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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콤한 마카오에서

  • Editor. 김정흠
  • 입력 2019.06.03 09:17
  • 수정 2019.06.0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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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마카오의 에펠탑은 화려하게 빛난다
매일 밤, 마카오의 에펠탑은 화려하게 빛난다

애초에 선언했다. 호텔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겠다고. 
체크아웃하는 순간에야 알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걸.

 

●반짝이던 그 밤

오후 내내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비에 마음이 몽글해지기는 했다만, 하필 마카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반겨 주다니.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셔틀버스 기사가 호텔 투숙객들을 맞이했다. 비를 맞을 필요는 없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단 10여 분. 창밖을 툭툭 건드리는 빗방울에 손가락을 스윽 갖다 대었다가, 머리 위를 이리저리 휘저어대는 잿빛 구름을 감상했다. 

우아함을 한껏 뽐내는 파리지앵 마카오의 폰텐 데 메르ⓒ김정흠
우아함을 한껏 뽐내는 파리지앵 마카오의 폰텐 데 메르 ⓒ김정흠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이었는지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 주변은 어둑했다. 아직 저녁이 되기 전인데도 거리는 쓸쓸함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사방을 겹겹이 감싸고 있는 고층빌딩이 빛을 쏘아 낼 법도 한데 말이다. 불과 작년, 마카오 여행에서 경험했던 그 화려함을 이곳 코타이 스트립에서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걸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호텔 로비로 들어서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등 뒤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가로등도, 새하얀 다리도, 각진 건물 외벽 사이사이에 뚫린 창문에서도 빛이 새어 나왔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 

컨시어지는 베르사유 궁전을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듯하다
컨시어지는 베르사유 궁전을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듯하다

분위기는 이내 프랑스로 변했다. 금빛 장식과 큼직한 계단, 잘 가꾸어진 화단과 이리저리 물줄기를 뿜어 대는 분수, 웅장하게 서 있는 에펠탑. 파리지앵 마카오에 온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었고, 한쪽에서는 웨딩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곳이 마카오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베네시안 마카오의 쇼핑 거리
베네시안 마카오의 쇼핑 거리

 

●파리를 거닐고 베네치아를 가르며


애초에 선언했다.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겠다고. 리조트 안에서만 보고, 느끼고, 즐길 거리만도 산더미인데 바깥 구경 같은 걸 할 시간이 있을 리가. 48시간의 ‘자발적 감금’은 체크인을 한 직후부터다. 그 장대한 도전의 시작은 역시 미식. ‘DYNASTY 8’이 첫 번째로 간택된 식당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을 대표하는 8개 왕조의 전통 음식들을 모티브로 하는 곳이다. 식탁은 당나라에서 송나라로, 청나라에서 한나라로, 중국 전역을 누비며 시간을 넘나들었다. 

중국 요리를 고급스럽게 해석한 ‘DYNASTY 8’ ⓟ김정흠
중국 요리를 고급스럽게 해석한 ‘DYNASTY 8’ ⓟ김정흠

식사를 마치고는 나들이에 나섰다. 나들이라고 해 봐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를 건너는 산책 정도지만. 창밖으로 에펠탑을 만나는 것은 파리 여행의 애피타이저였다. 체크인 로비는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도 중세 유럽의 작품이 걸려 있었고 베르사유 궁전, 왕의 접견실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다. 어마어마했다. 앵발리드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중앙 로비에서부터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를 재현한 거리가 파리지앵 마카오의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있었다. 


