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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라는 여행의 마법

  • Editor. 김기남 기자
  • 입력 2019.07.01 10:35
  • 수정 2019.11.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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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영화에 등장하는 요크역
'해리포터' 영화에 등장하는 요크역

기차를 타고 싶은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유럽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럽의 기차역엔 지금도 꾹꾹 눌러 담은 키 만한 배낭을 멘 여행자가 많다. 
중, 장년도 제법 있다. 이들과 나란히 플랫폼에 서면 훅 하고 ‘여행’의 마법에 걸린다. 


●런던-요크

짧지만 유쾌한 2시간 여행


유레일패스를 들고 영국에서 시작해 네덜란드와 독일을 다녀왔다. 도시간 이동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을 때도 기차를 탔다. 여행은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갈 때 기차를 탔던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시작했다. 아침 7시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조금 일찍 역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영국 북동 지역을 운행하는 LNER(London North Eastern Railway) 열차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중세의 영국이라는 요크(York)다. 

'해리포터' 영화 속 마술용품을 사는 상점가의 모티브가 된 요크의 섐블즈 거리
'해리포터' 영화 속 마술용품을 사는 상점가의 모티브가 된 요크의 섐블즈 거리

영국은 기차 요금이 비싸다. 임박해서 구입하면 2시간에 불과한 런던-요크 티켓이 1등석 기준으로 100파운드가 넘을 때도 있다. 다행히 유레일패스로 런던-요크 구간 1등석을 이용할 수 있으니 기분 좋은 가성비 여행이 가능하다. 인기 구간이니 예약(예약비 7유로 추가)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 유럽은 철도 회사와 노선에 따라 열차의 시설과 서비스 차이가 크다. 같은 1등석이라도 무늬만 1등석인 경우도 많은데 LNER의 1등석은 2시간의 짧은 여행이 아쉬울 정도로 만족스럽다. 우선 안락한 좌석.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에 앞뒤는 물론 옆자리 공간까지 넉넉하다.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어 충전도 가능하다. 무료 와이파이도 느리지 않다. 

식음료 서비스는 더욱 훌륭하다. 식당 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면 되는데 선택의 폭도 넓다. 승무원이 가져다주는 아침 식사 메뉴가 5가지나 된다. 맛까지 좋아서 영국 음식에 대한 편견을 잠시나마 누그러뜨려 준다.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의 기내식까지는 아니어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상의 퀄리티를 제공한다. 커피와 차는 물론 와인과 맥주 등의 주류도 포함이다. 영국기차답게 스카치 위스키도 있다. 음식물을 들고 타는 것도 제한적인 서울의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수성찬이다. 본의 아니게 2번의 아침 식사를 하며 찬찬히 메뉴판을 보니 아침과 오후의 메뉴가 또 다르다. 돌아오는 기차 여행이 벌써 기대가 된다.  

요크 민스터 등 요크 구도심의 속살을 굽어 볼 수 있는 성벽 투어
요크 민스터 등 요크 구도심의 속살을 굽어 볼 수 있는 성벽 투어

요크는 중세 영국 북부의 주요 도시였다. 군사와 외교 면에서 런던 다음 가는 대도시였지만 그만큼 노리는 세력도 많아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계속된 전쟁을 대비해 쌓은 둘레 3km가 넘는 성벽은 요크의 첫 번째 볼거리다. 누구나 올라가 걸어 볼 수 있고, 구도심 구석구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성벽 투어와 함께 빠지지 않는 명소가 <해리포터>에 모티브를 제공한 섐블즈(Shambles) 골목이다. 영화에서 해리포터가 마법용품을 사는 상점 골목이 이곳을 본떴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중세 시대에 정육점이 몰려 있던 이 골목은 고기를 걸어 두기 위해 1층보다 2층 처마가 더 앞으로 튀어나온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 정육점은 없고 마술 지팡이를 파는 기념품 상점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섐블즈 골목 바로 뒤에는 섐블즈 마켓이 붙어 있다. 간단한 요깃거리도 팔기 때문에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면 편하게 돌아보자.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가장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볼 수 있는 요크 민스터까지 보고 나면 요크 핵심 볼거리는 담아낸 셈이다.  

