도 무척 길고 종류도 다양해서 서부에서 동부를 가로지르는 전체 구간 중 선택해서 탈 수 있다. 오로라를 보러 갔던 겨울 캐나다에서 그 열차를 탄 적이 있다. 마치 설국열차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눈 덮인 산 사이를 천천히 지나갈 땐 천장이 유리 돔으로 된 칸에서 하늘과 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물길] 우와~ 가는 길이 거의 움직이는 영화관이었겠다. 진짜 예쁠 것 같아!
[명진] 정말 그랬다. 눈 쌓인 장면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보는 게 어찌나 멋지던지. 
[물길] 캐나다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여행기간을 길게 잡고 가야 하는 이유다. 
[원준] 이미 잘 알려진 곳도 직접 가서 보니 어마어마 하더라. 로키는 아직 못 가 봤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는 가 봤다. 한마디로 광활했다. 
[고은] 나이아가라! 나도 갔었다.
[원준] 세계 3대 폭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유가 있더라. 풍경 자체가 너무나 끝내주니 ‘지구의 명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통 다른 여행지 같은 경우 폭포 가까이 못 가는 게 일반적인데 나이아가라 폭포는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더 특별했다. 캐나다 쪽의 호스슈 폭포는 쏟아지는 물길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도 있도록 설계된 것이 독특했다.
[명진] 고은은 미국과 캐나다 쪽 둘 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나?
[고은] 캐나다 쪽으로만 다녀왔다. 미국쪽은 별로 안 예쁘다고 해서.
[ALL] ㅋㅋㅋ
[고은] 다만 겨울이라 물이 얼어 보트는 타지 못했다. 대신 폭포가 떨어지는 사이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폭포 동굴 안을 누볐다.
[원준] 나이아가라 폭포는 알록달록하게 조명이 켜지는 밤이 정말 멋있다. 바로 뒤에는 ‘스카이론 타워’라고, 올라가면 폭포가 쫙 펼쳐지는 전경을 볼 수 있는 이 타워도 꼭 가 볼 것.
[물길] 역시 여행작가는 다르다, 가이드북 읽어 주는 남자 같다. 나 지금 좀 영업당한 듯.ㅋㅋㅋ

●조금 특별한 기억


[명진] 캐나다 말고도 호주나 스위스처럼 ‘자연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캐나다는 좀 다르다고 느꼈다. 개발 혹은 보존, 하나의 방식에 치우치기보다는 인간이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여 준다고나 할까. 자연을 아끼면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참 매력적이었다.
[물길] 약 60개국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면서도 자연은 잘 그리지 않았다. 그걸 담아낼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캐나다를 여행할 때는 자연을 굉장히 많이 그렸다. 이걸 다 담아내지 못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던 풍경이었다. 캐나다는, 여행하는 화가로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곳이다. 
[원준] 치안이 정말 특별하다. 캐나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이 된 곳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뽑히고 있다. 밤에 다니기도 편하고, 경찰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혼자 여행하기도 좋다. 
[고은] 내 캐나다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동행인 때문이다. 잠시 뉴욕에서 머물 때 미국에 살던 이모할머니와 함께 캐나다를 여행했다.
[명진] 이동은 어떻게 했나?
[고은] 여행사 패키지로 다녀서 버스…. 되게 옛날 사람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다.
[ALL] ㅋㅋㅋㅋㅋ
[고은]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시니 패키지가 편했다. 이동도 이동이지만 하루에 한 끼는 한식을 주니 어른들께는 딱이더라.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그때 캐나다에서 먹었던 한식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얘기하신다.
[물길] 한식이 할머니를 버티게 했을지도!ㅋㅋㅋ
[원준] 캐나다 중에서도 토론토를 가장 오래, 깊이 여행했다. 토론토에서는 볼거리, 즐길 거리들이 시티 센터 쪽에 주로 몰려 있어서 뚜벅뚜벅 걸어 다니면서 곳곳을 훑어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걸어 다니며 구경했다. 물론 캐나다 전체는 워낙 넓으니 다른 도시로의 이동에서 항공, 기차나 버스는 필수지만.
[물길] 알버타에서 차를 렌트해 다녔다. 덕분에 가고 싶은 곳을 구석구석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야생동물을 보고 싶었는데 새벽에만 출몰한다는 얘길 듣고 꼭두새벽부터 나가서 돌아다녔던 기억이.ㅋㅋㅋ
[명진] 나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봤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아사바스카 글래셔’라고, 산 속에 있는 빙하지대인데 사람 키보다 큰 바퀴가 달린 설상차를 타고 들어갔었다. 깎아 지르는 절벽과 빙하 위를 걸어도 보고, 빙하 녹은 물을 마셔 보는 독특한 체험도 했다.