길은 자연스레 이탈리아로 이어졌다. 파리지앵 마카오 옆쪽에 자리한 베네시안 마카오. 화려한 파리에 비해 베네치아는 소소하면서도 감성이 그득했다. 운하를 따라 곤돌라가 오고 갔고, 곤돌리에는 낭랑한 목소리로 세레나데를 불렀다. 괜한 호기심이 동해 곤돌라에 몸을 맡겨 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곤돌리에가 미소를 건네며 누비는 베네시안 마카오의 운하는 베네치아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쇼핑몰을 걷던 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고 축제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곤돌라가 베네시안 마카오의 수로를 누빈다ⓟ김정흠
곤돌라가 베네시안 마카오의 수로를 누빈다ⓟ김정흠

산책의 끝은 쇼핑. 모든 브랜드를 한데 모아둔 듯한 쇼핑몰은 끝을 모르고 뻗어 나갔다. 마카오 최대 규모의 쇼핑몰의 위엄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호텔 직원의 당부가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 따윈 생각지 않고 자신 있게 쇼핑몰을 누볐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정표의 문구들은 익숙지 않은 단어로 가득했고, 결국 묻고 물어 돌아오는 수밖에. 그렇게 객실로 돌아오기까지는 무려 1시간이 걸렸다. ‘자타공인 인간 내비게이션’이라는 자만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 지금, 여기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마카오에서 만나는 유럽

마카오, 코타이 지역은 유럽을 빼다 닮은 듯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특히 샌즈 리조트 마카오가 만들어 가고 있는 코타이 스트립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그리고 곧 탄생할 영국 런던까지 이어지는 유럽 감성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Venice
베네시안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의 랜드마크, 베네시안 마카오는 2007년 개장해 10년 이상 사랑받고 있는 마카오의 대표적인 리조트다. 규모부터 남다르다. 3,000개의 객실을 모두 스위트룸으로 꾸며 손님을 맞이한다. 인테리어는 베네치아 그 자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베네치아의 대운하를 옮겨다 놓은 듯한 그랜드 캐널 쇼핑몰에서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등지에서 유명한 세계적인 부티크를 포함해 약 350여 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 구석구석 자리한 30여 개의 레스토랑은 하나같이 수준급의 요리를 선보이니 기대해도 좋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1개를 합친 규모의 야외 라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니 골프장 등 각종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주소: Estrada da Baia de N. Senhora da Esperanca, s/n Taipa, Macao SAR
홈페이지: www.venetianmacao.com  
전화: +853 2882 8888

Paris
파리지앵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손꼽히는 리조트다. 굳이 숙박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 일등 공신은 당연하게도 에펠탑. 실제 프랑스 파리에 우뚝 솟은 에펠탑을 1/2 크기로 섬세하게 재현했다. 베르사유 궁전과 오페라 가르니에, 앵발리드 등 파리의 여러 장소에서 모티브를 딴 공간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중심에는 콩코르드 광장의 상징인 폰텐 데 메르(Fontaine des Mers)가 파리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네시안 마카오, 코타이 센트럴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150여 개의 쇼핑 매장, 20여 개의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모인 쇼핑몰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 시설인 큐브 킹덤, 워터 슬라이드가 설치된 야외 수영장 등도 파리지앵 마카오에서의 경험을 더욱 즐겁게 해 주는 요소들이다. 

주소: Estrada do Istmo, Lote 3, Cotai Strip, Macao SAR, P.R. China  
홈페이지: www.parisianmacao.com  
전화: +853 2882 8833

London
런더너 마카오

베네시안 마카오, 파리지앵 마카오에 이어 런더너 마카오가 찾아온다.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영감을 얻은 외관, 96m 높이의 엘리자베스 타워가 새로운 랜드마크로 들어선다. 영국의 펍 문화, 2층 버스, 근위병 등등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것들도 만나 볼 수 있다. 기존 샌즈 코타이 센트럴의 호텔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런더너 마카오는 전 객실을 럭셔리 스위트룸으로 꾸미는 런더너 호텔을 시작으로 세인트 레지스, 콘래드, 쉐라톤 그랜드 등 총 6,000여 개 이상의 객실을 갖출 예정이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이밍 시설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물론 영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개스트로 펍도 선보인다고. 개장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주소: The Londoner Macao Estrada do Istmo. s/n, Cotai, Macao SAR, P.R. China
홈페이지: www.londonermacao.com  
전화: +853 2886 6888


글·사진 김정흠, 샌즈 리조트 마카오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샌즈 리조트 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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