요크 민스터에서는 영국 성당 중 가장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만날 수 있다
요크 민스터에서는 영국 성당 중 가장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거나 요크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한다면 교외 드라이브도 추천할 만하다. 요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캐슬 하워드에 갈 수 있다. 영국의 대부호인 하워드 가문의 저택으로 유럽의 어지간한 박물관 못지않은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1,200점 가량의 유화와 수채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중 300점 정도를 전시해 두고 있다. 저택 곳곳에 과거 생활 공간을 재현해 두고 작은 예배당까지 갖추고 있어 건축물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런던-로테르담

섬과 대륙을 잇는 드라마틱한 여행

유로스타는 섬나라 영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빠르고 강력한 교통수단이다. 도버해협에 놓인  50km 길이의 해저 터널을 시속 300km로 통과해 런던에서 파리는 평균 2시간 20분, 벨기에 브뤼셀까지는 2시간 전후면 갈 수 있다. 브뤼셀 노선은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연장됐다. 그전까지는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갈 경우 브뤼셀까지는 유로스타,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다른 열차를 이용해야 했으나 브뤼셀을 거쳐 로테르담을 지나 암스테르담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다.

유로스타를 탑승하는 런던 세이트판크라스역. 고풍스러운 웅장함이 느껴진다
유로스타를 탑승하는 런던 세이트판크라스역. 고풍스러운 웅장함이 느껴진다

유로스타 탑승은 항공기와 마찬가지다. 체크인 카운터를 지나 수하물 검사와 보안 검색, 출입국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대도시 공항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오는 편이 안전하다. 출발 1시간 30분 전부터 체크인을 시작하는데 기차 출발 시간 기준으로 최소 45분~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유로스타는 런던 킹스크로스역과 붙어 있는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탑승한다. 


유로스타는 비즈니스 프리미어, 스탠더드 프리미어, 스탠더드의 3개 등급이 있는데 유레일패스 1등석 티켓은 스탠더드와 스탠더드 프리미어 좌석을 할인 요금에 예약할 수 있다. 가장 윗 등급인 비즈니스 프리미어 승객은 공항처럼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는 별도의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지만 유레일패스로 예약할 수는 없다. 유럽의 기차는 간혹 플랫폼에도 흡연 구역을 설치해 둘 만큼 흡연에 관대한 편이지만 유로스타는 체크인 후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별도의 흡연 공간이 없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는 역사 안에는 편의점 정도의 물건을 구비한 미니 면세점만 있다. 

유로스타에서 제공하는 기내식과 음료
유로스타에서 제공하는 기내식과 음료

유로스타의 스탠더드 프리미어 좌석도 와인이 포함된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영국의 라이너 1등석 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샐러드와 빵, 메인 등을 모두 갖추고 있고 선택도 가능하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화이트와인에 이어 레드와인을 마시겠다고 하자 승무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병에 담긴 프랑스 와인 2병과 하이네켄 맥주를 내줬다. 일본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에키벤처럼 유럽 열차에서의 식사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기차로 국경을 넘는 경험도 유럽 기차여행의 재미다. 해저 터널을 지나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자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국경이 바뀐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창 밖에 보이는 건물의 색이 다르고 지붕이 다르다. 북한을 지나 대륙으로 가는 철길이 열리면 어떤 여행이 펼쳐질지 상상만으로도 드라마틱하다.  

 

●로테르담-쾰른

도시의 심장에서 시작하는 여행

기차여행은 빠르고 편하다. 공항처럼 외곽에 위치하지 않아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여행이 시작된다. 어느 도시나 구도심의 중앙에 위치하기 마련인 중앙역은 편리하고 주위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로테르담 중앙역이 그렇고 독일 쾰른 중앙역은 역을 나서기도 전에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의 웅장함을 만날 수 있다.

말발굽 모양으로 아파트를 짓고 가운데 공간에 상점을 들인 로테르담의 마켓홀. 주상복합 건물도 이렇게 창의적일 수가 있음을 보여 준다
말발굽 모양으로 아파트를 짓고 가운데 공간에 상점을 들인 로테르담의 마켓홀. 주상복합 건물도 이렇게 창의적일 수가 있음을 보여 준다

범상치 않은 중앙역을 지닌 로테르담은 건축이나 사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보석같은 여행지다.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요크에서 바로 로테르담으로 왔다면 그 대비는 더욱 극명하다. 2차 대전 당시 공습으로 초토화된 로테르담은 아예 처음부터 새로 도시를 그려 나갔다. 과감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개성 가득한 스카이라인을 가지게 됐다. 


나무를 형상화한 큐브 하우스(Cube House)와 마켓홀(Markthal)이 대표적이다. 건축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인도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로테르담의 상징이 된 마켓홀은 탄생 배경도 재미난다. 중산층이 도시를 떠나고 공동화가 진행되자 시는 다시 이들을 불러 모으길 원했고 설계공모를 통해 아파트와 시장의 기상천외한 공생이 시작됐다.