●먹고 사고 즐기고


[원준] 내가 먹어본 캐나다 브런치는 참 푸짐하더라. 가볍게 샌드위치나 샐러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스테이크에 감자가 듬뿍 곁들여 나왔다. 한국인 기준으로는 만찬 수준이었다.
[명진] 캐나다 스테이크, 정말 맛있다. 티본스테이크 사이즈는 내가 봤던 그 어떤 스테이크보다도 가장 컸다. 거기에 와인 한 잔이면 말할 게 없지.
[고은] 캐나다 아이스와인!
[명진] 맞다. 캐나다가 아이스와인 세계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고, 아이스와인뿐만 아니라 리슬링 같은 품종의 와인 생산량도 많다.
[원준] 캐나다 외식비가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가격대가 높긴 해도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명진] 마트에서도 가성비가 좋더라. 한 번은 마트에서 과일이랑 스시, 샌드위치를 사서 레이크 루이스로 간 적이 있다.
[물길] 호수 피크닉이었다. 지나가는 다른 여행자들이 이런 것들도 준비해 왔냐며, 너무 보기 좋다고 사진도 찍어 갔다.
[원준] 역시 이런 캐나다 셀럽들!ㅋㅋㅋ
[고은] 이민자가 많은 나라다 보니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몬트리올에서 유명한 스모크 미트가 기억에 남는다. 과거 유대인들로부터 내려온 음식인데, 훈제한 소고기를 슬라이스해서 빵 사이에 끼운 다음 머스타드 소스를 발라서 먹는다. 진짜 진짜 맛있다.
[명진] 갑자기 배가 고프네.
[고은] 이건 꼭! 맥주랑 먹어야 한다. 
[명진] 크~ 맥주 하니까 옐로나이프 생각난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에도 양조장이 있더라. 그 추위를 뚫고 맥주를 사러 갔던 열정이란.
[물길] ㅋㅋㅋ추울 땐 역시 시원한 맥주지. 이한치한.
[고은] 맥주를 좋아한다면 몬트리올을 추천한다. 포틀랜드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맥주 도시다. 크래프트 계열 양조장들도 많고, 캐나다에서도 가장 큰 맥주 축제도 몬트리올에서 열린다.
[물길] 다음번 캐나다에 가면 와인과 맥주를 사 와야겠다. 
[명진] 메이플 시럽도 꼭!
[물길] 그건 당연히 사는 거다.
[원준] 캐나다는 아이스하키로도 유명하다. 하키가 국가적 열렬한 사랑을 받는 곳은 전 세계에서 캐나다가 1위다. 하키 전당에 가서 저지와 아이스하키 공, 스틱을 사 왔다. 
[물길] 평소 추위를 잘 타서 양털 담요, 옷, 부츠 같은 것들을 사 왔는데 질이 좋더라.
[고은] 나는 역시나 아이스와인. 한국에서는 너무 비싼데, 현지에는 가격도 저렴하지만 종류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원준] 기승전와인.ㅋㅋㅋ
[물길] 캐리어를 하나 더 사서 거기에 담아 와야겠네!

