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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매력을 찾아, 돗토리현

  • Editor. 김진
  • 입력 2019.06.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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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사 온천마을,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산책하고 온천으로 쏙 들어가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젖었다
미사사 온천마을,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산책하고 온천으로 쏙 들어가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젖었다

사구, 만화 박물관, 온천, 공방 체험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크고 작은 매력으로 가득한 돗토리현, 
오감이 즐겁다. 


●코난을 찾아라

코난로드는 코난역으로 불리는 JR유라역에서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코난박물관)까지 직선으로 쭉 뻗은 1.4km 구간이다.  코난 그림이 가득한 역을 나오면 대형 코난 동상이 삼거리에 떡 하니 서 있다. 코난대교로 불리는 다리 난간에도 코난이 있고, 공중화장실 표지판도 코난이다. 거리에는 코난 그림이 새겨진 돌 액자가 무려 28개나 있다. 버스정류장에는 코난의 등장인물, 명탐정 ‘유명한’이 벤치에 앉아 잠들어 있고 가로등에는 스케이트 보드를 탄 코난이 하늘을 날고 있다. 돋보기로 관찰하는 코난, 손목시계를 보는 코난, 수박을 먹는 코난, 미란이와 손을 잡은 코난 등, 온 세상이 전부 코난이다. 맨홀 뚜껑에 그려진 마라토너 코난도 빠질 수 없다. 돗토리현의 특산품인 참마, 수박과 함께 뛰고 있다. 호쿠에이초에서 여름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다. 당도가 높은 초대형 수박과 호쿠에이초에서 자라는 참마는 마라톤 완주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코난 마을에 왔을 뿐인데 돗토리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챈 기분이 든다.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의 외관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의 외관
코난역 삼거리에 동상으로 서 있는 명탐정 코난
코난역 삼거리에 동상으로 서 있는 명탐정 코난

이미 코난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단다. 코난 박물관에 들어서니 거의 코난에게 세뇌가 되었다.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는 만화가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브라운 박사가 만든 발명품인 ‘음성변조 나비넥타이’를 써보거나 터보 엔진이 장착된 스케이트 보드를 타 볼 수도 있다.

맨홀 뚜껑에도 코난이 있다
맨홀 뚜껑에도 코난이 있다
거리 곳곳에 코난 그림이 있다
거리 곳곳에 코난 그림이 있다

코난 마을에 위치한 ‘코난의 집 베이카 상점가’도 매력적이다. 빵집과 레스토랑은 만화에 등장하는 메뉴를 재현해 놓아서 덕후들의 마음을 홀린다. 제철 과일과 돗토리 우유로 만든 젤라토는 빨간색과 흰색이 반반씩 섞여 나오는데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 신이치를 어린아이로 만든 알약인 ‘아포톡신’을 재현해 낸 것이다. 코난 마을에서는 모든것이 코난과 관련 있으니 숨은 그림을 찾듯 코난 마을을 산책해보자.  

코난캐릭터 ⓒGOSYO AOYAMA/SHOGAKUKAN
 

●중동인 듯 일본인 듯, 돗토리 사구

 

돗토리현에서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돗토리 사구다. 사막이라도 온 듯 이국적인 풍경은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통은 ‘우마노세(말의 등)’라고 불리는 사구의 일부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돗토리 사구는 ‘산인 해안도로’를 따라 16km나 뻗어 있어 하나의 지역을 이룬다. 

돗토리 사구는 높고 웅장하다
돗토리 사구는 높고 웅장하다

돗토리현은 독도와 가까우니 저 파도는 독도의 어느 기암괴석을 치고 돌아왔을 것이다. 문득 돗토리현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뒷동산 같은 모래언덕을 넘으면 발아래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탁 트인 경치에 빨려들었다. 아기자기한 여행을 기대했던 마음에 반전 매력을 줬다고나 할까. 


언덕 아래엔 오아시스 같은 작은 호수도 있어서 마치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낙타도 있다,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즐길 거리도 많다. 샌드보드나 패러글라이딩 등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액티비티부터 정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선라이즈 요가나 선셋 요가까지 다양하다. 


“돗토리 사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석양이 넘어갈 때부터 밤까지입니다.” 돗토리현 담당자, 레이가 말했다. “바다에서는 오징어 배의 등불이, 하늘에서는 별들이 반짝이거든요.” 나도 모르게 사구의 밤을 상상하며 다음 돗토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정겨운 시골의 멋과 맛, 이와이 가마

돗토리현은 도자기로도 유명하다. 그 명성은 우연히도 스타벅스에서 발견했다. 돗토리 사구와 푸른 바다를 새겨 놓은 것만 같은 도자기 머그잔이 눈에 띄었다. 5만원이 넘었지만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특별하니까. 공장에서 찍어 낸 일반적인 시티 머그잔과는 완전히 다른, 핸드메이드 도자기라 맘에 들었다. 