쾰른 대성당의 외벽은 지금도 2차 대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쾰른 대성당의 외벽은 지금도 2차 대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쾰른은 대성당과 맥주의 도시다. 쾰른 초행자는 중앙역에 도착해 두 번 놀란다. 역 바로 앞에 거대한 쾰른 대성당이 버티고 있어서 놀라고 거뭇한 대성당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로테르담이 독일의 공습으로 폐허가 됐다면 쾰른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도시다. 당시 엄청난 공습으로 생긴 그을음이 대성당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600년에 걸쳐 완성된 대성당은 쾰른 관광의 핵심. 구시가 투어와 라인강 크루즈 등이 모두 쾰른 대성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로테르담 건축의 실험정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큐브 하우스.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는 주택이다
로테르담 건축의 실험정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큐브 하우스.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는 주택이다

도심 투어를 하고 나면 쾰쉬(Kolsch)라는 쾰른 전통 맥주도 빠질 수 없다. 쾰쉬는 우리가 생각하는 독일맥주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라거와 비슷하지만 에일 계열의 맥주이고 전용 잔의 모습도 다르다. 생맥주 하면 생각나는 500ml 잔이 아니고 가느다란 200ml 잔에 마시는데 잔이 가는 것은 거품을 오래 간직하려는 뜻이고 양이 적은 것은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잔을 비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양이 적어 금방 잔을 비우게 되는데 종업원이 종이 컵받침에 펜으로 마신 잔수를 표시해 준다. 컵받침을 잔 위에 올려두면 그만 마신다는 의미다. 쾰른 어디서나 마실 수 있지만 쾰쉬 맥주회사인 프뤼가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프뤼 암 돔(Fruh am Dom)이 유명하다. 역시 쾰른 대성당 근처에 있다. 

영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로 언제나 활기 넘치는 런던 킹스크로스역
영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로 언제나 활기 넘치는 런던 킹스크로스역

●영국까지 끌어안은 유레일

올해 달라진 유레일패스 이모저모

1. 올해 60년을 맞은 유레일 그룹은 유레일과 인터레일을 경영하는데 유레일은 비유럽 국적의 승객이 이용하는 패스다. 35개 이상의 철도, 페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식당과 숙소 등 패스 소지자에게 크고 작은 할인 혜택을 주는 파트너도 100곳이 넘는다. 유럽과 러시아 국적 여행객이 이용하는 인터레일은 1972년 시작됐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는 한국인 여행자는 연간 2만5,000명 이상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유레일패스를 구입한 한국 여행자는 서유럽과 남유럽을 가장 많이 여행한다. 

2. 유레일패스로 여행할 수 있는 유럽 국가가 기존의 28개국에서 올해 들어 31개국으로 늘어났다. 영국, 마케도니아, 리투아니아가 유레일 네트워크에 추가됐는데 영국의 추가는 특히 반갑다. 유레일패스로 런던과 바다 건너 파리, 암스테르담 등을 연결하는 유로스타 이용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런던~로테르담 유로스타 스탠더드 프리미어 예약비가 43유로부터, 스탠더드석은 35유로부터다. 유로스타는 매진 확률이 높으니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3. 얼핏 복잡해 보였던 패스 종류도 정리됐다. 최대 31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글로벌패스와 유럽 국가 1곳을 집중적으로 여행할 때 좋은 원컨트리패스 2가지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원컨트리패스에 속하는 그리스 제도 패스를 이용하면 최대 53개의 그리스 섬을 갈 수 있다. 

4. 가격도 인하됐다. 글로벌 패스는 최대 37%까지 내렸는데 최근 5년 사이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원컨트리패스와 그리스 제도 패스도 가격을 낮췄다. 유레일패스는 성인(만 28~59세)의 경우 1등석 패스만 있었는데 1등석 대비 25% 저렴한 2등석 패스도 새로 생겼다. 60세 이상을 위한 시니어 패스도 만들었다. 성인 패스보다 10% 저렴하고 1등석 패스와 2등석 패스를 선택할 수 있다. 유럽 3개국 이상을 여행한다면 유레일 글로벌패스가 적당한데 가장 싼 성인 2등석 3일권(한 달 이내 사용)이 252유로(약 33만원), 1등석은 336유로다. 

5. 유럽 기차여행의 필수 앱인 레일플래너도 더 똑똑해졌다. 와이파이 없이도 기차시간표를 검색할 수 있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 일부 유럽 인기국가의 기차 예약과 예약 확인 메일 전송 기능도 추가했다. 깨알 같은 나라별 혜택과 할인정보도 저장할 수 있다. 

6. 그대로인 것도 있다.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동키 리퍼블릭(DONKEY REPUBLIC)을 20% 할인 받을 수 있고 1등석 패스 소지자는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로테르담 중앙역의 라운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성인 1명당 만 11세 이하의 이하의 어린이 2명까지 무료로 유레일 여행이 가능한 점도 여전하다.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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