 

●모자이크 캐나다


[원준] 캐나다는 작은 지구 같다고 해야 하나. 이민자들이 섞여 살아가는 만큼 캐나다의 문화는 복합적이다. 가는 도시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명진] 다양함은 창의성으로 이어진다. 알버타 주에 있는 스튜디오 벨(Studio Bell)에 갔을 때 음악과 소리만으로 각종 즐길 거리를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가 정말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문화를 잘 이어 붙여 콜라주를 만드는 느낌? 현대 문화면에서도 캐나다는 돋보인다.
[물길]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것, 그게 포인트다. 굳이 섞으려고 하지 않는다. 
[명진] 맞다. 캐나다는 각각의 매력을 서로 접착시켜 아름답게 만드는 모자이크 같은 문화다.
[고은] 퀘벡만 해도 그렇다. 캐나다 내에서 프랑스 문화가 자리를 잡은 지역이지만 한때 영국의 식민 지배 아래 한동안 프랑스에 관한 모든 것들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퀘벡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 주의 다양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국기가 아니라 주기들이 건물마다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준] 퀘벡 주만 프랑스어를 유일한 공식언어로 쓰는 주지만 캐나다 전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영어와 불어가 병기되어 있는 걸 봐도 캐나다는 소수를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다양성이 유지되는 원천이다.
[명진] 횡단보도마저! 캐나다 어떤 도시는 횡단보도 중 하나가 흰색이나 노란색이 아니라 무지개색이더라. 다양성의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ALL] ㅋㅋㅋㅋㅋ

 

●내겐 너무 특별한 캐나다


[원준] 새해 첫날 캐나다를, 생애 처음으로 방문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지 않나. 장엄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새해를 다짐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자연이 만든 웅장한 풍광에 작가로서 정말 많은 영감도 받았다.
[물길] 실제로 캐나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영감을 받은 작가들이 많다.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 곡도 마찬가지. 이렇게 아름다워서 그런 멜로디가 나왔구나, 싶다. 그는 레이크 루이스를 보며 곡을 썼다는데, 나는 그 곡을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백지에서 시작한 작업이 아니기에 깊이가 더해졌다. 레이크 루이스의 물을 살짝 떠, 그 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후에 정말 유키 구라모토를 만나게 되었다.
[ALL] 정말?
[물길]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공연장에서 그림을 그렸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뒤로 내가 그리는 모습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고 유키 구라모토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며 이 그림을 그렸다며. 정말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고은] 너무 부럽고 멋지다. 나에게 캐나다는 가족이 생각나는 도시다. 퀘벡 시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생폴이라는 예술가 마을이 하나 있다. 그곳은 어떤 한 예술가가 그 지역에 잠깐 왔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착해 많은 작품들을 그려 냈고, 점점 예술가의 마을로 발전하게 된 곳이다. 어떤 여행지를 갔을 때 살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개인적으로 내가 쓰는 최상의 표현이다. 정말 너무 살아 보고 싶었다. 이모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나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결국 너무 좋으면 생각나는 게 가족이더라.
[명진] 정말 동감한다. 캐나다에는 나의 여러 추억이 서려 있지만 그중 가장 생각나는 건 캐나다를 관통하는 비아레일을 어머니와 함께 탔던 순간이다. 밴쿠버에서 출발해 2박 3일을 내내 기차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갑자기 캐나다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문장이 생각났다.
[ALL] 무슨 멋진 말을 하려고 또.
[명진] 아프리카의 광활함, 일본의 깨끗함, 유럽의 여유로움. 이 모든 것을 갖춘 나라.

 

●캐나다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원준] 여행자 종합선물세트,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명진] 춤추는 빛의 커튼, 오로라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 스며든 인간의 모습이 마치 빛이 춤추듯 우아했다.
[물길] 따스한 보석, 아름답게 빛나지만 차갑지 않고 따뜻하기에.
[고은] 가족, 항상 보고 싶고 그립다. 물론 사랑스럽고. 

 

인터뷰 진행 강화송  정리 이혜린 인턴기자  여행기 정리 트래비  자료제공 캐나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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