이와이 가마의 정갈하고 소박한 식사
이와이 가마의 정갈하고 소박한 식사

돗토리시 바로 옆 ‘이와미군(岩美郡)’에는 50년 넘게 도자기를 만들어 온 ‘이와이 가마(岩井窯)’가 위치한다. 이와이 가마가 얼마나 유명한지 물었더니, ‘산인 관광열차의 세면대도 이와이 가마의 작품’이라고 답했다. 돗토리현의 민예품 중 상징성이 높다는 뜻이다. 


입구에서 아키타견, ‘하나(はな)’가 꼬리를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하나는 ‘이와이 가마’의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투박하고 묵직한 뚝배기에 담긴 ‘유바조스이(ゆば雑炊)’에는 건강을 고려한 주인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걸쭉한 영양죽 같다. 돗토리 바다에서 나는 해초인 ‘모즈쿠’와, 두유와 콩가루를 끓일 때 생기는 얇은 껍질을 말린 식자재인 ‘유바’를 아낌없이 넣었다. 바다와 흙의 단백질이 한군데 어우러진, 100% 돗토리 향토음식이다. 담백한 맛이 수수한 도자기와 닮았다. 아틀리에에는 다양한 도자기 컬렉션이 있어서 기념품을 살 수도 있다. 


●소의 역사, 다이센산

‘다이센산’은 후지산, 야리가타케산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산에 꼽힌다. 메이지 시대까지 산악 불교의 신성한 장소로 여겨 입산이 금지된 곳이었다. 성지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돗토리현의 유제품과 규코츠 라멘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이센산의 영험한 기운은 다이센사에서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다이센산의 영험한 기운은 다이센사에서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다이센산은 우마(牛馬) 시장으로 역사가 깊다. 메이지 시대에는 연간 1만 마리 이상이 거래되는 일본 최대의 우마 시장이었단다. 푸른 초원에는 여전히 소와 말을 방목해 키운다. 산지의 녹초를 먹고 자란 소의 젖은 돗토리현 특산품인 고급 유제품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프리미엄 푸드 코너에서도 소량 판매할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특히 여름이면 다이센 목장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다이센 목장 우유 마을에서는 젖 짜기 체험, 버터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소와 역사가 깊은 만큼 다이센산에는 소와 관련된 상징물이 많다
소와 역사가 깊은 만큼 다이센산에는 소와 관련된 상징물이 많다

다이센산의 최고봉인 미센(弥山)의 해발고도는 1,709m로 주고쿠(中国)지역에서 가장 높다. 인공 레포츠 시설이랄 것이 별로 없는 돗토리현에서 다이센 스키장은 현지인들에게 인기 만점.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골프 코스도 있다. 너도밤나무 숲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산책이나 등산을 즐겨도 되고, 여름에는 잔잔한 호수에서 카누에 몸을 싣고 신선처럼 둥둥 떠다니기만 해도 좋다.  

다이센 지역은 물도, 공기도, 하늘도, 둘러싼 모든 것이 맑다
다이센 지역은 물도, 공기도, 하늘도, 둘러싼 모든 것이 맑다

●휴식이 필요해, 다이센 레이크 호텔


호텔의 마스코트인 그레이트 피레니즈, ‘가이나’가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다이센 레이크 호텔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스위스 샬레(산장)풍의 호텔은 36개 객실이 모두 맑고 투명한 호수와 산을 바라본다. 제철 채소와 돗토리 유제품, 소고기가 나오는 프렌치 코스는 마치 유럽에 온 듯하다. 서비스와 맛, 룸 컨디션이 모두 우수하다. 모든 룸에 안마의자가 설치돼 있다. 아담한 ‘다이센 캬라 온천’은 나트륨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에 좋다. 
홈페이지: daisen.com


●돗토리현의 감동이 프레임 안에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

요나고에서 다이센산으로 오르는 중간,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 거대한 빙하처럼 보이기도 하는 미술관은 다이센산을 바라보고 서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한곳에서 예술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도 매번 새로움을 찍어야 하는 사진을. 사카이미나토 출신의 ‘우에다 쇼지’는 죽을 때까지 돗토리현에서 활동했다. 물론 전시실에 들어가 보면 해외여행 중 남긴 작품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주로 돗토리 사구를 비롯해 돗토리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남겼다. 

