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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이것은 ‘몸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19.07.01 09:06
  • 수정 2019.07.23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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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천소현 팀장

얼마 전 원주박물관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감성 여행 글쓰기’가 주제였죠.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언제나 저 자신입니다. 그날도 그랬죠. 글은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 써야 하는 것이며, 여행은 우리가 사는 동안 몸을 가장 예민하게 즐겁게 사용할 기회라고 말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도 저 자신이었습니다. 처음 맡아 보는 냄새, 알쏭달쏭한 맛,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풍경, 눈을 감고 집중하게 되는 소리, 여행은 우리 몸을 감각의 제국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런 여행이 얼마 만이었을까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굴업도의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 몸이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느냐’는 것이죠. ‘좀 참아. 곧 좋은 것을 줄게!’ 달랜 끝에 도착한 능선의 풍경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모니터에만 갇혔던 시야가 멀리 수평선을 찍었고, 바람 샤워는 피부를 세상 무엇보다 뽀송뽀송하게 만져 주었고, 평소에는 시큰둥하던 얼음물이 방울방울 귀한 성수였습니다. 시들었던 몸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체험 여행이 대세라고 합니다. 별난 액티비티나 특별한 경험을 찾아 나서야 할까요. ‘그까짓 거’ 1박에 4,150만원의 숙박비만 있으면 우주정거장에서 투숙도 가능하니까요. 아, 물론 688억원의 왕복 교통비는 별도입니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이미 병목현상이 심하다니,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처럼 잠수정을 타고 수심 1만927m의 마리아나 해구를 탐험하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가는 길은 에어 택시나 드론 택시를 이용하면 되겠네요. 


이런, 너무 멀리 갔네요. 다시 몸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타이완 농장 체험을 다녀온 최재원 작가는 “너무 좋았어요!”를 족히 열 번은 반복했습니다. 무슨 체험을 했나 보니, 낮에는 조개를 캐거나 소에게 꼴을 먹이고, 밤에는 반딧불이의 뒤를 쫓았더군요. 자두를 따서 잼을, 원추리꽃으로 튀김을 만들기도 했더군요.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오감을 풀가동하고 돌아왔을 그의 몸이 생선처럼 펄떡거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우주정거장이나 심해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세상엔 아직 체험할 것이 많으니까요. 일생의 로망이었다는 쇄빙선 여행을 다녀온 유호상 작가와 남아공 희망봉에 서서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보았다는 정영은 작가가 몸에서 꺼낸 이야기, 그 풀스토리가 여기 있습니다. 


아! 참고로 세 작가는 모두 트래비아카데미가 발굴한 여행작가들입니다. 7월에 시작하는 6기 아카데미에서 뵐 새 얼굴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트래비> 팀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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