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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CRAFT] 이륙은 마음대로, 착륙은…글쎄요?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9.07.01 10:00
  • 수정 2019.11.06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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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 무게 몇 kg 초과됐다고 요금 더 받고, 승객 몸무게에 따라 운임을 더 받겠다는 항공사도 나오고, 좀 야박하다 싶지만, 항공사의 사정을 들어 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앗, 휴대폰 놓고 왔다!” 차를 몰고 외출을 하려다 이런 경우 간혹 있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뭐 그래도 핸들만 돌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만약 한 번 떠난 주차장에 다시 주차하려면 동네를 두세 바퀴 돌면서 차의 기름을 다 쏟아낸 후 돌아와야 한다면 어떨까? 지난밤 가득 채워 놓은 비싼 기름을 쏟아내야 한다니 차마 손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지만 이런 일이 비행기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비행기는 무게 때문에 하늘로 뜨자마자 바로 착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되돌리는 것보다 절차가 훨씬 복잡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무게에 예민한 비행기

무게가 비행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장거리 노선이라면 무게에 따라 연비 차이도 크게 벌어진다. 비행기는 무게 중심도 중요한데 오래 전 한 항공사의 승객들이 어떤 일로 놀라서 한꺼번에 비행기 앞부분으로 몰려갔다가 순간 비행기가 위험에 처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점 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 때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르다는 점이다. 승객과 짐을 많이 실어서 무거워진 비행기는 그만큼 멀리 내달려야 떠오를 수 있다. 이렇게 겨우 이륙한 경우 이 무게 그대로 착륙을 한다면 엄청난 하중이 걸려서 기체 구조에 큰 무리가 가거나 심하면 바퀴가 ‘댕강’ 부러질 수도 있다. 그래서 착륙할 때는 무게를 가볍게 해 줘야 한다.

보통은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무거웠던 연료가 조금씩 소모되기에 착륙할 무렵에는 저절로 무게가 줄어든다. 그때는 비행기가 ‘사뿐히’ 착륙할 수 있다. 참고로, 이때 연료탱크가 비워지면 기름도 이리저리 쏠리는데 비행기의 무게 중심이 바뀌어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

아시다시피 액체의 무게는 상상 초월이다. 가로, 세로 1m 부피의 물은 무려 1t의 무게다! 자동차는 땅에서 달리는 것이라 문제가 없지만 3차원의 공간을 이동하는 비행기는 다르다. 비행기의 연료탱크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대부분 날개에 배치되어 있다) 그 사용 순서도 균형을 유지하도록 정해져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비행기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처럼 여유 있게 기름을 채우고 다닐 수가 없고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 미리 치밀하게 연료 소모를 계산하고 거기에 맞게 연료 탱크를 채워야 하는 것이다.

급유도 날개를 통해서 한다ⓒWikipedia
급유도 날개를 통해서 한다ⓒWikipedia

●연료를 버려라!

문제는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계산해서 급유했는데, 이륙하자마자, 혹은 목적지까지 절반도 못 가서 다시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다. 기체 이상이나 혹은 기내의 위급 환자로 인해, 혹은 요즘 같으면 휴대폰을 안 가져왔다고 난동을 피우는 승객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위에서 설명했듯 비행기가 가장 무거운 상태라서 착륙에 무리가 없는 수준까지 무게를 줄여 줘야 한다. 이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료 방출(Fuel-dumping)이다. 항공유가 얼마나 비싼지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별수 없다. 게다가 심각한 기체 문제로 위험한 비상착륙이라도 예상되는 경우에는 무게뿐만 아니라 착륙 도중 불길에 휩싸일 위험 때문에라도 연료탱크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비행기 날개를 잘 살펴보면 파이프처럼 생긴 노즐이 있다. 연료를 버린다는 것은 대개 한시가 급한 상황이란 말인데, 쭉쭉 뿜어 주면 좋으련만 방출은 한없이 더디다. 기름을 펌프로 뿜어내는 것이 아니고 자연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 데서나 뿌리는 것이 아니고 보통은 높은 고도, 되도록 바다 위에서 그리고 주변에 다른 비행기가 없는 곳에서 해야 한다. 참고로, 연료는 지상에 다다르기 전 기화하기 때문에 쏟아낸 기름을 뒤집어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탄 비행기에는 연료 방출 노즐이 안 보인다고? 그런 경우는 보잉의 B737이나 에어버스의 A320 같은 소형 기종 혹은 연료 덤핑 시스템이 필요치 않은 일부 기종이다. 이런 비행기들은 크기가 작아 최대 이륙 중량과 착륙 중량의 차이가 크지 않은 기종이거나 항공사에서 굳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기종일 경우다. 이런 비행기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유가 있다면 몇 시간 동안 공항 주변을 돌면서 기름을 소모하기도 한다. 만약 긴박한 상황이라면? 방법이 없다. 좀 무리가 되어도 그냥 내리는 수밖에.

비상착륙을 위해 연료를 방출하는 모습 ⓒWikipedia
비상착륙을 위해 연료를 방출하는 모습 ⓒWikipedia
연료탱크는 날개 속에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다 ⓒWikipedia
연료탱크는 날개 속에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다 ⓒWikipedia

●역시 자동차가 최고?


상황이 이러하기에 계획에 없던 착륙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장의 입장에서 회항을 결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 발생이나 시간 손실은 물론 기술적인 절차까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행기를 움직이는 일은 뭐 하나 간단한 게 없다. 이런 모습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우리가 차를 몰고 여행을 갈 때 차에 기름을 얼마나 넣을지 매번 계산해서 넣어야 한다고 말이다. ‘음, 오늘의 목적지는 부산. 이 차의 연비가 리터당 12km이고 오늘은 평균 속도 시속 60km로 달릴 예정이며 강한 역풍이 불어 연비가 10% 감소할 테니(계산기를 두드려 본 후) 40.5L를 넣어 달라고 해야겠군.’ 아,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하는 것 같다.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우리는 얼마나 편한지 새삼 감사하다. 언제고 기분 내킬 때 주유소에 들어가 그저 한마디만 하면 되지 않던가. “아저씨, 만땅이요!”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 유호상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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