우에다 쇼지의 작품
우에다 쇼지의 작품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의 포토존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의 포토존

피사체를 마치 오브제처럼 배치한 사진은 ‘우에다 풍(Ueda Cho)’이라는 사진 연출법을 남겼다. 짧은 단발의 소녀들이 무심히 서 있는 흑백 사진은 몽환적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쩐지 아련한 그리움이 전해졌다.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이센산이 보이는 큰 창은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우에다 쇼지의 피사체가 된 것처럼 동그란 모자 아래서 개성 있는 포즈로 사진을 남겨 보자. 미술관 투어의 마침표다.  


●마음을 내려놓다, 미사사 온천 마을 

일본 여행에서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미사사’는 온천이 발견된 지 무려 85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온천 마을이다. 미토쿠강을 따라 고풍스러운 료칸이 이어져 있다. 미사사(三朝)라는 말은 ‘이곳에서 아침을 세 번 맞이하면 병이 낫는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온천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뜻일 터. 산과 강, 온천만 있는 산중 마을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느긋한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오래된 상점가는 드라마 세트장을 닮았고, 검은 기와를 얹은 료칸 거리에선 메이지 시대가 떠오른다. 뜨끈한 온천수에서 유유자적하다 보면 여행이 감격스럽기도 하다. 류머티즘, 신경통, 동맥경화, 당뇨병, 통풍에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매일 하지 않고서야 효과를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여행자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피로 해소와 숙면이다. 사각거리는 이불에 들어가자마자 아침이 밝았다. 료칸의 아침은 가벼워서 총총 걷게 된다.   

미사사온천 마을엔 강을 따라 오래된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다
미사사온천 마을엔 강을 따라 오래된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다

미사사 다리 아래 하천가에 있는 ‘가와라부로 노천탕’은 재밌다. 커다란 바위를 동그랗게 쌓아 야외 온천탕을 만들었다. 얼기설기 나무를 엮어 세워 놓은 곳은 탈의실이다. 무료 혼욕 온천탕이니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주로 마을의 할아버지들이 목욕을 즐긴다. 
홈페이지: spa-misasa.jp/kor 


●작은 교토, 시라카베도조군

돗토리현에서 가장 전통적인 지역이라면 ‘구라요시시(倉吉市)’를 꼽는다.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蔵群)의 아카가와라 마을은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지어진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어 일본의 정취가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작은 교토 같다. 정겨운 마을에선 자전거 페달 소리와 졸졸졸, 물소리만 이따금 들렸다. 

시간이 멈춘 듯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시라카베도조군 거리
시간이 멈춘 듯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시라카베도조군 거리
전통인형 하코타 인형 만들기 체험
전통인형 하코타 인형 만들기 체험

회반죽을 바른 흰 벽에 검게 그을린 삼나무 판자를 덧대고 빨간 지붕을 얹은, 최소한 100년도 넘은 건물들이 작은 개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예로부터 양조장으로 쓰였던 건물은 지금 찻집이나 갤러리, 수공예품 상점 등으로 변했다. 마을엔 연 공방, 도자기 공방 등 다양한 체험 공방이 많은데, 그중에서 하코타 인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얼굴이 없는 인형에 눈, 코, 입만 그려 넣기만 하면 되지만, 실처럼 얇은 붓으로 그리려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손 떨림을 극복하고 나서야 귀여운 얼굴 완성. 생각보다 뿌듯하고 재미있다.  

 

▶travel  info


돗토리현 
돗토리현은 서쪽으로는 시마네현, 동쪽으로 효고현, 남쪽으로 오카야마현과 맞닿아 있다. 주고쿠 지방 북동부, 동해를 끼고 동서 120km, 남북 20~50km의 좁고 긴 지형을 이루고 있다. 돗토리현에는 4개의 시가 있는데 항구도시인 사카이미나토, 공항이 있는 요나고, 중부의 구라요시, 현청 소재지인 돗토리다. 태평양에 맞닿은 지역이 발달하는 일본 경제 특성상 돗토리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다. 90년대 중반에 이미 일본에 상륙한 스타벅스 커피가 돗토리현에 처음 들어온 것이 2015년이라고 하니 얼마나 낙후되었던 지역인지 알 수 있다. 덕분에 덜 상업화되었고, 붐비는 곳도 없어서 호젓한 일본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AIRLINE
에어서울이 주 6회(월요일 제외), 요나고 공항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홈페이지: flyairseoul.com 


TRANSPORT
돗토리현에는 버스나 기차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 많아 택시가 효율적이다. 한 사람당 2,000엔으로 3시간 동안 동부지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외국인용 관광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차량 1대당 4명까지 탈 수 있다. 만 12세 이하는 무료. 돗토리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돗토리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 
이메일: international@hal.ne.jp
전화: +81 857 22 7935

 

글·사진 김진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돗토리현 관광교류국 www.tottori-tour.jp/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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